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대 희생 경찰, 명예 회복은 당연한 일
동의대 희생 경찰, 명예 회복은 당연한 일
  • 심은석
  • 승인 2012.10.29 0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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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석의 세상사는 이야기]사회질서 지키는 공권력에 대항이 민주화(?)

   심은석 세종경찰서장
단풍이 절정이다. 어제 늦가을비가 가을빛깔에 물감을 들였다. 산과 들에 가을 걷이와 산행에 바쁜 사람들의 물결이 아름답다. 오늘은 아침부터 세종시민 한마당 축제 교통관리와 경비, 그리고 지난주부터 수능시험지 인쇄소 경비에 밤, 낮으로 현장 직원들이 고단하게 근무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안전과 질서를 위해 묵묵히 일하는 동료들이 고맙다.

단풍철에는 대형 버스들이 과속으로 질주한다. 지난 날 개통한 1번 국도 우회도로 10km 구간은 6차선으로 3개의 터널과 2개의 교량으로 이루어졌다. 신호등 없이 모두가 교차로로 설계되어 규정 속도 80km를 초과하는 질주 차량이 위태롭다. 우선 급한대로 경고판과 표지판을 정비하고 지난 금요일 구간 단속 카메라 12대를 설치하기로 하였다. 단풍철 교통안전 해 주시길, 과속은 위험하다.

주말에 집 인근에 있는 대전 국립현충원을 둘러 보았다. 동네 주변에 애국혼이 잠들어 있는 국립 현충원이 있다는 것은 충청지역이 충절의 고장이라는 뜻일까. 10월이면 현충원 경내가 오색 단풍과 푸른 솔, 막바지 초록의 잔디가 어우러진 추모의 현장이며 시민이 편안히 쉴 수 있는 공원이기도 하다.

계룡산 지류, 갑하산 자락 에 위치한 현충탑 앞 경찰관 묘역에는 동의대 사건 희생경찰관 7인의 묘역이 별도로 조성되어 있다. 두 번이나 불태울 수 없다 하여 시신 채 매장한 현충원에 몇 안되는 매장 묘역이다. 23년간의 긴 세월동안 동의대 사건 당시 학생들이 화염병을 던져 타오른 불에 타 숨진 희생자와 부상자들은 제대로 된 국가 보상을 받지 못했다.

지난 2월 국회에서 ‘동의대 희생자의 명예회복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후 엊그제 관련절차가 마무리되어 유족과 부상자들에 대한 보상절차를 진행한다 한다. 이에 따라 경찰청은 11월1일부터 올해 말까지 유족 등으로부터 신청을 받아 법률이 정한 보상금을 지급한다. 이들에 대한 명예회복과 보상은 당연하고도 진정한 역사 바로 세우기가 아닐까.

동의대 사건은 한 교수가 총장의 입학부정 사실에 관해 양심 선언한 것이 계기가 됐다. 학생들이 입학부정에 항의, 총장실을 장기간 점거하고 집단시위를 벌였다. 시위는 학생들이 학교 밖으로 진출하고 이를 막으려는 경찰과 학생들은 매일매일 화염병으로 경찰진압에 맞섰고 파출소 습격사태도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전경 5명이 납치, 중앙도서관에 감금됐다. 경찰이 이들을 구하기 위해 학내에 진입하자 도서관에서 화염병 등에 의한 불길이 솟았고 이때 경찰관 3명이 불에 타 숨지고 4명이 불길에 휩싸여 추락사했다.

법원은 이들 구속된 폭력시위학생 46명에게 모두 방화·살인등 혐의로 징역2년에서 최고 무기징역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그후 민주화운동보상심의회가 이들 학생들을 민주화운동 공로자로 인정하고 이들 중 39명에게 보상금을 지급하였다. ‘학생들이 살인에 고의성이 없고 화염병 사용도 그때의 통상적 시위방법이었다’는 것이다.

사회질서를 위한 공권력에 대항한 폭력시위가 민주화운동일까. 동의대 사건 당시 순직한 최동문 경위의 아들로 아버지의 뒤를 이어 경찰관이 된 부산 남부경찰서에서 근무하는 최봉규(31) 순경등 유가족들은 당연한 조치라며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10월 21일은 대한민국 경찰 창설 67주년이었다.
8. 15 광복 후에는 좌, 우익의 혼란한 현장에서 대한민국 건국경찰의 역할로 6. 25 전쟁의 국가적 위난에는 마지막까지 총을 들고 대한민국을 지킨 호국경찰로 67년간 이 나라의 근대화와 민주적 격동기에 시대적 아픔을 온몸으로 겪은 대한민국 경찰이라는 국민적 공감대를 느낄 때마다 경찰로 근무한 25년의 시간이 보람으로 느껴진다.

5년간 71여명이 스트레스로 인한 자살자가 있고 7,850명이 부상 입고, 58명이 순직( 전체 사망의 17%만 인정됨)하는 직업으로 경찰관은 공무원 중에 가장 많은 스트레스와 고단한 업무를 해야 한다. 밤샘근무의 고단함을 감내해야 하는 경찰, 위험과 어려움을 이겨내야 하는 경찰에게 다른 서구처럼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지 않을까.

이제 잘 사는 대한민국, 행복과 웰빙을 꿈꾸는 대한민국 경찰에게도 스트레스와 체력관리, 건강관리를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예산과 시책마련이 필요할 때다. <필자 심은석은 현직 세종경찰서장이다. 공주 출생으로 공주사대부고, 경찰대학 4기로 졸업하고 한남대에서 행정학박사를 취득했다. 지난 7월 시집 '햇살같은 경찰의 꿈'을 출판했고 한국 문학신문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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