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상 "영업 때문에 말 못해" 우회적 인정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영세상인과 노점상들로부터 조직적으로 금품을 뜯어온 일당이 적발되면서 경찰이 전국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일제 단속에 착수한 가운데 본보 취재 결과, 대전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직적으로 이뤄지는 갈취는 아닐지라도 불법 노점상을 상대로 금전적 이득을 취하는 행태가 만연돼 있는 것으로 보여 철저한 실태 파악이 요구된다.
16일 대전 대덕구의 한 전통시장 상인 A 씨는 기자와 만나 “시장 내에서 직접 장사를 하는 건물주나 가게를 빌려 영업을 하는 세입자가 가게 앞 소방도로에서 불법 노점을 하는 사람들에게 임대료를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A 씨는 “목 좋은 골목의 경우 노점상으로부터 받는 돈이 가게 임대료보다 많은 경우도 있다. 남는 장사라는 얘기”라며 “이 같은 사례는 너무 많아 경찰에서 손을 대기가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구의 모 전통시장 상인 B 씨는 “노점상들로부터 돈을 걷는 것은 워낙 음성적으로 이뤄져 적발이 쉽지 않다”며 “단속을 해도 그때뿐이고, 얼마간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 된다. 노점상 자체가 불법이다보니 돈을 주는 쪽과 받는 쪽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으로 공생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중구의 한 번화가에선 명절 떡값, 행사 찬조금, 발전기금 등의 명목으로 상인회가 노점상들에게 금품을 요구해 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실 확인을 위해 만난 노점상 C 씨는 “나는 모른다. 그런 일은 없었다”라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서로 오해가 있어 그랬던 것”이라며 갈취로 인해 불미스런 일이 불거졌음을 우회적으로 인정했다.
그는 파문이 확산되는 것을 경계하듯 “영업 준비 때문에 더 이상은 대화를 할 수 없다”라며 입을 굳게 닫았다.
지난 2010년 9월 대전지역 주요 축제장을 돌며 노점상을 상대로 자릿세와 보호비 명목으로 1억여 원에 가까운 돈을 갈취해온 일당이 경찰에 검거된 바 있는데 아직까지 이 같은 행태가 근절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영업자인 D 씨는 “불법을 눈감아주는 조건으로 노점상들에게 금전적 대가를 요구하는 약육강식의 먹이사슬이 존재한다. 돈을 걷는 쪽에선 검은 돈을 비자금으로 조성해 이를 착복하고 있다”고 실태를 고발했다.
경찰청은 남대문시장 사건을 계기로 전국 전통시장과 소규모 상가 등의 영세상인을 협박해 돈을 갈취하는 ‘서민 상행위 침해사범’에 대해 17일부터 일제 단속에 나선다.
오는 10월까지 전개될 이번 단속에서 경찰은 관리회사나 상인연합회, 번영회 등을 빙자해 보호비·청소비 등의 명목으로 월정액을 징수하거나 영업권을 갈취하는 행위를 집중 점검할 방침으로 대전지역에서 어떤 파장이 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