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한솔동 토박이예요"
"우리는 한솔동 토박이예요"
  • 이재양 기자
  • 승인 2017.01.22 0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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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한솔동에서 절친된 죽마고우 김서현, 김세은 학생

   한솔을 매개로 절친이 된 김서현, 김세은양은 세종시가 이제는 가장 좋은 곳이 되었다고 말했다.
세종시 출범 5년, 태어난 지역은 다르지만 한 마을에서 학창생활을 보내며 동고동락중인 ‘세종시 첫마을 소꿉친구’가 있다.

세종시 한솔동 첫마을 6단지 아파트에 살고 있는 김서현(18), 김세은(18) 학생. 이 둘은 ‘한솔’이라는 연결고리로 세종시 미래를 열어가고 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한솔초-한솔중-한솔고까지 같은 학교에 다니면서 둘도 없는 ‘절친’ 으로 꿈을 가꾸고 있다.

두 학생은 지난 2012년 초등학교 6학년 때 첫마을이 생기면서 이사를 왔다. 서현 양은 직업 군인인 아버지를 따라서, 세은 양은 공무원인 부모님을 따라 정든 고향을 떠나야했다.

“주변엔 죄다 공사장이고 상가에는 부동산 밖에 없었어요. 분식점이라곤 떡볶이 가게 하나밖에 없어서 삭막하더라고요.”

서현 양에게 세종시 첫 인상은 썩 달갑진 않았다. 한창 또래 친구들과 군것질을 하며 놀 시기에 세종시는 너무나 낮선 환경이었다. 교통편도 좋지 않아 아파트 단지 주변만 오가곤 했다. 지금은 친구들과 대전 은행동이나 둔산동에 나가 놀기도 하지만 아직도 세종시는 한적한 느낌이라고 전했다.

세은 양은 인천에 살다가 초등학교 6학년 마지막 학기에 이곳으로 왔다. 그는 “전에 살던 동네는 광역버스, 지하철도 많아서 아무데나 돌아다닐 수 있었다”며 “자연 환경은 정말 좋은 것 같다”고 세종에서의 첫 인상을 얘기했다. 특히 입주 초 집 앞에서 고라니나 꿩을 본 건 ‘문화충격’이었지만 이제는 일상이라며 웃음 지었다.

이들의 생활 반경은 500m 수준이다. 집에서 학교까지 뛰어서 3분, 초 학세권(學勢圈)인 셈이다.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라는 말이 딱 들어맞았다.

“8시 반까지 학교에 가야되는데 늦잠을 자면 8시에 일어나는 경우도 있어요. 대충 씻고 뛰어가도 지각을 안 해서 좋아요. 먼 학교로 전학가고 싶은 생각이 전혀 안 든다니까요.”

오히려 학교가 가까워 좋다고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 또, 같은 아파트에 살아 등교시간에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었고, 그러다보니 같은 독서실을 다니고 어울려 다니면서 사이가 돈독해지는 계기가 됐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 서로가 같은 반임을 알았을 때에는 ‘초반에 적응하기 좋겠네’라고 위안삼기도 했다며 웃음 지었다.

한솔동에 사는 또래 학생들이 모두 같은 학교로 진학한 것은 아니다. 입주가 시작되고 학생 수가 늘어나면서 신설 학교로 전학을 가는 경우도 많았다.

“한솔중학교 1학년 때는 교실 자리가 부족해 스쿨버스를 타고 어진중까지 가서 수업을 들었어요. 2학년 때 새롬중이 생겼는데 그때까지 학생들이 어떻게 나뉠지 몰라 교복도 못 사고 1년 동안 사복만 입고 다녔어요.”

다행히 두 학생은 한솔중으로 배정되어 ‘절친’ 사이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하루의 대부분을 학교에서 보내는 학생들에게 같은 학교 배정은 어느 것 못지않게 중요했다. 방과 후에는 SNS를 통해 서로의 안부를 묻고 주말에는 카페에서 수다를 떤다는 그녀들은 여느 또래 학생처럼 진로 문제에 고민이 많았다.

어렸을 때부터 선생님이 장래희망이라는 서현 양은 유치원 선생님이 되기 위한 준비와 학업에 한창이다. 서현 양은 “아이들을 좋아해 유아교육과가 있는 대학교를 가고 싶다“며 “학기 중에 또래상담 동아리와 교육 동아리에서 활동하며 친구들과 어려운 점을 공부하는 중”이라고 당차게 말했다. 아직은 모르는 것이 많지만 열심히 노력해서 아이들이 자신의 품에 안기는 모습을 상상한다고 한다.

세종에 마땅한 대학교가 없어 고민이라는 세은 양의 장래희망은 ‘국제구호전문가’다. 그녀는 “매년 봉사활동을 하는 어머니의 영향으로 정기후원도 해보고 자매결연 맺은 친구와 편지도 주고받다보니 자연스레 관심이 갔다”며 “부모님들도 좋아하고 많이 밀어주신다. 학교에서 RCY 활동을 하면서 꿈을 구체적으로 키워나가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인터뷰 중에도 서로 웃으며 장난치는 모습이 영락없는 여고생 모습이었다. 중학교 시절 이야기를 할 때는 서로 몰랐던 부분에 놀라기도 하고 ‘그땐 그랬지’라며 추억(?)에 잠기기도 했다. 성격이 비슷해서 오히려 잘 어울리고 한 번도 다툰 적이 없다는 두 친구들. 서로에 대한 평가를 물어보는 질문에는 민망한 듯 얼굴을 숙였다.

   세종에서의 친 환경적인 요소들은 대도시에서 살아온 두 소녀에게는 정말 새로운 곳이었다.
서현 양이 먼저 “세은이는 제가 공부할 때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잘 설명해주고, 성격도 활발하고 잘 먹어요”라고 칭찬하자 세은 양도 “착하고, 잘 웃고, 맛있는 음식 사진 보여주면서 같이 먹으러 가자고 해서 좋아요”라고 화답했다. 5년이 넘도록 같이 어울렸지만 남 앞에서 서로에 대해 말해본 적이 처음이라며 어색한 듯 애꿎은 종이컵만 연신 구겨댔다.

올해 주민등록증이 나오고 어엿한 세종시민이 되는 만큼 세종시에 바라는 점도 잊지 않았다. 특히 새로운 문화거리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처음 세종시로 이사 왔을 때는 정말 놀 곳이 없었어요. 그래서 일부러 버스타고 조치원이나 대전에 가서 아이쇼핑하고 영화보러 다니고 그랬어요.”

길거리에 최신 가요가 흘러나오고 젊은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다양한 즐길 거리가 필요하다는 서현 양은 “세종에도 대전 ‘지하상가’ 같이 옷이나 악세사리 파는 곳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에야 아름동과 종촌동에 화장품가게, 식당, 극장 등이 생겨 시외로 나가는 일은 줄었지만 세종시만의 차별화된 문화공간이 없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세은양 역시 “호수공원에 놀러가는데 주변 청사 건물이 다 비슷하게 생겨 길을 헤맨 적도 있다”며 “버스 배차시간도 길고 노선도 적어 세종시내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수험생활을 시작하는 두 학생들. 매일 새벽에 일어나 밤 10시가 넘어 귀가하는 일상의 반복이지만 힘들 때마다 서로의 격려가 있기에 힘들지 않다고 우정을 과시했다.

“그래도 세종이 좋아요. 좋은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고, 앞으로 더 좋아지겠죠. 이제 겨울방학 동안 제대로 계획을 세워 원하는 목표를 향해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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