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 화투, 여기는 종이접기예요"
"경로당 화투, 여기는 종이접기예요"
  • 이재양 기자
  • 승인 2017.01.23 1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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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깎이 학생들의 문화 교육 현장된 첫마을 6단지 경로당

   종이접기에 푹 빠진 첫마을 6단지 어르신들에게 '경로당=화투'라는 등식은 없어진 지 오래다.
“여기 떠나면 심심해서 못살아. 다른데 비교하면 천국이지. 스트레스 쌓일 일이 뭐 있는가. 이거 다 하면 종이접기 선생님도 될 수 있대”

이상순(90) 할머니가 첫마을 6단지 경로당에서 ‘종이접기’ 왕관을 만들면서 자랑하듯 말했다. 마을 어르신들이 10원짜리 화투나 장기를 두던 여타 경로당과는 달리 첫마을 6단지 경로당에서는 자체 문화프로그램을 운영해 취미·여가활동을 보내기에 여념이 없었다.

특히 매주 목요일 오전이 되면 20여명의 마을 어르신들이 모여 형형색색의 색종이를 들고 종이접기에 나선다. 이 시간만큼은 누군가의 어머니도, 동네의 어르신도 아닌 ‘대한민국 종이접기 강사 자격증’ 취득반 학생이 된다.

작년 ‘2016 경로당 작은 도서관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조이! 시니어 행복나눔 종이접기교실’을 시작한 지 6주째. 손을 많이 쓰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2시간 동안 색종이를 접는 집중력은 젊은 사람 못지않았다. 어르신 본인들이 직접 종이접기교실 모집기간에 자원해 신청할 만큼 열의를 보였다.

박정숙 종이문화재단 강사는 “연세에 비해 굉장히 잘하는 편”이라며 “어르신들이 한 번의 결석 없이 어려운 난이도를 잘 따라와준다”고 말했다.

어르신들은 짝꿍에게 종이 접는 법을 알려주기도 하고 완성된 종이 왕관을 자랑하는 등 배움의 즐거움이 가득해 보였다.

김제생(74) 경로당 회장은 “끼가 넘치는 어르신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며 경로당 한쪽에 놓여있는 트로피를 가리키며 말했다.

전국전통선술대회 단체종합우승, 건강백세운동교실 백세상 수상 뿐만 아니라 마을무대 공연 참가, 자치프로그램 발표회까지 경로당에서 배우고 익힌 재능을 마음껏 펼치고 있었다.

김회장은 이어 “경로당 회원들이 함께 공부하고 진한 우정을 나누다보니 우리 경로당만의 자랑이 됐다“며 “지역사회를 위한 재능기부 봉사도 참여할 수 있다니 손주들에게 멋진 할머니, 할아버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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