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 붙잡고 보니 ··· 모두가 '눈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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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강일보 제공
  • 승인 2012.01.13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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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10대 소년가장 추위 떠는 할머니·동생 위해 절도

경찰, 피해자에 선처 호소 ··· 자비 털어 온정 전하기도

추위에 떠는 할머니와 동생들을 보다못해 절도에 나선 한 중학생의 안타까운 사연이 칼바람보다 아리게 타전됐다.

경찰이 수갑 대신 훈방조치하고 피해자를 찾아 선처를 호소한 것은 물론 따뜻하게 손을 내밀어 어린 가장의 사연은 미담으로 회자되고 있다.

천안동남경찰서에 따르면 중학생 A(13) 군은 지난 7일 새벽 1시 30분경 동남구 사직동 소재 중앙시장 한복가게에서 한복 1벌을 훔치다 경비원에게 붙잡혀 관할 문성파출소로 넘겨졌다.

경찰 조사결과 A 군은 부모 없이 할머니, 두 남동생과 함께 생활하고 있었으며 할머니 앞으로 나오는 보조금 10여만 원이 A 군 가족 수입의 전부였다. 보일러에 기름을 넣을 수 없는 처지. 영하 10도의 강추위에도 얼음장 같이 차가운 방에서 여름 이불 2개를 겹쳐 지내고 있었다.

나름 한 집안의 가장인 A 군은 한 순간 잘못된 판단으로 한복을 훔쳐 팔아 겨울 이불과 먹을거리를 사려고 했다는 게 경찰의 귀띔이다.

이러한 안타까운 사연을 알게 된 이태영, 최영민 경관은 자비를 털어 겨울이불을 샀고 순찰1팀 전원이 마련한 라면 5박스와 성금 20만 원을 A 군 할머니에게 전달했다.

아울러 한복집 주인에게 A 군의 가슴 아픈 사연을 설명하며 선처를 구하자 한복집 주인도 진열대에 있는 겨울이불을 선뜻 기증하고 없던 일로 해달라고 용서했다.

가슴 따뜻한 경찰은 아이들이 씻지 못해 몸과 옷에서 악취가 풍기는 것을 알고 비번 일을 활용, 아이들을 시내 목욕탕으로 데리고 가 목욕도 시켜주고 이발도 시켜줬다.

이태영, 최영민 경관은 “A 군이 머리가 긴데도 이발을 하지 않는다고 고집해 무슨 이유인지 묻자 머리를 자르면 더 춥다고 해 마음을 아프게 했다”며 “앞으로도 세 아이들을 수시로 찾아가 돌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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