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교육발전 원동력은... '신뢰'
핀란드 교육발전 원동력은... '신뢰'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6.08.22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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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교육 연수단 핀란드 연수] 접목 가능 정책, 세종교육에 옮겨야

   에스푸시 공무원이 국제학교 등 핀란드 교육의 특성화와 차별화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핀란드=세종시 출입 기자단 공동] 핀란드 교육은 짧지만 의미 있는 시간을 선사했다. 특히 연수단 일행들 모두 아이들을 위해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했다.

일행들은 ▲유아교육 ▲캠퍼스고등학교 ▲창의적교육과정 ▲초등혁신교육 ▲중등혁신교육 ▲혁신교육행정 등 각자 맡은 분야 외 타 분야 교육 시간에도 함께 참여했다. 모든 분야가 유기적인 시스템으로 맞물릴 때 교육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점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연수 5일차이자 마지막 날인 19일(현지 시각) 지난 연수과정을 돌아보고 '새로운 학교, 행복한 아이들'이란 세종교육 비전 실현을 위한 과제를 살펴봤다.

◇핀란드 교육시스템 전반에 자리 잡은 '신뢰' 체감

▲1일차 유치원과 유치원 박물관, 국립박물관 ▲2일차 초등학교와 디자인 건축관 ▲3일차 숲체험원과 아트센터 방문 ▲마지막인 4일차에는 국제학교와 중‧고교 탐방 일정 등이 진행됐다.

   안느 마리 라포(Anne-Marie Rapo) 에스푸시 국제학교 교장이 학교 운영방식과 시설현황 등을 안내하고 있다.
앞서 확인한 '평등과 다양성 존중의 가치' 외에 핀란드 교육의 기저에 깔린 '신뢰'를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교사-학생-학부모 3자간, 지역사회-핀란드 교육시스템간, 중앙정부-지방정부간의 깊은 '신뢰'가 핀란드를 교육 강국으로 이끌고 있었다.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한국 등에 비해 상당히 짧은 핀란드 아이들이 높은 창의력과 성취도를 나타내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신뢰'에 뿌리를 두고 있다.

◇유네스코의 '배움도시'로 선정된 '에스푸(Espoo) 시'

에스푸시는 인구 26만여 명의 젊은 교육도시로 성장하고 있다. 인구 절반 이상이 대학 이상의 학력을 소지하고 있고, 인구의 약 20%가 15세 이하다. 젊은 교육도시로 나아가고 있는 세종시와 어찌 보면 유사한 면을 갖고 있다.

   에스푸시 소재 국제학교 급식실 모습
이 도시는 교육도시로서 나아가는 길목에서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2013년 유네스코로부터 첫 번째 '국제 배움도시'로 지정된 바 있다. 유럽서 가장 지속가능한 발전 도시로도 주목받고 있다.

크리스티나 어길라(Kristiina Erkkilä) 에스푸시 교육문화 파트 담당자는 "에스푸시는 젊고 빠르게 개발되는 도시로 국제적인 파트너십과 내부 공동체 문화 강화를 통해 발전하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오는 9월 21일부터 23일까지 시에서 열리는 배움도시 축제는 교육도시로서 위상을 대내외에 알리고 ‘배움’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스푸시 교육의 중심에는 3세~16세까지 교육기관인 '국제학교'(오핀메키, Opinmäki)가 자리 잡고 있다. 국제학교에서는 유치원부터 초‧중등 과정의 종합학교(1~9학년)까지 1000여명의 아이들이 외국어 특화 교육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지역민과 함께 성장하는 종합 교육기관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아이들은 오후 4시까지 메인센터를 중심으로 자전거 또는 도보 이동이 가능한 4개의 보조센터를 오가며 다양한 교육을 받는다. 코딩과 모델링, 전자기계, 로봇, 디자인, 창조적 글쓰기 등 30여개에 달하는 클럽 활동 등 자기계발의 시간을 스스로 선택해 움직인다.

   에스푸시 소재 국제학교 놀이터 모습
지역민들은 아이들의 수업이 끝난 오후 4시부터 도서관과 회의실 등 주요 시설을 이용한다. 도서관은 특별한 공휴일을 제외하면 연중무휴로 운영되고 카드만 있다면 언제든지 출입할 수 있다.

관리인을 별도로 두지 않아도 도난이나 이용자간 마찰 등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 역시 신뢰하는 핀란드 사회의 단면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요소다.

안느 마리 라포(Anne-Marie Rapo) 교장은 "학교는 지식을 얻는 곳이 아닌, 아이들이 정체성을 찾고 생활반경을 넓히는 중요한 장소"라며 "배움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취도 높은 학생은 교실 밖으로... 부진한 학생들은 교실에...

핀란드에서는 성취도 높은 학생은 교실 밖 활동을 하고 부진한 학생들은 교실에 남는다. 한국과는 정반대의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셈이다.

   올라리 중‧고교 소속 학생들이 스마트패드를 활용한 과학실험을 하고 있다.
카이사 티카(Kaisa Tikka) 올라리(Olari‧1990년 설립) 중·고교장은 "성취도 높은 학생들을 교실 안에 계속 붙잡아둘 이유는 없다"면서 "부진한 학생들이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지도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중등학교까지 의무교육을 마치고 올라온 후 고등학교가 자신의 미래에 적합한 직업 선택의 장이 되도록 믿고 기다려주기에 가능한 일이다.

올라리 고교 학생회장은 "선생님과 학생들이 다른 등급에 있다기보다 서로를 친구처럼 생각한다"며 "선생님들과 주기적인 미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개선점을 보완한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이 학교가 자랑하는 알토 대학과의 연계 협력 프로그램은 대학 진학의 꿈을 키우고 자신의 적성을 발견하는 과정이다. 기업들이 활용 가능한 제품을 직접 제작해 보기도 한다.

   세종교육 연수단 일행이 올라리 중‧고교 운영 시스템 설명회를 지켜보고 있다.
로봇시스템 등 모두 5~6개 협력 프로그램이 있고, 한 학기당 2~3회 주기의 주간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고교 3년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유치원으로 말하자면, 초등 1학년 진학 전 체험하는 '프리-스쿨' 개념이다.

다만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에게 별도의 진학 가산점 등이 없는 고교 교육 과정의 하나일 뿐이다. 스스로 알토 대학 입학의 꿈을 키워갈 수 있는 동기를 만든다.

이 학교의 24년차 한 교사는 프로그램의 교육적 효과에 대해 "알토대학과 협력 프로그램을 통해 대학에 대한 환상보다는 실제를 이해할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19일 오후 3시(현지 시각) 마지막 연수 코스였던 알토 대학 방문 일정은 대학 사정상 이뤄지지 못했다.

   올라리 고교 학생회장(사진 우측)과 동급생이 교사와 학생간 관계와 소통방식 등을 설명하고 있다.
◇'핀란드에서 배운 가치', 세종교육에 어떻게 접목할까

교원·일반직 공무원 등 30여명으로 구성된 세종교육 연수단은 23일 오전 세종교육 현장으로 복귀한다. 핀란드가 던져준 '평등과 다양성 존중', '신뢰', '지역사회 구성원이 함께 책임지는 교육시스템' 등의 장점을 세종교육에 접목해야 한다.

연수팀은 다음달 2일까지 팀별 보고서를 제출한 뒤, 8일 연수 보고회를 갖고 이번 연수를 최종 정리한다. 정광태 소통담당관은 "핀란드에서 느낀 감동과 부러움, 변화의 욕구가 머릿속 생각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접목 가능한 정책을 하나하나 실행에 옮기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교진 교육감은 "핀란드도 세계가 부러워하는 현재의 교육 시스템을 갖추기까지 적잖은 사회적 반발에 직면했다"며 "평균 연령 31.4세의 젊은 도시 세종은 교육 자치와 혁신을 선도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 지역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인내심과 소신을 가지고 사회적 합의를 하나하나 일궈가려는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올라리 중‧고교 교실의 책상 배치 모습. 학생들간 언제든지 소통이 가능한 구조로 배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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