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침몰하면 권력도 침몰한다”
“언론이 침몰하면 권력도 침몰한다”
  • 김선미
  • 승인 2017.01.17 10:0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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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 칼럼]권력과 자본의 부역자, 언론 제자리 찾기

언론이 바로 섰어도 대통령이 구중궁궐 청와대에 유폐 됐을까

   김선미 편집위원

“언론이 진실을 보도하면 국민들은 빛 속에서 살 것이고, 언론이 권력의 시녀로 전락하면 국민들은 어둠 속에서 살 것이다.”

멀리 갈 것 없이 시계바늘을 2년 2개월 전으로 되돌려 보자. 당시 정국을 뒤흔든,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이 ‘찌라시’로 묻히지 않고 언론보도를 통해 진실이 밝혀졌더라면? 지금 박근혜 대통령이 구중궁궐 청와대에 유폐되는 일이 벌어졌을까.

하지만 정윤회 문건 보도는 “찌라시 수준으로 루머이며 문건 유출은 국기문란”이라는 대통령의 날선 한마디에 국기문란 사건으로 둔갑했다. 대다수 언론들 역시 청와대의 입맛대로 문건 유출 문제로 귀결시켰다.

대통령의 역린을 건드린 <세계일보>는 특종상은 커녕 뒤끝 작렬하는 후폭풍에 시달려야 했다. 취재기자와 편집국장, 사장은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하고 그 불똥은 통일교 재단으로까지 튀었다.

대통령의 역린 건드린 특종보도 언론사 뒤끝 작렬 후폭풍에 시달려

그리고 꼭 2년 뒤 누구의 감시도 제재도 받지 않은 무소불위의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은 오히려 대통령 자신을 권좌에서 끌어내리려는 부메랑이 되었다.

2년 전, 만일 언론이 이미 수많은 단서가 노출된 비선실세들의 국정개입의 실체적 진실을 철저히 밝혀냈어도 대통령과 최순실 등이 지금 이 순간에도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는 저 숱한 권력형 비리를 대놓고 저지를 수 있었을까.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는 언론이 침몰하면 결국 권력도 침몰한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스포트라이트(Spotlight)>와 <트루스(Truth)>. 지난해 개봉됐던 권력에 맞서는 언론 관련 영화다.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스포트라이트>가 언론의 승리를 보여줬다면 <트루스>는 언론의 패배를 다룬다. <스포트라이트>가 언론의 이상이라면 <트루스>는 현실에 더 가깝다.

두 영화 모두 미국 언론사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보스턴 교구 사제들의 성추행을 파헤친 보스턴글로브지의 <스포트라이트> 취재진은 퓰리처상을 수상했고,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군복무 비리 의혹을 추적한 <트루스>의 CBS <60분> 팀은 해고를 당한다.

<7년-그들이 없는 언론> 그 사이, 전원 구조라는 최악의 오보 양산되다

한파가 몰려온 지난 주말, <7년-그들이 없는 언론>을 관람했다.
<7년-그들이 없는 언론>은 YTN과 MBC에서 해직된 언론인들이 벌인 기나긴 투쟁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다큐는 낙하산 사장 임명 반대 투쟁에 나선 기자들의 모습과 이들의 해직 과정 그리고 끊임없는 복직 투쟁을 통해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공공연히 자행된 언론장악의 구체적인 과정과 무너진 저널리즘을 다루며 공영방송의 민낯을 생생히 보여준다.

권력이 언론을 길들이는 동안 수많은 언론인들은 언론의 생명인 공정보도를 주장했다는 이유만으로 현업에서 쫓겨나야 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부터 박근혜 정부 2015년 현재까지 20여명의 언론인들이 해고됐다. 470여명의 언론인이 정직, 감봉, 대기발령 등의 징계를 받았다.

국제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가 지난해 4월 발표한 ‘2016 언론자유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언론자유 지수는 33점으로, 조사 대상 199개 국가 가운데 66위를 기록했다. 언론 ‘자유국’에서 ‘부분적 자유국’으로 분류됐다. 2011년 이후 6년째다. 물론 북한은 조사대상 중 꼴찌다.

국제언론감시단체인 국경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세계 언론자유지수에서도 전체 조사대상 180개국 중 70위에 그치며 역대 최악의 순위를 기록했다.

언론자유 지수가 곤두박질치는 동안 공영방송은 한없이 추락했고 언론은 불신과 조롱의 대상이 됐고 기자는 ‘기레기’로 불리게 됐다.

언론이 바로 서지 않으면 나라가 바로 설수 없다는 교훈을 되새겨주는 정윤회 문건 사건과 세월호 사건은 우리 언론의 현주소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 특정사실과 무관함>
권력에 순치된 언론 조롱과 불신의 대상, 기자는 ‘기레기’가 됐다

그 사이 300여명이 아직도 차갑고 어두운 물속에 잠겨있는데도 전원 구조라는 최악의 오보가 양산되는 참사가 벌어졌다. 사고 현장에서 올라온 ‘사실과 다르다’는 보도는 묵살됐다. 국민들은 앵커가 전원 구조 보도를 스튜디오 안에서 앵무새처럼 되뇔 때, 화면 밖에서 외마디 비명으로 터져 나온 사고 현장의 거친 항의를 방송에서는 결코 볼 수 없었다.

헌정유린, 국정농단의 실체가 이만큼이나마 밝혀지며 대통령을 탄핵소추하기까지 일부 언론이 공을 세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를 언론의 제자리 찾기로 보는 것은 아직은 착시현상에 불과하다.

나라를 수렁으로 빠뜨린 국정농단의 책임은 재벌과 마찬가지로 ‘언론도 공범이고 부역자’라는 시민들의 지탄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권력과 자본의 힘에 포획된 언론의 자업자득이다.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언론개혁’이 또다시 당면 과제로 떠올랐지만 이미 언론 스스로 권력 감시의 본래 역할 대신 권력이 되고 있는 현실에서 얼마나 실현가능할 지는 회의적이 아닐 수 없다.

정치검찰이 정권 아닌 국민의 사냥개 되도록 감시하는 것도 언론의 힘

김대중 전 대통령은 취임 후 대검찰청을 방문했을 때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휘호를 내렸다. 바로 서야 하는 것은 검찰만이 아니다.

“언론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 국민의 사냥개가 아닌 정권의 사냥개가 된 일부 정치검찰의 직무유기, 직권남용, 권검 유착을 감시, 견제할 수 있는 것도 언론이기 때문이다.

랩독(Lapdog 애완견) 가드독(Guarddog 경비견) 슬리핑독(Sleepingdog)이 아닌 권력 감시와 비판에 게으르지 않고 진실에 눈 감지 않으며 권력과 사회의 위험을 먼저 경고하는 잠수함의 토끼, 워치독(Watchdog)으로서의 언론을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일까. 대선을 앞둔 올해, 언론의 제자리찾기가 더욱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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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폴 2017-02-03 08:49:40
그럼 언론은 누가 감시하나??
카더라를 쏟아내고, 뒷돈 먹고 기사쓰는 쓰레기는 누가 감시하나?? 마치 언론이 무소불위를 외치는 듯한 씁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