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만난 게 행운이었어요"
"아내 만난 게 행운이었어요"
  • 김중규 기자
  • 승인 2016.08.26 10:18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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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이 된 아내 이름으로 성금 기탁한 홍영찬 대표, 사연은?

   지난 7월 26일 세상을 떠난 아내 이름으로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기탁해 화제가 된 홍영찬씨<사진 왼쪽>, 딸, 고인이 된 아내과 즐거웠던 한 때를 사진으로 남겼다.
‘세상을 떠난 아내 이름으로 이웃돕기 성금 기탁’

왜 그랬을까.
사연이 궁금했다. 세종사회복지공동모금회 보도 자료를 정리해서 게재한 후 화제의 인물 홍영찬 대표(49)와 연락을 취했다. “별 것도 아닌데요”라며 잠시 망설이는 그를 전화로 인터뷰를 하려는 성급한 기자에게 “만나서 얘기하자”고 차분하게 대응했다.

조치원읍 세종로 2251에 위치한 도원종합광고사에서 24일 오전 홍대표와 마주 앉았다.

“제 아내한테 주는 선물입니다. 고생을 많이 했죠. 슬픔이 큽니다.”

지난 7월 26일 지병으로 마흔 일곱 살의 사랑하는 아내 윤영주는 이승을 떠났다. 17년 간 홍대표의 반쪽을 지켰던 그 곳은 또다시 빈자리가 됐다.

둘 간의 사연은 참으로 애틋했다. 또, 드라마틱했다.

“결혼할 때 아내가 지병이 있다는 걸 알고 했어요. 재생불량성 빈혈, 일종의 백혈병인데 의학의 힘과 사랑의 힘으로 그걸 이길 수 있다고 판단했어요.”

백혈병에 걸린 나이 서른의 처녀와 두 살 연상 총각과의 애틋한 사랑, 17년 간 함께 만들어낸 따뜻한 가정, 그리고 죽음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킨 기부 등은 한편의 드라마였다. 그 속에 병마와의 처절한 싸움이 조연으로 등장해 더욱 이들의 삶을 값지게 만들었다.

향수 가게 사장인 아내 윤영주와 사업의욕에 불탔던 홍영찬 대표는 1996년에 만났다. 첫 눈에 병약한 아내는 유부녀로 착각할 정도로 쇠약해있었다. 인연은 엉뚱한 곳에서 연결고리를 만들었다. 향수가게를 시작한 아내가 광고를 하기위해 홍 대표를 찾은 게 아름다운 동행의 시작이었다.

“처음에는 깜짝 놀랐어요. 만나자고 해서... 유부녀가 왜 총각을 보자고 하느냐고.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백혈병이 있었고 남자로서 보호본능이 발동하더라고요.”

첫 단추는 그렇게 꿰어졌다. 하지만 보호본능만 가지고 결혼은 무리다. 사랑이 없는 결혼은 무미건조할 뿐이다.

“내면이 너무 아름다운 사람이었어요. 그게 매력이었죠. 데이트를 할 때도 비구니들이 불우한 아이들을 돌보는 사찰에 가곤했어요. 봉사도 아내를 통해 알게 됐어요.”

본가는 말할 것도 없고 처가 쪽에서도 이상한 눈으로 보았다. 말하자면 멀쩡한 녀석이 왜 아픈 내 딸을 데려가려고 하는가는 것이었다. 아는 것만큼 보이는 게 세상이 아닌가. 사랑을 모르는 속인의 눈에는 그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두 남녀는 3년 간 열애 끝에 1999년 11월 14일 아내의 30번째 생일 에 백년가약을 맺었다.

   홍영찬 대표는 아내를 만난 게 인생의 행운이었다며 생전의 뜻에 따라 성금을 기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결혼 생활은 투병과 둘만의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었다. 빈혈이 악화될 수 있다는 의사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한 차례 유산과 두 번째 임신으로 이어지는 스토리는 감동 그 자체였다.

“식구는 저한테 아이라는 선물을 주려고 한 것 같아요. 첫 임신과 유산이 우울증이라는 후유증을 주었는데도 두 번 째 아이를 갖고 출산을 했죠. 그 아이는 이제 16살로 조치원 여중에 다니고 있어요, 제 엄마를 꼭 닮았어요.”

그러는 동안 병은 악화되었다. 골수 이식이 일부 거부반응을 보였고 그게 기흉으로 옮겨가면서 매달 수혈을 통해 생활을 해야만 했다. 그 와중에서도 아이들에 대한 욕심이 많아 깊은 관심을 보였다.

딸아이가 죽림 어린이집에 다닐 때 불우한 처지에 있는 어린이 2명에게 지원활동을 했고 착한 가게를 주변 사람들에게 권유하는 등 나눔과 배려의 문화를 실천했다.

그리고 2016년 7월 26일.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 폐 이식 순서를 기다리던 아내 윤영주는 예쁜 딸과 사랑하는 남편을 이승에 두고 홀연히 떠나갔다.

“제가 식구를 선택한 건 행운이기도 했고 지금 제가 있도록 만드는 계기가 됐습니다. 남겨둔 딸을 훌륭하게 키우고 엄마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박 3일 동안 아내의 영정 앞에서 홍 대표는 “용서하고 살아라”는 걸 배웠다. 열심히 살면서 생전 아내의 뜻대로 이웃과 함께 더불어 사는 삶을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조의금 일부를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기탁, 아내의 당부를 실천했다.

인터뷰 동안 아내 얘기를 하면 함께 있었던 순간을 떠올리면서 행복해 했다. 홍대표는 흔한 말로 “님은 갔지만 나는 보내지 않았다” 였다. 육체적인 님은 떠났지만 사랑하는 님은 가슴 속에 여전히 살아있었다.(연락처)010-5521-7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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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2016-09-07 14:47:13
너 같은 친구가 있어서 나는 더 행복하다..
그리고 너를 응원한다.

야생화 2016-09-06 08:40:36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아름다운 사랑을 알려주셔서 사랑이 무엇인지 알고 갑니다 힘내세요 따뜻한 마음만큼 행복하시길 빕니다

세종연기로타리클럽 2016-08-27 12:14:11
아름답습니다.

한솔동 2016-08-26 15:42:58
아름답습니다. 참으로 요즘 보기드문 부부였네요, 안타깝지만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세종시민ㅇ 2016-08-26 13:41:40
두분의 사랑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