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 3년차를 맞이하여 나 또한 2년 동안 담당했던 평가업무를 뒤로 하고 교무기획업무를 맡으며 자유학기제를 담당하게 되었다. 새로운 업무를 제대로 파악하기도 전, 나에게 주어진 미션은 바로 ‘학습공동체’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세종시교육청에서 자유학기제를 운영하는 모든 중학교에 꿈끼 학습공동체를 구성하라는 지침이 내려 온 것이다.
개인적으로 학습공동체에 관심도 많고 학교 밖 공동체에 참여하며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 교육청의 취지를 모르는 바는 아니었지만, 같은 학교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학습공동체를 꾸려야 한다는 것은 꽤나 부담으로 다가왔다. 가뜩이나 교과별 교육과정과 평가계획 등 준비해야 할 것이 많아 자유학기제를 부담스러워하시는 선생님들께 정기적으로 모여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고 안내할 생각에 걱정부터 앞섰다.
하지만 학습공동체는 교사의 자발적 참여를 가장 기본으로 한다는 부장님의 말씀에 힘입어 정말로 순수 자발적 참여를 전제로 선생님들께 안내를 드렸고, 정말 감사하게도 모든 1학년 교과 선생님들의 참여 하에 12명이 함께 부강중 학습공동체를 시작하게 되었다.
1학기 학습공동체는 주로 자유학기제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하고 계획하는 시간으로 진행되었다. 신규선생님들이 겪어보지 못한 자유학기제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어려움에 대해 기존 선생님들의 경험을 들어보고, 자유학기제에 대한 각자의 기대와 생각을 나누기도 하였다. 학습공동체 모임을 통해 나누었던 내용들을 바탕으로 생각했던 것 보다 수월하게 자유학기제 계획이 만들어 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첫 모임은 ‘비행기 릴레이 설문’을 통해 자유학기제에 대한 각자의 진솔한 생각을 나누는 활동으로 시작했다. 이 활동은 여러 가지 질문이 들어있는 설문지에 각자 첫 번째 질문에 답변한 뒤, 종이비행기를 접어 동시에 날린 뒤, 무작위로 새로운 종이비행기를 펼쳐 다음 질문에 답변하는 활동이다. 앞 사람이 적은 답변을 읽어 볼 수 도 있고, 익명으로 나의 답변을 적어 날리기 때문에 좀 더 진솔한 답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수업 시간에 아이들과 했던 활동을 선생님들과의 학습공동체 시간에 활용 할 수 있었던 것이 신선했고, 특히나 아이들 못지않게 신나게 종이비행기를 날리던 선생님들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 다 함께 종이비행기를 펼쳐 그 안의 내용을 공유하고 읽어보며 각자의 생각을 살펴보고, 앞으로 우리 학습공동체에서 풀어나갈 이야기들을 모아 봤다는 것에서 의미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자유학기제 학부모 교육과정설명회에서도 질의응답 시간을 활용하여 같은 활동을 시도했고, 평소와 달리 다양한 질문과 의견을 수렴할 수 있었다.융합수업을 계획하기 위해 선생님들과 함께 했던 ‘연결고리 찾기’도 기억에 남는다. 각 교과별로 백지에 자유학기에 공부 할 단원과 제재, 핵심 내용들을 마인드맵 형식으로 그린 뒤, 모두 모아 칠판에 붙인 뒤, 교과 간에 융합할 수 있는 요소들을 찾아 연결 짓는 활동이었다. 꼭 해당 교과 선생님이 아니더라도 융합의 요소에 대해 아이디어를 내고, 그 중에서 실현 가능한 융합요소들에 대해 논의를 통해 걸러내었다. 융합수업의 여부를 떠나 다양한 과목 간의 연결고리를 새로운 시각에서 찾아 볼 수 있어 즐거운 활동이었다.
2학기의 시작과 함께 본격적으로 자유학기제가 시작되었다. 1학기에 열심히 계획을 세웠다지만 계획은 계획이고, 그것을 실제로 실행하는 것은 또 다른 어려움이기 때문에 우리의 학습공동체가 더욱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1학기에 비해 바빠진 학사일정과 크고 작은 학교 행사들로 선생님들이 함께 모일 시간을 정하는 것조차 어려운 일이었다. 선생님들이 함께 나눈 이러한 고민을 교무부장님과 교감선생님께 상의 드렸고, 교장선생님, 교감선생님께서는 학습공동체 모임이 있는 둘째, 넷째 주에는 교무회의를 오전에 간단히 진행하고 오후 시간은 오롯이 학습공동체 모임으로 쓸 수 있도록 흔쾌히 조정해주셨다.
자유학기가 진행될수록 학습공동체에서는 각 교과별로 자유학기제 수업에 대한 근황과 학생들의 변화 혹은 수업결과물 등에 대해 공유하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자유학기제 평가 방안 혹은 자유학기제 운영상의 어려움 등, 모일 때 자연스럽게 언급되는 주제들을 다음 모임의 주제로 잡고 그 전까지 각자의 생각이나 아이디어, 자료들을 정리해 나누었다.
시간이 갈수록 학습공동체 모임의 주제들은 자유학기제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학년 수업에서의 문제, 생활지도, 업무 등 다양한 영역에 있어서 선생님들의 고민과 생각을 나누게 되었다. 학습공동체 안에서 종합감사를 준비하기 위한 조가 편성되기도 하고, 부강초등학교 홍보를 위한 자료 취합과 축제 교과전시를 위한 방안이 논의되기도 하였다. 어느새 자유학기제만을 위한 학습공동체가 아닌 학교의 크고 작은 일들을 함께 해결하는 소통의 장이 된 것이다.
물론 아쉬움도 많이 남는다. 1학기에 비해 잦은 출장과 학교 행사들로 인해 참여율이 낮아진 점과 계획되었던 융합수업들이 생각만큼 진행되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의 의견도 있었다. 목표한 바대로 이루지 못한 부분과 앞으로의 과제도 있지만, 같은 학교 선생님들과 함께 집단지성을 이끌어내는 시도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라고 생각한다.학기를 마무리하는 요즘, 학습공동체의 담당자로서 나는 그저 나의 걱정과 근심이었던 도전을 즐거움과 설렘으로 바꾸어준 선생님들께 무한히 감사드리는 마음뿐이다. 모두가 자발적으로 시작하지는 않았을지 모르나 누구나 진정성 있게 참여하고, 담당자인 나보다 더 열심히 학습공동체를 위해 준비하고 자료를 공유해주신 선생님들 덕분에 일년 동안 잘 진행될 수 있었던 것 같다.
짧은 교직 경력 속에서 내가 느낀 것은 단 한 명이라도 내가 진심으로 의지하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동료가 있다면 즐거운 학교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올해 나는 너무나 많은 선생님들의 지지를 받은 행운아가 아니었나 싶다. 이 기회를 빌어 함께 한 선생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올 한 해 우리가 함께 고군분투한 시간들이 앞으로 부강중학교 학습공동체와 우리가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는 소중한 밑거름이 되어 줄 것이라 믿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