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포자들도 즐거움과 희열 느껴보자"
"수포자들도 즐거움과 희열 느껴보자"
  • 김대욱
  • 승인 2016.11.09 09:04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교단일기] 한솔고 김대욱 교사, "수학... 문제 푸는 것에만 집착 말아야"

 
   한솔고등학교 김대욱 교사
수포자.
‘수학을 포기한 자’라는 뜻이다. 수학선생님들은 이 수포자들을 보며 항상 마음의 짐을 지고 있다. 아이들을 수포자로 만들지 않기 위해 조금 더 즐겁고 재미있게 수학을 가르치기 위한 수학선생님들의 노력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조치원여중에 근무했을 때부터 혁신학교의 기본이 되는 배움의 공동체를 수업에 접목하려고 했지만, 수학과목 특성상 전반적으로 배움의 공동체를 적용하기가 힘들어 보였다. 특히, 난해한 내용을 다루고 대입을 생각해야하는 고등학교에서는 쉽지가 않았다.

하지만 배움의 공동체 효과가 가장 많이 드러나는 것도 수학과목이 아닐까 싶다. 수학 내용을 서로 묻고 배우는 관계 속에서 배려와 나눔이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그래서 내가 교실에서 가장 중요하게 추구하는 것이 서로 자유롭게 궁금한 내용을 묻고 배우는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다른 친구들의 풀이를 보면서 나와 다른 점을 찾아 발견하고 질문과 토론을 통해 오류를 수정해가는 과정을 겪으면서 아이들은 자신의 실력을 한층 더 향상시킬 수 있다.

하지만 수포자들은 이미 수학에 대한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있고 수학을 기피, 혐오하기까지 한다. 그런 아이들에게 수학을 조금 더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게끔 도와주려는 노력이 전국 각지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그런 것들 중에 하나가 바로 수학축제이다. 다양한 체험부스를 통해 우리 생활 가까이에 있는 수학을 보고 체험하면서 수학에 대한 흥미를 발견하고 자신감을 향상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세종시에도 올해로 3회를 맞이한 ‘세종수학축제’가 지난 9월 24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다른 교과에 비해 가장 많은 시간을 학생들과 접하면서도 학생들에게 좌절감과 무력함을 주기도 하는 수학을 보고 만지고 생각하는 활동수학을 통해 가깝고 흥미롭게 다가가기 위한 방법들 중의 하나이다.

   지난 9월 열린 세종수학축제에 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참여한 모습
해마다 규모가 커지고 있는 이번 ‘세종수학축제’에는 수학 체험부스가 무려 60여개나 마련되었다. 세종시의 규모를 생각하면 거의 모든 학교에서 한 부스씩 운영하는 셈이었다. 세종시 수학선생님들의 열의와 노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한솔고에서도 수학동아리 아이들이 주축이 되어 ‘카드 별다면체 만들기’와 ‘스퀘어컬리큐 만들기’ 부스를 2개 운영했다. ‘카드 별다면체’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만들기가 까다로움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생들이 참여하여 주었고, 심지어 바닥에 앉아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열심히 만드는 아이들도 있었다. 수학을 사랑하는 아이들의 열정이 느껴져서 정말 뿌듯했다.

‘스퀘어 컬리큐’는 비교적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내용이라 초등학생들도 참여할 수 있었다. 고등학생들은 자리가 없어서 서서 참여할 정도로 많은 학생들이 와주었다. 대략 400여명의 학생들이 체험을 했다. 도우미 아이들은 쉴 새 없이 학생들에게 설명하고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등 많은 수고를 해주었지만, 지친기색 하나 없이 웃으며 설명해주는 아이들이 무척이나 대견하고 기특했다.

‘세종수학축제’에는 수학 체험부스만 있는 것이 아니다. 과학체험, 직업체험, Math tour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있었고 ‘구조물 경진대회’와 ‘수학 용어디자인’ 및 ‘수학 시화’도 전시되었다. ‘구조물 경진대회’에서 아이들이 카프라(나무조각)를 하나하나 심혈을 기울여 쌓으면서 자신들이 구상한 구조물을 완성하는 모습이 얼마나 예뻐보였는지 모른다. 딱딱하고 재미없어 보이는 수학 내용 하나하나에 저마다의 감성을 녹여 만든 품격 있는 ‘수학 시화’와 수학 기호에 다양한 창의적인 발상을 깃들여서 만든 기발한 ‘수학 용어디자인’을 보면서 연신 감탄을 쏟아냈다.

1회 때부터 세종수학축제에 참여하면서 다양한 작품을 봐왔는데 해를 거듭할수록 우리 아이들의 실력이 일취월장하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이제는 다른 시도에 견주어도 손색없을 정도로 좋은 작품들이 등장하는 것을 보며 세종시의 수학선생님으로서 자부심이 생겼다.

   세종수학축제에 참가한 도우미 아이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수학 문제만 잘 풀면 좋은 성적을 내는 경시대회는 수포자들에게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이다. 수학축제를 통해 느낀 것은 학교에서 수학성적이 높은 학생들이 수학체험에도 관심이 많고 뛰어난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선입견을 버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수학문제를 잘 푸는 학생들도 체험부스나 구조물 경진대회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경우도 많았고, 수학문제를 잘 풀지는 못하지만 체험부스나 구조물 경진대회에서는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는 학생들을 보며 우리가 그동안 너무 수학문제를 푸는 것에만 집착한 것은 아닌지 뒤돌아보게 되었고, 학생들의 수학적 창의력을 길러주기 위한 노력이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스스로를 수포자라 부르는 안타까운 아이들도 수학적 창의력을 계발해서 수학에 대해 흥미를 갖고 자신감이 높아지면 수학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수학을 포기하지 않는 학생으로 변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수학선생님들이 느끼는 수학이 주는 즐거움과 희열을 모든 아이들이 경험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내년 세종수학축제도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멋지게 치러지길 기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권효완 2017-07-11 21:20:31
김대욱 선생님 정말 멋있으십니다 !!!!!!!

고2문과 2016-11-09 16:33:19
수포자 교재는 닥터링 수학이란 교재가 있더라고요..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