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행위는 총살감이야" 위협받는 세종시 교권
"그런 행위는 총살감이야" 위협받는 세종시 교권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6.11.30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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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교육청 올해 교권침해사례 24건 집계, 지난해 대비 2배 가량 늘어

   세종시 모 초등학교의 교권 침해 사례와 관련한 교권보호위원회 심사 결과를 두고, 전국교직원노조를 비롯해 교육과정평가회 측이 반발하는 피켓시위를 열고 있다.
"어떤 근거로 우리 아이에게 청소를 시켰습니까. 규정에 없는 청소를 시킨 것은 군대로 치면 총살감이야."

세종시 모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여교사 A씨는 최근 학부모 B씨와의 면담에서 이 같은 막말을 들었다. 자녀의 생활지도에 불만을 품고 학교를 찾은 이 학부모는 A씨를 거칠게 몰아붙이며 교장에게 징계를 요구하기까지 했다. 결국 이 교사는 병가를 내고 한달 여 휴직하는 등 후유증을 겪어야 했다.

세종시 일선 학교 교사들의 교권침해가 심각한 수준이다. A씨의 경우처럼 학부모가 학교에 찾아와 폭언하는 사건까지 벌어지면서 교권 추락이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는 지적이다. 교권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30일 세종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10월 31일 기준)에만 폭행 3건, 폭언과 욕설 9건, 성희롱 2건, 수업진행 방해 2건, 기타 1건, 학부모 4건 등 총 24건의 교권 침해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14건) 대비 2배에 달할 정도로 급증한 수치다.

학생들의 교권침해도 문제지만 최근엔 A씨의 경우처럼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 사례가 더 큰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초등학교의 경우 학생들이 나이가 어리다보니 생활지도 과정에서 교사와 학부모간 마찰이 잦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초등학교의 경우 학생들에 의한 교권침해 사례는 전무한 반면, 학부모들의 침해 사례는 2012년 0건, 2013년 1건, 2014년 1건, 2015년 1건, 2016년 3건 등으로 꾸준히 집계되고 있다.

그렇지만 이는 겉으로 드러난 것일 뿐. 현장에선 교사들이 업무를 보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 수없이 벌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사들에 따르면 지속적으로 전화해 불만을 토로하는 것은 물론 교장·교감에게 항의 방문과 전화, 지도에 대한 간섭과 폭언 등이 비일비재하다는 전언이다.

교사들이 적극적으로 맞서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교권침해사례가 더욱 많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문제는 교사들의 편에 서서 입장을 대변할 제도적 기반이 부실하다는 것이다. 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가 발생할 경우 관리자급에서 문제를 덮기 바쁘다는 것이다. 피해를 당한 A씨는 "학교측에선 교사의 입장을 배제한 채 학부모 입장에서만 사건을 처리했다"며 교권보호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한 상황이다.

   세종시 일선 학교 교사들의 교권 추락이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세종시교육청이 운영하고 있는 교권보호지원센터>
시교육청이 지난 7월 의욕적으로 출범시킨 교권보호지원센터 역시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전담인력용 사무공간과 상담·치유 등을 위한 공간을 구비한 센터는 센터장(교원인사과 장학관)과 업무담당 장학사 1명, 업무지원 주무관 1명, 그리고 법률 상담을 위한 상근변호사로 구성됐지만, 정작 피해 처리 과정에선 역할이 미비하다는 것이다.

전교조 한 관계자는 "교권보호지원센터 측에선 쉽게 중립적인 위치에 서서 양비론적 입장만을 취하고 있다"며 "교사들의 입장에서 교권 침해에 대해 명확한 판단을 내려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교권보호위원회도 마찬가지다. A씨가 학교 측의 일처리에 반발해 사건 재심의를 청구했지만 결과는 고작 "교권침해소지가 있어 보이지만 교사의 미흡한 조치에 의한 면도 있다"며 교사와 학부모간 화의를 권고한 것이 전부였다.

특히 교권보호위원회에서 내려지는 결과가 구속력이 없다보니 유명무실한 위원회라는 비판도 나온다. 교권 침해에 대해 강력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제도적 기반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교사들의 피해만 커지고 있다. A교사는 "세종의 경우 학부모들에 의한 교권 침해 사례가 너무 많아 업무를 보기 힘들다"며 "세종에 전입한 지 3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교육여건이 좋지 않아 타 지역으로의 전출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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