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국악인 류재성 선생 흥보가 완창
늦깎이 국악인 류재성 선생 흥보가 완창
  • 신도성 기자
  • 승인 2016.10.31 0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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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지역서 세 번째로 시도 “동초제 소리 보급에 진력할 터...”

 규문 류재성 선생이 대전서구문화원 아트홀에서 세 시간 동안 동초제 흥보가를 완창하고 있다. 
“우리 소리는 좋은 것이여. 그렇지, 아먼” 3시간 동안의 흥보가 완창 동안 객석은 후끈 달아올랐다. 수자원공사에서의 오랜 공직 생활을 뒤로 하고 퇴직 후 판소리를 만나 제2의 인생을 열고 있는 늦깎이 소리꾼 규문(圭門) 류재성 선생(66)이 명창도 힘들다는 3시간짜리 흥보가를 30일 오후 3시부터 대전 서구문화원 아트홀에서 300여 명의 관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규문 류재성 동초제 판소리 흥보가 완창발표회“라는 타이틀로 완창에 성공했다.

류재성 선생은 수자원 공사에서 30여 년 근무하고 퇴임 후 한국한문교사대전연수원에서 한문을 공부하다가 2009년 정왕(玎旺) 손영준 선생의 판소리교실에서 판소리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2012년 4월 스승인 손영준 선생이 흥보가 완창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고 박동진 선생의 지정 고수였던 주봉진 선생이 “정왕 손영준 선생의 흥보가 완창은 충청지역에서 박동진 선생에 이어 두 번째로 국악계에 의미 있는 공연”이라는 말을 듣고 무심코 “내가 세 번째로 완창해볼까”라고 던진 한마디가 공언이 되어 그해 겨울부터 스승인 정왕 선생으로부터 사사받기 시작했다.

 류재성 선생이 고객을 향해 흥보의 형 놀보의 심술을 흥미진진하게 묘사하고 있다.  
류재성 선생은 직장에 다니면서도 열공을 하여 충남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해 여러 대학에서 강사를 역임하는가 하면 시인으로 등단하여 대전문인협회 이사, 동시대문학동인회장 등으로 문단에서도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여기에다 늦게 배운 판소리에 밤새는 줄 모를 정도로 판소리 사랑은 어느새 전문가 경지에 올라 전국적인 명창 대열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정왕 선생의 엄격한 가르침과 본인의 열정으로 고창모양국악경연대회 판소리 대상, 서리풀국악경연대회 최우수상, 남도전통에술국악경연대회 판소리 명인부 우수상 등을 수상했다.

이날 열린 ‘규문 류재성 동초제 판소리 흥보가 완창 발표회’에는 정왕 손영준 선생과 국악인, 권득룡 대전문인협회장, 최화복 한국한문교사 대전연수원 명예원장, 배옥영 원광대 교수 등 관객 300여 명이 참석하여 시종 추임새를 넣어가며 3시간 동안 흥보가 완창을 이끌었다.

이날 류재성 선생에게 동초제 흥보가를 가르친 정왕 손영준 선생은 “5년 전에 이 자리에서 흥보가를 완창한 후, 인생의 전기기 되어 어려울 때마다 자신감이 생겼다”며 “판소리에는 가사 속에 교훈적인 요소가 많고 건강에도 좋아, 많은 사람들에게 배우기를 권한다”고 말했다. 손 선생은 또한 “오늘 3시간 동안의 흥보가를 위해 6년 간 각고의 노력을 한 류재성 선생의 도전정신에 박수를 보낸다”고 격려했다.

 흥보가를 완창한 후 스승인 정왕 손영준 선생이 무대에 올라 격려하고 있다,.
송재민 대전서구문화원 사무국장의 사회로 열린 흥보가 완창 1부에는 흥보가 초입부터 제비노정기까지 임청현 고수의 북과 함께 진행됐다. 이어 잠시 막간을 이용해 김정례(예술마당 대표)씨와 그의 제자들이 한국무용을 추었고, 2부에서는 윤용미 고수(윤용미 난타세상 대표)와 함께 박타는 대목에서 제비 후리러 나가는 대목까지 열창하며 흥보가 대미를 장식해 기립박수를 받았다.

이번 흥보가 완창은 충청지역에서 박동진 선생 이후 세 번째로 동초제의 전통을 이어가는 국악인들에게 분발심과 자긍심을 심어주었다.

“오랜 공직 생활을 뒤로 하고 준비되지 못한 생활의 공백으로 허허로운 일상을 보내던 중 정왕 선생님을 만나 판소리를 배우게 된 것은 내 인생의 행운이었다”며 “재주가 없는 데다가 뒤늦게 판소리를 접했던 터라 언감생심 무모한 일이라 생각했지만 ‘부지런히 힘쓰면 부족한 재주를 보충할 수 있다는 근능보졸(勤能補拙)’을 좌우명 삼고, 배움에는 오직 겸손해야 한다는 서경의 유학손지(唯學遜志)의 자세로 소리 공부에 임했다”고 밝히는 류 선생은 이번 완창을 위해 하루 8시간 이상 맹연습하면서 몸무게가 6㎏이나 줄었다고 한다.

무모하다고 여긴 것이 현실화되면서 ‘3시간짜리 원맨쇼’ 흥보가 완창을 끝낸 류재성 선생은 “겨우 점 하나를 찍은 것에 불과하다”며 “이제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또 다른 완창을 준비하여 명창이 되어 판소리 보급에 일조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막간을 이용하여 찬조출연으로 한 김정례 무용단이 우아한 한국무용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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