"그 사람이 왜 여기 옵니까"
"그 사람이 왜 여기 옵니까"
  • 김중규 기자
  • 승인 2017.02.03 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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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안으로 극한 투쟁불러온 정운찬 전 총리, 7일 세종시 방문

이명박 정부 당시 국무총리로 수정안 파동을 불러왔던 정운찬 전 국무총리의 세종시 방문 소식에 옛 연기군민들은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사진은 당시 수정안 반대에 나섰던 연기군민의 머리띠와 오른 쪽 삭발 머리카락과 투척을 위해 준비했던 계란>
“그 사람이 왜 여기를 온데요.”
“여기 와서 할 말이 없는 사람이 아닙니까.”

이명박 정부 당시 국무총리로 세종시 수정안을 들고 나와 연기군민들을 극한 투쟁으로 몰아넣었던 정운찬 전 국무총리(70, 현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가 세종시에 온다.

오는 7일 세종시청 브리핑 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야권 대통령 후보의 한 사람으로서 세종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일정은 정 전 총리 측에서 요청해서 이뤄졌다.

공주 출신으로 행정수도 위헌 판결이후 기업과 대학유치 등을 통해 세종시를 기업도시로 만들기에 앞 장 서온 그는 ‘고향을 팔아먹은 사람’이란 ‘매향노’(賣鄕奴)로 까지 불릴 정도로 지역민들이 혐오(嫌惡)하는  인물이었다. 그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세종시를 찾는다는 소식에 옛 연기군 주민들이 또다시 분노하고 있다.

2010년 1월 11일 수정안 발표 이후 삭발과 단식, 촛불 집회 등으로 원안사수에 앞장섰던 연기군민들은 ‘할 말이 없는 사람’이라는 말과 함께 “행정수도로 개헌에 앞장서겠다는 말이나 하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행정도시 사수 연기군 대책위원회 사무처장을 맡았던 황치환씨는 “충청권 사람이라는 걸 등에 업고 여론몰이를 한 사람이 아니냐” 며 “지역 출신으로서 고향 분들의 염원에 반하는 걸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한 분노를 보였다. 

그는 또, “큰 뜻을 품는 건 자유지만 적어도 세종시로 오려면 그 부분(수정안)에 대해 코멘트가 있어야 했다” 며 “충청도 사람이었기 때문에 총리에 발탁된 것”이라고 말해 ‘이이제이’(以夷制夷) 수단의 인선이었다고 혹평했다.

연기군 여성단체협의회장으로서 삭발과 함께 구류까지 살았던 정준이 세종시의원은 “그 때 정운찬이 온다고 해서 데모하는 걸 봐야 한다는 생각에 전경과 극렬 대치하다가 잡혀갔다” 며 “양심이 있으면 무릎을 꿇고 사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행정수도를 확실하게 만들겠다면 헌법을 개정해서 수도 이전 을 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앞 장 서라”고 주문했다.

   정운찬 당시 국무총리의 연기군 방문 현장에서 항의 데모를 하다가 잡혀가는 정준이 연기군 여성단체협의회장(현 세종시의원). 정의원은 이날 연행돼 하루동안 구류를 살았다.

당시 연기군의원으로 삭발 단식에 동참했던 황순덕 아람달 대표는 “지금 세종시가 잘 되어 가고 있는 데 기업도시를 만들려고 했던 사람이 왜 오느냐” 며 “대선에 나오니 표를 달라고 하는 건 아닐 것”이라고 말하면서 “그 사람 참...”이라고 말했다.

또, 신행정수도 지속추진 연기군 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을 맡았다가 유한식 연기군수의 보궐선거 당선으로 비서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던 김일호씨는 “그 양반 때문에 세종시 건설이 1년 여 늦어졌다” 며 “아까운 머리를 이명박 앞장서는데 썼는데 결국 이루지도 못한 게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또, 군민대표로 투쟁했던 익명의 한 시민은 “정권이 바뀌고 나서 그 사업이 계속 추진될 수 있었는지 여부에는 의문이었지만 기업도시의 장점만 보고 지지를 했다” 며 “지금도 기업도시가 확실하게 될 수 있다는 전제된다면 똑같은 입장”이라고 말했다.

정 전 총리는 7일 세종시청에서 언론인들과 만나 변화된 세종시에 대한 자신의 입장과 행정의 비효율 개선책, 기업도시의 긍정적인 효과 등을 얘기하고 지역 인사들을 만나 여론을 청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출마에 관한 언급은 없을 예정이다.

한편, 정 전 총리는 수정안이 부결된 이후 “행정부를 반으로 쪼개놓은 나라는 한국 뿐”이라며 “지금처럼 하면 나라를 움직일 수 없다”는 등의 발언으로 행정의 비효율과 자신이 추진했던 기업도시의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 줄 곧 주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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