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주범', 대통령 박근혜
'사실상 주범', 대통령 박근혜
  • 김선미
  • 승인 2016.11.21 08:24
  • 댓글 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선미칼럼]닉슨은 거짓말하고 사건 은폐 때문에 물러났는데...

‘국익은 개인의 이익에 우선돼야 한다’며 권좌에서 물러난 닉슨

   김선미 편집위원
하도 당황스러워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딴 나라 상황을 목격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편안히 쉬어야 할 일요일 오후,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피의자로 입건되는 충격파에 이어 날아든 검찰수사에 불응하겠다는 청와대의 강경 대응은 억장이 무너지게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을 향해 또 한 번, 멀쩡한 사람들이 오히려 자신의 정신 상태를 의심케 하는 메가톤급 강펀치를 날린 것이다.

검찰 수사에 응하지 않겠다니, 그렇다면 두 차례의 사과는 도대체 뭐란 말인가. 지난 11월4일 박근혜 대통령은 울먹이기까지 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 모든 사태는 모두 저의 잘못이고 저의 불찰로 일어난 일입니다. 앞으로 검찰은 어떠한 것에도 구애받지 말고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밝히고, 이를 토대로 엄정한 사법처리가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필요하다면 저 역시 검찰의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이며,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습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형사 피의자 된 대통령, 대국민 사과 뒤집어
그런데 이를 뒤집은 것이다. 검찰조사 불응으로 대국민 사과가 결국은 대국민 거짓말이었음을 만천하에 입증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검찰의 공소장에는 박 대통령이 법적 책임에 앞서 정치적 도덕적 책임을 면키 어려운 부분이 발견된다.

박 대통령은 첫 번째 사과에서 문서 유출과 관련해 연설문과 홍보 일부만, 그것도 청와대 보좌체계가 갖춰지기 전까지만 최 씨로부터 의견을 구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2013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47건의 기밀문서를 포함 180건의 문서를 유출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의 해명대로라면 검찰이 증거를 날조했거나 아니면 청와대 보좌진은 대통령 취임 이후 무려 3년이 넘도록 갖춰지지 않은 셈이다.

검찰은 20일 '비선 실세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등을 일괄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대통령과 공모하여’라는 표현을 명확히 밝혔다. 이에 근거해 박 대통령의 공모 혐의 8가지를 적시했다.

재단 관련 대기업 출연, 기밀문서 유출 등 대통령의 8가지 공모 혐의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774억원대에 이르는 대기업 출연에 깊숙이 관여한 것은 물론이고 국가기밀인 장.차관급의 인사내용을 담은 청와대 대외비 문서 유출 혐의에 더해 심지어 최순실 씨 딸인 정유라 친구 부모 사업의 민원해결까지 지시하거나 암묵적 동의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쯤 되면 말이 공범이지, 대통령이라는 막중한 위치로 보나 막강한 권력의 범위로 보나 ‘사실상 주범’이나 다름없다.

청와대 측은 검찰 발표 후 대통령이 자신을 방어할 권리마저 박탈당했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사태를 이 지경으로까지 몰고 온 사람이 누구인가? 검찰은 대통령의 조사일정을 미루고 또 미루며 애원하다시피 거듭거듭 조사를 촉구했다. 아마 현직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구인장을 발부했거나 체포했을 것이다. 충분히 대통령 예우를 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 수사에 불응하겠다는 것은 누구보다 법을 준수해야 할 대통령이 공권력 무력화를 앞장서 조장하는 거나 다름없는 일이다.

검찰 수사 불응하는 청와대의 시간끌기, 특검 협조인들 믿을 수 있나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한, 국민 앞에서 한 약속을 한 순간에 뒤집는 판에 특검에 협조하겠다고 하는 것인들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이마저도 또 다시 뒤집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대통령 권한인 특별검사 임명부터 거부하면 그만이다. 설령 특별검사를 임명했다 하더라도 중립성 여부에 시비를 걸며 조사거부의 논리를 만들어 버티면 들끓는 퇴진 여론에 귀 닫은 것처럼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물러날 때 물러나는 것이야 말로 개인의 이익에 앞 서 국가와 국민에게 무한 책임을 져야 하는 대통령의 자세이다. 
청와대의 강경 돌파는 결국 탄핵을 유도해 시간을 끌며 장기전으로 가겠다는 국면전환용 전략으로 읽힌다. 국회의 탄핵 발의와 헌법재판소의 재판이 진행되는 긴 시간동안 국민들은 지치고 관심도는 떨어지는 반면 반사적으로 지지층은 결집해 국정운영 동력을 회복할 수도 있고, 또 어쩌면 무죄 판결이 날 수도 있다. 설령 탄핵 결정이 난다해도 시간을 끌다보면 강제 퇴진당하지 않고 임기를 마칠 수도 있다. 운이 좋으면 말이다. 그러나 그 사이 국정혼란으로 국민의 삶은 도탄에 빠지고 나라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 것이다.

나라야 혼란에 빠지거나 말거나 임기 마치겠다는 청와대의 애국
“대통령으로서, 저는 미국의 이익을 앞세우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외적으로는 평화, 대내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이 없는 번영을 위해서 전력을 기울여야 할 시기에, 내 개인의 무고를 증명하기 위해 몇 달씩 싸움을 계속하게 되면, 대통령과 의회 모두의 시간과 관심이 그곳에 거의 모두 빼앗길 것입니다. 국익은 개인의 이익보다 우선돼야 합니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탄핵 위기에 몰린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이 권좌에서 물러나며 발표한 연설 내용 중 일부이다. 잘 알다시피 닉슨 대통령이 강제로 퇴진한 것은 도청 그 자체보다 이를 은폐하고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누구보다 애국과 국익을 강조해 왔다. 대통령이라는 막중하고 무거운 직은 지금 불거지고 있는 의혹만으로도 그만두어야 할 이유가 백 가지 천 가지가 넘는다. 물러날 때를 알고 물러나는 것, 그것이야말로 개인의 이익에 앞서 국가와 국민에게 무한책임을 져야 하는 대통령의 책임 있는 자세일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3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프로필 2017-01-11 01:36:18
김선미 편집위원이 평소 무엇을 하던 사람인가요?
매우 궁금하넹

미칭 2016-11-22 12:40:49
우이독경도 힘든데
계이독경을 요구?

속터짐 2016-11-21 09:08:57
닭귀에 경읽기
계이독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