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중앙 아구집도 있네"
"어~ 중앙 아구집도 있네"
  • 김중규 기자
  • 승인 2016.10.25 09:2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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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치원 옛 사진전]<중>세종문화원 '민속문화의 해' 맞아 기획

   조치원 사진전은 까까머리 검정고무신 세대들에게 옛 추억을 살려주고 있다.
요즘 세대는 나이키(Nike) 세대다.
어렵고 배고팠던 시절 얘기가 이들에게 실감이 날 리가 없다. 하지만 알고는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가끔씩 꺼내기도 한다. 그 때 마다 벽을 보고 좌절을 느끼지만 그래도 검정 고무신 세대들은 ‘과거 알리기’를 계속해야 한다.

‘조치원 사진전’은 검정고무신들의 이야기가 묻어 있다.
1960년대 ‘영빈루’(迎賓樓)에서 자장면을 먹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점심시간, 꽁보리밥에 김치 쪼가리를 싸간 까까머리 초등학생을 두고 영빈루에서 배달해온 선생님의 자장면 냄새는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내 커서 돈벌면 자장면 곱빼기로 시켜먹으리라. 훗날 곱빼기를 먹고 돈도 곱빼기로 내려했던 해프닝... 참으로 잊지 못한다. 그게 그 사진 속에 들어있다.

먹거리가 뭐가 있었나. 외식은 꿈도 못 꾸면서 보리 고개를 간신히 넘어야 했던 시절. 사랑은 그 어려움 속에서도 있었다. 여학생들과의 은밀한 만남을 위해 아버지에게 책값을 타냈던 일. 그리고 설레는 마음 주체하지 못한 체 헐래 벌떡 찾아간 ‘맛싸당’. 거기에서 황순원의 ‘소나기’는 시작되었다.

찐빵 집의 작은 공간은 어떠했는가.
모락모락 김나는 찐빵은 왜 밖에다 내놓았는지...한겨울 엄마가 만들어준 털모자에다 뜨개질 장갑, 한껏 멋을 낸 체 찾은 빵집은 시쳇말로 로맨틱한 공간이었다. 그 다음 얘기는 생략하지만... 그 속에 잔뜩 묻어있던 내 기억이 삼립 빵이라는 대량생산에 밀려 하나 둘 씩 시야에서 사라져갔다. 어디 그 뿐인가. 시퍼런 통에 냉기가 가득한 아이스케키의 운명도 그랬다. 해태 브라보 콘이 나오면서 한 여름 아이스케키 녹듯이 없어졌다. 대기업이 골목상권을 다 죽인 셈이다.

그 시절 교회는 구휼(救恤)기관이었다.
성탄절의 의미도 모른 체 ‘딱딱한 우유’와 ‘티 밥’에 눈이 멀어 무조건 교회를 찾았다. 목사님의 설교는 왜 이렇게 길고 긴지, 지치도록 설교를 한 후 나오는 배급은 기다린만큼 보람을 가져다 주었다. ‘가성비’라고 하던가. 그게 넘쳤다. 조치원 성결교회, 감리교회, 장로교회가 이 사진 속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그 곳에서 추억을 되살리는 일은 정말 어렵지 않았다.

양복점 앞에서 정장차림에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 신작로(新作路)를 점령하고 얼짱 각도로 기념사진을 찍은 누님, 통 기타가 유행했던 시절 몇 번에 걸쳐 사전 답사했던 광성 음악사, 참새전문집 ‘유명집’, 자랑거리 파이로트 만년필을 팔았던 ‘광성당’, 컬러 사진 찍고 고이 간직했던 1970년 대 말 평리 거리...
조치원 사진전은 나이키 세대의 교육용이 아니더라도 장년층에게는 아스라한 기억을 되살려 주었다. 돌아가기는 싫지만 기억은 하고 싶은 '아 ~ 옛날이여'다. <사진을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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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담동 2016-10-29 19:33:03
조치원 옛 거리 참 정겹습니다..옛 생각이 솔솔 나네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