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 얘기 이곳에 오면 다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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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양 기자
  • 승인 2017.01.06 1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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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마을 6단지 카페 '비움과 채움', 만남의 장소로 역할 '톡톡'

세종시 한솔동 첫마을 6단지에 위치한 주민카페 '비움과 채움' 은 주민 대화의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삭막한 아파트 내 단절된 대화를 연결시켜주는 주민 카페가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세종시 한솔동 첫마을 6단지 커뮤니티센터 2층에 위치한 ‘비움과 채움’ 카페는 아파트 주민들이 직접 만들고 운영하는 공동체 시설이다. 이곳을 찾는 방문객도 대부분 6단지 주민들. 오고가는 대화들도 일상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해 가정사까지 다양하다.

"아침에 남편과 아이들을 보낸 후 남는 시간에 모여 스트레스를 풀고 마음껏 수다를 떨 수 있어서 좋다"는 한 주민의 말처럼 집안일로 고된 주부들이 모여 잠깐의 여유를 갖는 옛날 빨래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지난 2011년, 황량한 공터였던 첫마을에 보금자리가 들어서고 사람들로 채워졌다. 사람들이 들어서면서 대화를 나눌 공간도 생겨났다. '비움과 채움'. 첫마을의 느낌을 가득 담은 6단지 주민 카페는 이렇게 이름 지어졌다.

넓게 트인 공간에 들어서면 커피향과 함께 사람의 따뜻함이 감돈다. 빈티지한 소품과 다양한 재질의 나무 인테리어는 여느 카페와 견주어 손색이 없다. 의자와 테이블은 널찍하게 떨어져 있어 여유로운 분위기를 더해준다. 곳곳에 진열된 드라이플라워, 석고 캔들 등의 소품들은 눈을 심심하지 않게 해준다. 커피 가격도 착하다. 아메리카노 한잔에 1,500원, 제일 비싼 음료는 캬라멜마끼아또로 3,000원에 마실 수 있다. 이쯤이면 굳이 아파트 밖 프렌차이즈 카페로 나갈 필요가 없을 정도다.

내부가 넓고 다인 테이블이 준비되어 있어 주민 모임으로도 자주 이용된다.
카페를 이끌어가는 ‘주민카페운영회’가 있기에 가능했다. 비움과 채움 카페는 정규 직원 없이 5명의 자원봉사만으로 카페를 운영한다. 하루 평균 방문객은 30여 명. 딱 현상유지 수준의 매출이 나온다고 한다. 힘들 법도 하지만 운영위원 모두가 즐거운 마음으로 일한다.

카페를 처음으로 제의한 엄영옥(65) 주민카페운영팀장은 "그저 커피가 좋아서 시작부터 함께했다" 며 "어느 곳도 제 손을 거치지 않은 곳이 없을 만큼 정성을 다해 카페를 만들었다"고 문을 열었던 당시를 회고했다. 벽에 걸린 소품부터 테이블, 머그컵, 철제 쓰레기통까지 모두 엄 팀장이 만들어낸 인테리어다.

그는 이어 "서울에서 카페도 운영해봤지만 다른 곳보다 비움과 채움 카페에 애착이 깊다" 면서 "무엇보다 내가 아닌, 우리를 위한 가게라는 느낌이 강하다"고 말했다.

대화하는 와중에도 또 다른 손님과 자연스레 이야기가 이어졌다. 주민들이 만들고 주민들이 이용하는 이곳만의 매력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비움과 채움 카페만의 특징은 5명의 바리스타가 있다는 점이다. 같은 원두를 쓰더라도 만드는 사람에 따라 커피 맛이 달라지듯 어느 날은 밝고 경쾌한 음악에 진한 커피를 느낀다면 어느 날은 은은한 조명에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부드러운 커피를 느낄 수 있다. 전문적이진 않지만 그렇다고 기계적이지 않은, 운영위 각자가 자신의 취향과 느낌을 담아 표현하고 있었다.

커피 한잔을 마시며 이웃끼리 수다를 떨 수 있는 장소, 주민카페의 매력이다.
오후가 되면 카페를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많아진다. 608동에 사는 효원이 엄마는 유치원이 끝난 딸과 함께 일주일에 두 번 이상 카페를 찾는다.

그는 "아무래도 집에만 있으면 답답해서 카페를 자주 찾는다"면서 "기분 전환 겸 혼자 방문할 때도 있고 아이랑 잠깐 쉬었다 집에 들어가는 일도 많다"며 단골 회원임을 밝혔다. 카페 한쪽에서 도란도란 유치원에 있던 일들을 얘기하는 모녀의 교감이 커피의 김만큼 훈훈하게 느껴졌다.

안혜자(60) 주민카페운영회장은 이곳을 단순한 카페가 아니라고 말한다. 안 회장은 "카페에 있는 시간만큼은 도심의 복잡함이 아닌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며 "더 많은 주민들이 모여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혔다.

바쁜 일상에서 잠시 쉬어가는 휴식처가 되는 것이 비움과 채움의 목표라고 한다. 앞으로는 음악회, 미니 전시회, 라이브 공연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는 작은 문화공간으로도 탈바꿈할 예정이다. 이름처럼 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로 채워질 공간. 오늘도 비움과 채움 카페에서는 첫마을 주민들의 마음과 마음을 채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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