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운명의 갈림길은 어디에서 올까
인간 운명의 갈림길은 어디에서 올까
  • 임영호
  • 승인 2016.11.04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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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칼럼]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에서 답을 찾다

   인간들의 운명의 갈림길을 찾아주는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저서 '총,균, 쇠'
흑인은 열등한 종족이고 백인은 우월한 혈통인가.

책 이름이 범상치 않다. 《총,균,쇠》. 퓰리처상을 받았다. 총(Gun)은 무기인 총이고 균(Germs)은 질병의 원인인 병원균이고 쇠(Steel)는 문명이나 산업을 뜻한다.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1937~)는 캘리포니아 주립대의 문화 인류학 교수이다. 《총,균,쇠》에서 저자는 지난 1만 3천년 동안 복잡한 인간사회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인간사회의 다양한 운명의 갈림길이 생물학적 차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지리적, 생태학적 환경적 요인에 의해 오는 것이라고 말한다.

뉴질랜드에서 800km 떨어진 폴리네시아의 경우를 예로 든다. 이 섬에는 2개의 대표적인 부족이 있다. 모리오족과 마오리족. 소수족인 모리오족은 고립하여 사는 수렵채집민이고, 다수족인 마오리족은 인구밀집 지역인 농경민사회에 속하여 있다. 이처럼 작은 섬에서도 환경적 차이로 다양한 사회가 존재하는데 지구 전체는 어떤지 상상해 보라.

세계지도에서 각 내륙의 모양과 방향을 비교해 보자. 남북 아메리카는 남북으로 길게 되어 있고, 파나마 지역에서는 아주 좁아진다. 아프리카의 경우도 주요 축이 남북방향이다. 그와 대조적으로 유라시아는 동서 방향이다. 축의 방향은 농작물과 가축은 물론 문자와 각종 발명품들의 전파속도에도 영향을 주었다. 유라시아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총기와 병원균, 금속문명을 발전시킬 주도적인 위치를 선점했다.

식량생산은 각 민족의 운명을 결정하는 주요 원인이다. 총기, 병원균, 쇠가 발전하는데 필요한 선행조건이다. 근대 제국의 통치의 힘은 문자이다. 이 문자가 생산된 곳은 식량생산이 가장 먼저 시작된 곳이다. 문명사회의 특징인 진보된 기술, 중앙 집권적 정치 조직 등 복잡한 사회의 특징은 잉여식량의 축적이 가능한 인구밀도가 높은 정주사회에서 나타난다.

식량생산은 작물화, 가축화와 밀접한 관계에 있다. 동식물의 가축화, 식물화로 잉여식량이 생기면서 사회는 혁신적인 정주형 사회로 발전하고, 중앙집권화와 계층화가 되었다.

야생식물과 야생동물의 종류의 분포는 대륙에 따라 다르다. 유라시아 지방이 종류도 많고 작물화, 가축화 비율도 높다. 식량생산을 최초로 한 지역은 중동의 비옥한 초승달 지대이다. 이 지역을 중심으로 동서로 13,000km나 되는 유라시아 전 지역에 급속히 확산되었다. 같은 위도 상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동일한 기후대이다. 낮의 길이가 같고, 계절의 변화도 같다. 이는 생물 성장과 관계가 깊다.

남북 측이 19,000km인 남북 아메리카는 위도의 차이로 기후가 다르고, 유전자 조건이 달라서 문명의 전파에 한계가 있다. 열대 아프리카 농작물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피시 강을 건너갈 수 없었다. 그 너머의 지중해성 기후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야생동물의 종류도 유라시아가 가장 많다. 그 중 가축화된 종도 가장 많다. 지금부터 일만 년전, 정주 형 농경 목축사회가 생겨난 후, 서남아시아에서 처음으로 가축화가 시작되어 15세기부터 유럽 전 지역으로 퍼져 나갔다.

   '총, 균, 쇠'의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

사하라이남 남아프리카의 포유류와 오스트레일리아는 단 하나도 가축화 되지 못했다. 이들 대부분은 동물들이 육식성으로 사람을 해칠 수 있고, 15년 이상 긴 성장기간으로 감금하여 살 수 없고, 무리를 이루며 살아야 하는 것들이다. 남북 아메리카는 약 13,000년 전 최종 빙하기 말기에 80% 가량이 멸종되었다. 이곳에서 단 5종의 동물만이 가축화되었다.

가축은 병원균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 각종 병원균은 동물에서 나와 인간에게 옮겨 진화한다. 무기류, 기술, 정치조직 등의 우월만으로 유럽인들이 비유럽인 들을 정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랫동안 가축과 함께 살아온 유럽인들을 포함한 유라시아인 들은 이미 항체가 형성돼서 저항력이 있으나 처음 인간과 접한 신세계 민족들은 속수무책이었다. 유럽의 총칼에 의해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은 아메리카 원주민보다도 유럽의 병원균에 의해 병상에서 목숨을 잃은 원주민수가 더 많다.

1532년 잉카의 황제 아타우알파와 스페인의 정복자 파사로가 마주쳤다. 파사로는 말을 탄 62명의 병사와 106명의 보병이 전부였고, 아타우알파는 80,000명에 이르는 대군을 지휘하고 있었다. 스페인 군대는 우월한 무기로 많은 사상자를 냈지만 그것만으로 잉카제국의 멸망을 설명할 수는 없다. 1526년, 유럽에서 육로로 들어온 천연두가 잉카족 대부분을 몰살시켰다. 이 질병들은 동물에서 유래되었는데 신세계는 가축화 된 동물이 극히 적기에 인디언들은 그런 질병에 노출된 적이 없어 면역성이나 유전적인 저항력이 전혀 없었다.

끝으로 관심을 끄는 주장이 있다. 저자는 중국이 세계정복에서 유럽에 뒤진 원인을 기존의 이론과 다른 이유를 들었다. 중국은 15세기 이전까지 적어도 기술에서 유럽을 이끌었다. 중국은 일찍부터 통합된 반면에 유럽은 분열되어 있었다. 분열된 유럽은 박해받는 개혁자에게 피난처와 그 밖의 많은 지원을 해준다.

《총,균,쇠》의 증보판에 일본인의 조상은 한민족인가에 대한 자기 의견을 실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일본인의 조상은 한인이라고 말하고, 성장기를 함께 보낸 쌍둥이 형제와 같다고 덧 붙였다. 기원전 400년 무렵 이후 일본으로 대량으로 이주한 한반도인 들이 일본인들의 조상이라는 것이다. 일본들은 이에 침묵을 지키고 있다. 그들은 내재적 발전론을 주장했다. 저명한 학자가 주장한 것이니 설득력이 있다.

 
     
 
 
임영호, 대전 출생, 한남대, 서울대 환경대학원 졸업, 총무처 9급 합격, 행정고시 25회,대전시 공보관, 기획관, 감사실장, 대전 동구청장, 18대 국회의원, 코레일 상임 감사위원(현),이메일: imyoung-ho@hanmail.net

《총,균,쇠》는 유전학·언어학·고고학을 넘나들며 방대한 근거를 제시했다.
우리가 가진 인종이나 지역에 대한 편견에 균형추를 달아 주었다. 서울대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가장 많이 읽어본 책이라고 한다. 책 분량은 많으나 술술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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