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모두가 행복한 추석은 어려운가요
가족 모두가 행복한 추석은 어려운가요
  • 강수인
  • 승인 2012.09.27 08:49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수인의 생활 속 이야기]기다려 주고, 같이 참여하고, 들어주는 시간이 필요

미국 한 가정에 초대받은 필자는 풍성하게 준비되어 있는 만찬보다 서로 나눠서 각자의 요리를 하는 모습에서 남성 중심의 추석 명절을 떠올렸다.
외국에 나가면 애국자가 된다고 한다. 추석, 설과 같은 명절이 되면 분주하고 어수선한 분위기와 허리 한번 제대로 펴지 못했던 피곤함이 오히려 그리워질 때도 있다. 그래서 두세 가정이 모여 송편을 먹으며 서로의 쓸쓸함을 달랬던 기억이 난다.

한번은 한국 아이를 입양한 미국 가정을 초청하여 추석을 같이 보낸 적이 있다. 그들은 한국문화를 알고 싶어 했기에 우리 고유의 명절 하나하나에 호기심어린 눈빛과 질문으로 관심을 보였고 내내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처음엔 입양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사실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아이들은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그들의 친부모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더구나 아이들의 뿌리를 찾아주기 위해 친부모와의 만남을 위해 미국인 양부모는 한국방문 계획까지 세우고 있었다. 사연과 국적이 다른 사람들이 더 큰 사랑으로 이루어진 그 가정을 보며 진정한 가정의 의미를 생각할 수 있었고, 이런 것이 계기가 되어 귀국한 뒤에도 그들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마음을 열고 같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해 미국의 최대 명절인 추수감사절에 우리 가정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으로부터 명절을 같이 보내자는 초대를 받았다. 초대를 받으면 10분 정도 늦게 가는 것이 매너(?)라는 어렴풋한 기억을 더듬어 와인과 꽃을 사가지고 10분쯤 늦게 도착했다. 선생님 부부는 밖에 있는 등까지 환하게 켜 놓고 반갑게 밖에까지 나와 우리를 맞아 주었다. 만찬이 어떨까 궁금했다. 우리처럼 다 차려진 밥상에 앉아서 먹고, 같이 치우고, 설거지하고, 후식을 먹으면서 얘기 좀 나누는 그런 것이 아닐까 상상해 봤다.

하지만 달랐다. 도착 후 간단한 음료와 함께 얘기를 하다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자기가 맡은 곳이나 원하는 곳에서 요리도 하고, 또 그 모든 과정을 설명도 해주고 도움도 요청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소 어색했지만, 그들의 명절 문화를 따라하며 접하다 보니 합리적이고 마음이 즐겁다는 것을 느꼈다. 만나서의 반가움과 사랑을 전하고 가족이 서로 도와주는 모습을 통해 한 가족임을 재확인하는 그들의 명절 모습이 참 부러웠다.

이제 추석이다. 요즈음 다양한 가정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독거노인과 한 부모 가정, 재혼 가정, 다문화가정 등 참으로 다양하다. 이제는 상대방의 상황과 마음을 이해하고 존중해주는 여유가 생겼으면 좋겠다.

아이가 태어나서 바로 밥을 먹을 수 없고 걸을 수 없듯이 결혼을 했다고 해서 갑자기 어른이 되고 낯선 시댁문화에 익숙해지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좀 기다리고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며 편하게 얘기를 들어주는 시간과 배려가 필요하다고 본다.

 
한국에서 여자와 남자라는 사실을 가장 잘 느끼는 때가 명절이라 한다. 어려서부터 부모와 자식, 남편과 아내의 벽을 지킬 것을 부지부식간에 교육받고, 참는 것이 당연한 것인 것처럼 벙어리가 미덕인양 살아온 우리의 명절, 이젠 바뀌어야 한다.

여성암의 80%가 다 화병에서 온다고 한다. 화병은 오랫동안 쌓인 분노에서 비롯되고 한국 여성에게서만 볼 수 있는 병이라 한다. 한 가정의 엄마가 화나고 아프다고 생각해 보자. 그것은 엄마를 비롯하여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자 자식에게 또 대물림될 수 있는 엄청난 일이다. 이 세상엔 완벽한 사람도, 나와 똑같은 사람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가정을 꾸리고 세상을 이루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추석은 서로 그리움을 나누고 사랑을 전하며 한 가족임을 재확인하는 그런 명절이 되었으면 싶다. <필자 강수인은 올해 44세로 자녀 둘을 둔 가정 주부이다. 최근 남편을 따라 미국에서 살면서 그곳 학교에서 합리적으로 처리하는 자녀 교육 방식을 전해주고 싶어 글을 쓰게 되었다. 매월 서너번에 걸쳐 잔잔한 가족 얘기를 주제로 한 글을 '세종의 소리'를 통해 연재할 예정이다./편집자 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정숙 2012-09-28 14:03:02
그게 미국과 한국의 차이인데 요, 그래서 한국도 잘 나가잖아요.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 남성 위주의 한국 명절은 변화해야 하지만 그게 잘 안되네요. ㅋㅋ

강현희 2012-09-28 10:52:28
글잘읽었습니다
명절에 꼭와닿는글이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