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1+1이 아니다”
“대통령은 1+1이 아니다”
  • 김선미
  • 승인 2016.11.14 08:2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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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칼럼]동네 아줌마들의 계모임보다 못한 국가의 사유화

나라를 수렁에 빠뜨린 박근혜 대통령과 40년 지기 최순실 게이트

   김선미 편집위원
# 막장 드라마의 대명사로 불린 임성한 작가도 울고 갈, 상식선에서는 도무지 이해불가한 황당무계한 일들이 최순실 게이트라는 이름 아래 21세기 대한민국을 수렁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게 나라냐” “대통령은 1+1이 아니다” “차라리 꿈이었으면 좋겠다” “내 나라가 이럴 수는 없다”는 누리꾼들의 댓글처럼 작금의 상황들이 어떻게 현실일 수 있을까? 부족장이 지배하는 원시부족국가도 아니고 OECD 회원국에 세계 11위의 경제규모를 자랑하는 나라에서 말이다.

만기친람형 대통령다운 국정운영 스타일 탓인지 친히 국. 과장을 내친데 이어 이제는 하다하다 성형이 전문인 최측근의 단골 의원까지 시시콜콜 챙겼다는 보도까지 나오는 판국이다.

바닥을 알 수 없는 수직의 지하 갱도 같은 전대미문의 국정농단
퍼내도 퍼내도 마르지 않는 화수분처럼 고구마 줄기 뽑히듯 줄줄이 이어지는 이 막장 국정의 끝이 도대체 어디일지 가늠조차 되질 않는다. 바닥을 알 수 없는 수직의 지하 갱도 같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대형 사고는 예측하지 못하는 어느 한 순간에 갑자기 오는 것이 아니라 그 전에 이미 여러 건의 작은 사고와 그보다 더 많은 이상 징후들이 존재한다. 이를 증명한 하인리히 법칙처럼 수많은 이상 징후들은 국민 앞에 ‘외로움’을 토로하는 ‘애처로운’ 대통령 주변에 이미 넘치도록 충분히 깔려 있었다.

단지 알고도 외면했거나 애써 보려하지 않았을 뿐이다. 청맹과니처럼 멀쩡히 눈 뜨고도 제대로 보지 못한, 아니 보려하지 않은 무지, 편견에 사로잡힌 비이성적, 비합리적 판단의 결과가 현직 대통령이 개입한 전대미문의 국정농단이라는 비현실적 드라마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청맹과니처럼 외면한 대형사고 앞에 깃들인 수많은 불길한 징조들
# 지난해 스페인 여행 중 사라고사에 들른 건 순전히 프란시스코 고야 때문이었다. 사라고사는 18세기 스페인의 대표적 화가인 고야의 고향이었다. 미술이라면 머리부터 흔들거나 손사래를 치는 사람도 침대에 비스듬하게 누워 도발적인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우리에게는 ‘마야’라는 이름이 더 익숙한, 신성 모독 논란을 일으킨 <벌거벗은 마하>와 <옷 입은 마하> 그림 정도는 기억할 것이다.

사라고사 필라 대성당 소속 화가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해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난 해에 궁정화가가 된 고야는 이런 화사한 그림만 그린 것은 아니었다. 스페인과 프랑스의 전쟁, 프랑스 대혁명을 겪으며 이성이라는 이름 아래 감춰진 광기를 어두운 색조와 거친 붓질로 담아냈다.

마녀와 악마에 사로잡힌 미신이 지배하는 스페인의 사회 풍조와 부패한 가톨릭 교회의 실상을 고발한 《카프리초스》(Caprichos, 변덕)도 그런 작품 중 하나다. 온갖 추하고 기괴한 악마와 괴물들이 등장하는 <카프리초스> 판화집에 고야는 “이성이 잠들면 괴물이 깨어난다.”는 부제를 붙였다.

고야는 이러한 제목을 붙인 까닭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 …… 모든 문명사회는 수 없이 많은 결점과 실패로 가득 차 있다. 이는 악습과 무지, 당연한 것이 되어버린 이기심으로 인해 널리 퍼진 편견과 기만적 행위에 의한 것이다.”

“이성이 잠들면 괴물이 깨어난다”...무지 편견 기만적 행위에 대한 경고
# 어렵고 외로울 때 도움을 준 최순실이라는 40년지기와 문고리 3인방, 그 밖의 권력 실세들이 한 묶음이 되어 벌인 전무후무한 헌정질서 파괴, 동네아줌마들의 계모임보다 못한 국가의 사유화, 허술하기 짝이 없는 국정운영 등등. 국정농단의 처음과 끝에 박근혜 대통령이 있음은 너도 알고 나도 알고 있다. 투표권이 없는 십대의 여고생도 알고 있는 사안이다.

작금의 촛불 집회는 '이성이 잠들면 괴물이 깨어난다'는 고야의 무시무시한 그림들이 다시금 떠올리게 하고 있다.<사진은 세종 호수공원 집회에 참여한 세종시민들>
그런데 유독 당사자인 대통령만 상황인식이 안 되고 있다. 무엇이 잘못이고 무엇이 문제인지 말이다. 왜 아무런 직함도 없는 민간인에게 국가기밀이 담긴 대통령의 연설문과 국정운영이 담긴 회의록을 유출해서는 안 되는지,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이 왜 총수들과 독대하고 대기업에 손을 벌리면 안 되는지, 측근과 관련한 사안들을 챙긴 시시콜콜 깨알 같은 지시가 왜 잘못된 일인지 여전히 잘 모르는 것 같다. 국가경제와 국민의 삶을 위해 한 일이라는 대통령의 순수한 마음이 왜 아무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지 말이다.

형광등 100개를 켜놓은 듯한 아우라의 결말은 광장의 촛불 쓰나미로
몇몇 심리학자와 정신분석가는 박근혜 대통령이 등 떠밀려 하기 싫은 대통령직을 억지로 맡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지만 그건 아닌 것 같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상황인식은 안 돼도 권력을 내놓는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너무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이에 대한 학습효과는 확실 할 테니까 말이다.

형광등 100개를 켜놓은 듯한 아우라의 결말이 광장에 모인 백만 개의 촛불로 타오르는 진짜 이유를 박근혜 대통령은 끝내 모를 것 같다. 주어와 ‘왜’와 ‘어떻게’가 없는 유체이탈 화법으로 점철된 95초짜리 녹화 사과와 9분짜리 대국민담화문은 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이 상황이 더 공포스럽다. ‘이성이 잠들면 괴물이 깨어난다’는 고야의 무시무시한 그림들이 다시금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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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 2016-11-16 12:32:28
글 솜씨가 대단하심

2016-11-15 10:31:01
그 보다 더 못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서민의 삶을 경험해 보지 않은 분께 투표한 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