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왜 떨어졌는지 모르겠어"
"난 왜 떨어졌는지 모르겠어"
  • 강수인
  • 승인 2016.07.28 08: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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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인 칼럼]운전, 분노의 시간인가 아니면 행복한 시간일까?

다시 운전면허시험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언론보도가 나온 뒤로 많은 사람들이 운전면허시험에 몰리고 있다고 한다. 예전에 틀에 박힌 실기시험보다 요즘 운전시험은 실제 도로주행까지 있어서 훨씬 현실적으로 바뀌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면허를 취득하고 바로 도로에서 운전하기에는 한국의 교통상황은 녹녹치 않아 따로 도로연수를 받아야만 가능한 실정이다.

차는 이미 생활필수품이 되어 젊은 세대에게는 주택보다 자동차가 더 필요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든 직접 운전을 하든 섬뜩하고 아찔한 순간을 한두 번쯤은 경험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 버렸다.

미국에서 운전은 기술보다 운전자의 마음과 자세가 더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사진은 지역축제인 헤리티지축제  체험프로그램에 참석자들이 안내자가 없는데도 질서정연하게 순서를 기다리는 모습>

그리하여 불법과 무질서로 얼룩진 빨리빨리 문화의 민낯을 보이는 그야말로 경쟁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단지 좁은 국토에 많은 인구와 차량 탓으로 돌리며 우리의 교통문화를 합리화시키기에는 왠지 씁쓸하고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외국에 살았던 가족들이 다시 국내로 돌아와 한번쯤 고민하는 것이 불편했지만 마음 편했던 해외생활을 아쉬워한다는 것이다. 말도 통하지 않고 문화도 다른 외국생활에 무슨 아쉬울 게 있느냐고 의문이 들 수도 있지만 분명 그곳에는 남자보다는 여자가, 어른보다는 아이들이 아쉬워할 만한 무엇인가가 있다. 이는 결코 외국문화에 대한 사대주의도, 그 나라에 대한 단순한 향수만은 아니다.

작은 시골 마을이든 세계적인 큰 도시든 간에 질서와 에티켓이 있고 또 공평이라고 하는 오랜 신뢰에서 오는 안전이 그곳에는 있기 때문이다. 운전면허를 취득하고도 바로 도로에서 주행할 수 있을 만큼의 안전한 교통시스템이 존재하고 과실에 대한 책임이 분명하며 시민의식에는 정직이란 가치가 녹아 있기 때문에 살기 좋은 곳으로 인식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사실 외국에서 국내에서 취득한 운전면허로 바로 국제운전이 가능한 곳도 있지만 한국에서 했던 운전습성으로 인하여 해외에서 면허를 취득할 때 결정적인 결격사유로 작용하는 사례는 아주 흔하다. 미국에서도 한국 사람들이 운전면허에 떨어진 이유를 모르겠다며 넋두리하는 모습을 접한 적이 꽤 있다.

한국에서는 나름 운전에 소질 있고 잘한다고 뽐내던 사람들이 말이다. 직진하고 있는 차량 속으로 비보호로 잽싸게 끼어들고, 보행 신호에도 요리조리 피해 가고, 빨리 가는 것을 능력인 양 자랑하며 위험을 즐기던 운전자라면 미국에서 운전면허를 취득한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미국에서의 운전은 기술뿐만 아니라 운전태도와 마인드도 중요하다. 안전과 함께 질서의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직진하고 있는 차량이 모두 지나가고 안전하다고 판단되었을 때 진입해야하며, 스탑(STOP) 구역에서는 정지선에 섰을 때 자기보다 먼저 온 차량을 모두 보내고 순서가 되었을 때 가야한다.

즉 운전 중에 마주칠 수 있는 상황별로 잘잘못이 명확하고 운전자에 대해 공평하며 비단 대중교통이 아니더라도 먼저 온 사람에게 당연한 순서가 주어지는 질서가 있어 불공평을 느끼거나 분노할 일이 별로 없다. 그래서 미국에서의 운전은 음악 감상과 사색을 즐길 수 있는 개인 공간이자 여유시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운전은 위협적이며 차별과 경쟁적인 상황이 흔하여 매우 위협적이다. 여성운전자를 ‘김여사’라고 비하할 만큼 여성운전자를 차별하기도 한다. 더구나 법보다 목소리 큰 운전자의 위협적 태도에 위압감과 두려움마저 느끼기에 짙은 검정색 썬팅은 자신을 보호하는 필수적인 안전장치(?)가 되었다. 이는 운동신경이 나은 남자가 운전을 잘한다는 그릇된 편견과 주운전은 남자가 하고 여자는 보조적 존재라는 전근대적 사고방식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미국에서는 운전자와 내부가 다 드러나도록 차량 앞 유리는 짙은 코팅을 금지하고 있다. 짙은 코팅을 하거나 전조등을 야간에 끄고 운전하는 것 까지도 무엇인가를 숨기려는 의도로 판단되어 경찰의 적발요인이 된다. 우리는 거꾸로 점점 코팅 색도 진해지고 운전자 또한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다는 만용심리에 힘을 입어 점점 감정적이며 경쟁적인 운전행태를 보이고 있으니 운전에 대한 불안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운전하는 것을 보면 그 사회의 문화수준을 알 수 있다고 한다. 감시카메라 앞에서만, 타인 앞에서만 지키는 문화가 아니라 스스로 질서를 지키고 안전함을 느끼는 것이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는 기본이라고 본다. 블랙박스, 감시카메라도 중요하겠지만 서로 보호하고 나아가서 위협적인 요소에 대해서는 감시하고 신고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할 것이다. 한국사회는 이미 국제화된 사회다. 국제적으로 안전한 사회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시각에서 우리의 의식수준을 재조명하고 그릇된 의식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혁명적 수준의 자기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운전은 육체적으로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지만 정신적으로는 편안한 공간, 행복한 시간이 될 수 있다. 좁은 나라, 바쁜 일상을 탓하지 말고 안전함과 공평함으로부터 오는 문화를 수출하는 살기 좋은 문화선진국이 되었으면 한다.

 

강수인대전출생,대전여고,충남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졸업,우송대 외식산업 최고경영자과정 수료,우송대 Culinary MBA 석사, 박사과정,전)침례신학대학 영양사,전)카페 어니스 대표(창업),전)대전보건대 외래교수,현)우송대 외식조리학부 초빙교수,KBS, 아침마당(대전)패널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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