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갑의 시로 읽는 '세종']자, 시작합시다...
회의 풍경
자, 시작합시다.
이렇게 보고합니다.
저렇게 보고합니다.
이것은 뭐지요?
저것은 뭐지요?
왜 이렇게 했나요?
왜 저렇게 했나요?
그 담당 원래 그렇습니다.
식은땀 흘리며 유구무언!
이렇게 하세요.
저렇게 하세요.
예, 알겠습니다.
묵묵부답!
보고서가 이게 뭡니까?
내 오늘은 분위기 좋게 하려 했는데
철자법도 안 맞고
아 참, 그건 또 어떻게 됐나요?
무슨 영문인지 경위서 제출하세요.
깨갱깨갱
히죽히죽
자료에 없는 내용인데요, 이런 일 있습니다.
자료에 없는 내용인데요, 저런 일 있습니다.
이런 일은 잘 포장해서 적극 홍보하세요.
저런 일은 보안 유지에 철저를 기하세요.
차 한 잔씩 드세요.
요즘 어떻게들 지내나요?
언제 시간 좀 내주실 수 있으신지요?
업무 처리에 눈코 뜰 새 없습니다.
눈 맞추며 딸랑딸랑
끄떡끄떡
충혈돼 뒷목 뻐근
······
이만 마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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