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방황은 비극을 낳는다
인간의 방황은 비극을 낳는다
  • 임영호
  • 승인 2016.08.24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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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 칼럼]괴테 파우스트<중>,"그리스와 헬레나에 열광한 괴테"

행동이 모든 것이다. 명성이란 아무 것도 아니다.

‘천상의 서곡’에서 신이 선악관(善惡觀)을 말했다. 멈추지 않고 창조를 해나가는 것이 선이다. 파우스트 역시 ‘행동’을 자신의 본성으로 확신한다. 운명적으로 항시 거침없이 앞으로 돌진하는 정신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성공과 불만이 제멋대로 교차하며 닥쳐와도 좋다. 사내대장부란 오직 끊임없이 활동할 따름이다.”(1757~1759)

“행동이 모든 것이다. 명성이란 아무 것도 아니다.” 왜 그럴까? 인간이 신을 대신하여 완전한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근원적인 것을 추구해야한다. 인간이란 끊임없이 돌진하고 끝없이 한계를 넘어가면서도 만족 할 수 없는 무엇인가를 항시 갈구하는 존재이다. 이것이 신을 대신하여 절대적 주체로 강렬한 욕구를 가지고 용기있게 자아를 성취해나가는 르네상스적 인간상이다.

   그렌트 헨(영화 파우스트, 2011)

파우스트에 나오는 일화이다.(993~1055) 파우스트 부친은 연금술의 명인이었다. 흑사병이 창궐하자 그는 심혈을 기울여 약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것을 복용하고 살아남은 자는 없었다. 파우스트는 사실상 자기들이 살인자라고 크게 상심했다. 그의 조수 바그너가 그 사건은 시행착오이며 이러한 노력으로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 아니냐고 위로하지만, 파우스트는 더 근원적인 것이 무엇인지 목말라했다.

인간에게 만족은 ‘악’이다. 악은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한 신의 부정이 아니라,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고 무조건적인 휴식이다. 만족하고 휴식하고 멈추어 서면 점점 더 완성해가는 과정으로서 ‘창조’는 정체되고 ‘발전’은 불가능하게 된다. 바람직한 인간이란 항시 무엇인가 근원적인 것을 포기하지 않고 갈구하는 존재이다. 한층 더 개선된 순간을 위해 끊임없이 행동하고 자신을 불태워야 한다.

파우스트는 신약성서 ‘요한복음’에 대한 의 해석도 달리한다.(1224~1234) 성서의 ‘말씀’(Logos)조차도 의미와 힘이 아닌 행동으로 해석했다. 행동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것이다. 인간의 행동은 진리의 구체적인 실천을 의미한다. 이 실천적 행동이 따르지 않으면 진리는 아무런 소용이 없는 구호에 불과하다.

파우스트에 대한 구원의 장면에서도 행동이 보인다. 천사들이 말한다. "항시 노력하며 애쓰는 사람을, 우리는 구원할 수 있다.” (11936~11937) 인간의 행동을 통하여 세상을 더 좋게 만들기 때문이다. ‘행동’, 이것이 파우스트에게 흔들릴 수 없는 존재의 원칙이다. 이 원칙에 대한 절대적 확신이 파우스트로 하여금 악마에게 행동의 중단여부를 걸고 내기를 제안한 것이다.

인간의 방황은 비극을 낳는다.

"인간이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317)
여기서 ‘방황’의 뜻은 번역의 의미로 보면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잘못을 피할 수 없다’는 뜻이다. 방황은 완성으로 가는 발전의 필연적 단계이다. 문제는 이 ‘방황’이 수많은 사람에게 엄청난 고통과 재앙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괴테는 행동하는 자는 항시 양심이 없고 오로지 관찰하는 자만이 양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행동할 때 목적에 집착한 나머지 다른 것에 대한 성찰이나 배려를 하지 못한다. 행동은 사람을 편협한 외골수로 만든다.

파우스트는 행동하는 주체이다. 행동파 인간은 필연적으로 잘못을 범하거나 제 갈 길을 잃고 방황할 수밖에 없다. ‘파우스트’를 하나의 비극으로 만드는 요인 중 하나이다. 「학자 비극」, 「그레트헨 비극」, 「헬레나 비극」, 「지배자 비극」이 그것들이다.

20대 청년 파우스트, 그레트헨과 사랑하고 비극으로 끝나다.

악마와 계약을 맺은 파우스트는 마녀의 부엌에서 영약(靈藥)을 마시고 20대 청년이 된다. 젊음은 모든 인간들이 가장 바라는 것이다. 그는 평범하고 순박하며 단순한 시골처녀인 그레트헨과 사랑에 빠진다. 괴테의 청년시절 연애경험과 그것에서 오는 죄책감이 이 작품의 주요 모티브가 되었다. 악마는 동물적 욕구충족을 넘어서는 어떤 애정이나 헌신적 배려도 거짓이자 위선이라고 보았다. 악마는 그를 초관능적인 관능적인 구애자’(3534)라고 조롱했다. 파우스트가 아무리 진정한 사랑을 하는 체해도 결국은 그레트헨의 육체에 대한 욕구로 결말이 날 것이라고 확신했다.

악마의 기대와는 달리 그녀와의 고귀한 사랑은 파우스트의 마음까지 정화시킨다. 악마는 이를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농간을 부려 그레트헨은 어머니와 아이를, 파우스트는 그녀의 오빠를 죽이게 만든다. 파우스트는 죄책감

   구원받는 그렌트 헨(빌헬름 헨절의 석판화,1835)
에 빠지고 악마는 그를 관능적인 발푸르기스의 밤의 세계로 이끈다. 이로 인하여 잠시 음행에 사로잡히는 등 도덕적 마비에 빠지지만 그 와중에서도 그레트헨과의 사랑이 식지 않고 그녀를 구하러 감옥에 간다. 하지만 미쳐버린 그녀는 파우스트를 알아보지 못한다. 탈출을 독려하지만 거절하고 자신의 죄를 달게 받겠다고 한다. 더구나 혼미한 정신 상태에서도 오직 아기와 아기의 구원만을 생각한다. 자기 죄가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자신의 책임이고, 이 행위가 속죄될 수는 있어도 사면될 수는 없다는 뚜렷한 자각에 따른 것이다.

그레트헨은 신의 심판에 맡기자 천상에서 “구원되었노라” 라는 신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으로 1부가 끝난다. 그레트헨이 인간적 과오가 있지만 그녀의 순수한 사랑이 하느님에 의해서 용서 받고 구원되었다. 그녀는 고통과 절망에도 불구하고 파우스트에게 아무런 원망이나 분노도 느끼지 않는다. 이는 정신적이고 인간적이고 영적인 사랑이 주는 그녀의 위대한 도덕적 능력이다. 사랑은 동물적 소유욕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상대방에 대한 헌신과 자아희생을 가능하게 해준다.

제2부 마지막 부분에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이끌어 간다.”라는 내용이 나온다.(12110) 여성의 내면적 본질은 영원한 사랑을 베푸는 것이다. 그레트헨과 말미에 등장하는 성모마리아가 여기에 해당된다. 한계에 순응할 줄 알고 멈출 줄 아는 태도로 헌신적이고 수동적이고 신앙적이다.

괴테는 그리스 문화와 헬레나에 대하여 열광했다.

괴테의 중년기에 썼던 제2부는 분량이 많고 그리스 문화에 관한 내용이 많아서 이해하기가 어렵다. 특히 전체에서 헬레나가 차지하는 중요성이 매우 크다. 제2부에서 헬레나에 대한 극은 전통적인 5막 극에서 가장 중시하는 3막을 차지하고 있고, 1막과 2막 또한 직간접적으로 헬레나의 등장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헬레나 극의 원인 부분이다. 이 부분을 하나의 여담인 환영극(幻影劇)으로, 본격적인 극의 전개 과정과 과정 사이에 삽입된 ‘사이 극’으로 말하기도 한다. 괴테는 어린 시절 헬레나를 소재로 한 인형극을 접한 이래 이것을 작품화하려는 강한 욕구를 가졌다.

괴테시대 당시는 아름다움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사람들은 오로지 아름다움을 통해서만 자유에 이를 수 있다’고 단언할 정도였고, 이것조차 예술과 문학을 통하여 이루어질 수 있다는 사상이 보편적으로 공유되었다. 당시 독일 지식인들은 그리스 문명에 대한 선망이 있었고 괴테는 헬레니즘 문화에 대하여 누구보다도 열광하였다. 미의 현재적 모습으로서의 헬레나에 대한 괴테의 커다란 관심을 알 수 있다.

자연으로 돌아가 자신을 소생시켜 다시 새로운 도전을 하다

제2부의 중심인 헬레나의 비극은 지금까지의 극의 허구성을 뛰어넘는다. 극도의 비현실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어 전반적으로 파악하기가 어렵다. 2부 1막에서 3막까지 내용을 간추려 보면 제1부 그레트헨의 비극에서 비참한 경험을 한 파우스트는 육체적으로 소진되어 꽃이 만발한 자연으로 돌아가서 자신을 소생시켜 다시 새로운 도전과 용기를 갖게 했다.

   호문클루스(네비어 환상동물사전)

그는 시공을 초월한 궁정에서 황제를 만나 땅 밑의 보물을 담보로 지폐를 발행하게 하여 재정난을 타개한다. 부자가 된 황제는 이번에는 헬레나와 파리스를 눈앞에서 보고 싶다고 한다. 문제는 악마가 중세의 인물이기에 그리스 인물을 살려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악마는 파우스트에게 작은 열쇠를 주며 지하세계의 ‘어머니들의 나라’를 알려주고 그곳으로 가서 향로의 연기 속에서 환상인 헬레나의 아름다움을 보게 한다.

바그너는 인조인간(人造人間) 호문쿨루스를 제조하다

파우스트가 이 아름다움에 도취되어 열쇠를 헬레나의 몸에 대자, 폭발과 함께 파우스트는 쓰러지고 유령들은 사라진다. 악마는 기절한 파우스트를 과거 그의 실험실로 데려간다. 그의 조교였던 바그너는 이제 유명교수가 되었고, 인조인간(人造人間)인 호문쿨루스를 제조했다. 무려 250년 전에 오늘날의 로봇을 예견했으니……

호문쿨루스의 제안에 따라 비행 망토를 타고 그리스 땅 발푸르기스의 밤의 축제에 참여한다. 파우스트는 테살리아 지방에서 깨어나서 헬레나를 찾아 헤매지만 찾지 못한다. 인조인간은 육체를 갈망하고 사랑의 여신 갈라테아의 아름다움을 쫒아가다가 자신이 들어있는 유리병이 깨져 불꽃이 되어 사라진다.

파우스트와 헬레나는 꼬마 파우스트 에우포리온을 탄생시킨다

악마는 포르키아스라는 추녀로 변장하여 헬레나를 게르만 장군인 파우스트에게 인도한다. 파우스트는 전원적인 환경 아르키디아로 가서 완벽한 결혼생활을 하고 신동(神童)인 에우포리온을 탄생시킨다. 에우포리온은 '꼬

 
     
 
 
임영호, 대전 출생, 한남대, 서울대 환경대학원 졸업, 총무처 9급 합격, 행정고시 25회,대전시 공보관, 기획관, 감사실장, 대전 동구청장, 18대 국회의원, 코레일 상임 감사위원(현),이메일: imyoung-ho@hanmail.net
마 파우스트'이다. 아비를 닮아 만족할 줄 모르고 하고 싶은 것을 끝까지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존재로 그리스 전쟁에 참가하여 까불대며 공중으로 날아오르다가 이카루스처럼 추락해서 부모의 발치에서 죽는다. 에우포리온과 파우스트의 형상은 한마디로 영원히 남성적인 것이다. 갈 데까지 가 보려는 태도이다. 이 비극에 실망한 헬레나는 저승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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