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으로 장애 극복 자신감 생겼어요”
“복싱으로 장애 극복 자신감 생겼어요”
  • 신도성 기자
  • 승인 2012.10.13 00:1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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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인]조치원권투체육관에서 희망 키우는 외팔이 복서 이경우씨

조치원 권투 체육관에서 오른 손을 샌드백을 두드리는 이경우씨. 그는 장애를 복싱이라는 운동을 통해 극복해나가고 있다.
조치원권투체육관(관장 강용덕)에서 한 장애인 청년이 오른손만으로 열심히 샌드백을 두드리고 있었다. 세종시 연서면 봉암리에 거주하고 있는 이경우씨(31)가 바로 주인공이다.

이씨는 17년 전 중학교 2학년 겨울방학 때 불의의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고 2개월간 의식불명상태에서 기적적으로 깨어났다. 하지만 사고 후유증으로 왼손과 왼쪽다리가 마비증세를 보여 후천적인 장애인으로 지내야 했다.

이씨는 봉암리 고향에서 연봉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경기도 하남시 소재 교회 운영 중학교를 나와 충남 광천의 서해삼육고를 졸업하고 공주직업훈련원 정보처리 과정 전문학사를 취득했다. 이어 서울 삼육대학교에 편입하여 컴퓨터과학과를 졸업하고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4년 전 부친이 돌아가신 후 고향에 홀로 계신 어머니를 위해 귀향했다. 그는 현재 세종시선거관리위원회 사이버부정선거감시단에서 올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씨의 취재를 위해 찾아간 조치원권투체육관 안에는 저녁 7시쯤인데 30여 명의 관원들이 열심히 운동하고 있었다. 이중에는 외국인을 비롯해 여자 관원도 눈에 띠었다. 그중에서 오른 손으로 열심히 줄을 돌리며 줄넘기를 하는 한 청년이 돋보였다. 그러나 그는 몇 번 뛰지 못 하고 번번이 걸렸다. 이경우씨였다.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순간이 있습니다. 체육관에서 첫날 강용억 부관장님이 미트를 대주어 한손으로 열심히 친 다음, 샤워하고 체육관 문을 나설 때 기분이 하늘을 날아갔듯 했습니다.”

강용덕 관장의 권유로 복싱을 시작하게 된 그는 이제 활발하면서 적극적인 성격으로 바뀌었다.

이경우씨가 복싱을 시작한 계기는 사고 이후 자꾸 약해지는 자신의 몸을 걱정하면서 운동의 필요성을 느꼈고, 마침 체육관 인근의 연기군보건소에 잠시 일할 때 “나도 복싱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교회에서 만난 후배 이상은씨(조치원 편한약국)와 함께 체육관을 찾았다.

처음 찾아간 체육관에서 강용덕 관장은 “운동하면 몸이 좋아질 수 있다”고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면서 격려했다. 전국적인 명소로 유명해진 콘세트막사의 조치원권투체육관은 초대관장이 외팔이복서로 알려진 고 강창수 관장이다. 선친인 강 초대관장의 뒤를 이어 형제인 강용덕 관장과 강용억 부관장 겸 코치가 후진 양성을 위해 땀을 흘리고 있다.

2010년 6월 13일은 이경우씨에게 새로운 생일이었다. 장애인인 이씨가 복싱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왼손을 잘 올리지 못하는 이씨는 한 손으로 샌드백을 쳤지만 힘이 약했다. 그래도 쉬지 않고 저녁마다 체육관에서 샌드백을 두드렸고 일요일까지 일주일 내내 체육관에 왔다. 할 수 있다는 오기로 주먹을 날리자 3개월부터 몸에 힘이 붙기 시작했다.

“운동을 열심히 하다보니까 나도 모르게 체력이 많이 좋아졌더라구요. 복싱을 하기 전에는 몸이 부실해 직장에서 졸다가 지적을 받기도 했는데, 운동 후에는 낮에 조는 일이 거의 없어요.”

하지만 이경우씨는 복싱을 하면 할수록 힘이 들어 한 때 포기하려고 했다. 이 때 강용덕 관장이 부드럽게 타이르며 포기하지 않도록 이끌었다. 올해 8월 4일 강원도 강릉 망상해수욕장에서 열린 전국생활체육대회에 이경우씨를 출전시켰다. 장애인이 이씨를 위해 준비한 경기는 이벤트시합이었다. 이경우씨는 대회를 다녀온 후 복싱에 대한 흥미가 생기고 자신감이 한층 더 붙었다.

“복싱을 하면서 느낀 것은 후천적인 장애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의학적으로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하지만 자기의 의지나 노력 여하에 따라 희망이 보입니다.”

이씨를 직접 지도하고 있는 강용억 코치는 “처음에 굽었던 어깨가 많이 펴지고 근육도 붙었다”며 "열심히 잘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용덕 관장은 “처음 만났을 때는 허약하고 자신감이 없어 보였는데, 이제는 얼굴에서 자신감이 보인다”며 “2년도 안 돼 전국대회에 데리고 갔더니 알아서 운동을 한다”고 칭찬했다. 체육관측은 열정을 보이는 이씨에게 관비를 반액만 받고 있다.

 
독실한 기독교신자인 이경우씨는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는 성경말씀과 “불가능은 없다”는 말을 좌우명 삼아 삶을 진지하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복싱도장에서 샌드백을 치며 몸을 단련하고 있는 이경우씨의 희망사항은 정식 직원으로 취직하는 것과 인생의 배필을 만나 세종시에 살면서 어머니께 효도하는 것이다.

“여보세요, 이경우씨의 희망사항을 들어줄 분 거기 누구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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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비행기 2012-10-22 16:33:49
포기를 모르는 당신에게 화이팅을 보냅니다. 훌륭하십니다.

이상은 2012-10-15 17:04:51
경우형 화이팅~!!
언제나 긍정적으로 노력하는 모습 보기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