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 다방, 침산리, 아세요"
"은하수 다방, 침산리, 아세요"
  • 김중규 기자
  • 승인 2012.01.12 16:5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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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일호 세종문학회장..."아쉽지만 세종문학으로 가야"

   '연기문학'에서 '세종문학'으로 이름을 바꿔 첫 동인집을 낸 김일호 회장
“유명한 문학작품에 ‘조치원’이란 이름은 아주 많이 등장합니다. 1931년에 대전과 함께 읍으로 승격할 만큼 역사도 오래되었고 신병 교육대 같은 현대사의 변곡점이 된 스펙들이 많은 지역이었죠.”

연기지역 문학인의 등용문 ‘연기문학’을 ‘세종문학’으로 거듭나게 만든 김일호 세종문학동인회장(60)은 문학 속에 조치원을 이렇게 분석하면서 “많은 원로 분들이 밖에서는 대접을 받았지만 정작 조치원에서는 그렇지 못한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개명(改名) 첫 호인 ‘세종문학’ 17집 출판 기념 모임을 앞 둔 지난 7일 김회장을 조치원 한 음식점에서 만났다. 그는 유한식 현 연기군수 비서실장을 맡고 있어 조만간 세종시장 출마 대열에 합류할 유 군수를 따라 다시 곁방으로 나올 예정이었다.

“세종시가 되면 흘러가는 도시에서 머무는 지역으로 탈바꿈 할 것입니다. 좋은 일이죠. 그렇지만 뿌리가 깊은 연기문학을 ‘세종’으로 바꾸는 건 아쉬움이 있어요. 예전에 조치원역 앞 ‘은하수 다방’이라든가 ‘침산리’ 등이 문학작품에 곧장 등장했지만 흔적이 없어진 것과 같은 이치죠.”

김회장은 길쭉한 얼굴에 미간이 뚜렷하고 인중이 똑 발랐다. 이런 상은 강직하고 뒤에서 남을 공격하지 않는 형이다. 대화에서도 그런 성격이 묻어나왔다. 솔직하면서 의사 전달이 분명했다. 그는 세종문학 17집 발간사에서 심경의 일단을 완곡하게 표현했다.

‘...연기군에 뿌리를 내린 ’연기문학‘은 그러한 거대한 흐름과 변화에 부응하기 위하여 지난 17년의 자취를 고스란히 담아 ’세종문학‘으로 다시 이름을 짓고 더 넓은 세계로 달려 나가고자 한다...’

‘발전적인 해체’라는 뜻이다. 해체의 단절성이 ‘님은 가셨지만 나는 보내지 않았다’는 극도의 반어법으로 들린다. 진한 아쉬움이 배어있다. ‘백수문학’에서 분가한 ‘연기문학’이 다시 ‘세종문학’으로 거듭난다. 그게 이 지역 문인들의 놀이터이자 신인들에게는 기회의 터가 되었다.

“백수 문학 동인들이 이제는 조치원의 대표 축제가 된 ‘도원문화제’의 효시를 만들었어요. 내노라 하시는 분들이 다 이곳에 와서 축하하고 즐기고 가셨지요. 그걸 통해 척박했던 지방문학 풍토를 순수문학을 지향하는 옥토로 만들었죠. 또, 이른 봄 복사꽃 마당에서 펼쳐진 학생 및 주부 백일장과 여름철 문학 캠프는 모두의 축제가 되었습니다.”

청소년 문학캠프에서 발표한 작품은 세종문학 17집 231쪽부터300쪽까지 실려 있다. 기성세대와 자라나는 청소년 간에 ‘소통’을 바로 이 책이 실천하고 있다. 한번 실천이 백 마디 말을 이기는 법이다. 세종문학에 실린 ‘조치원고 000’, ‘조치원여고 000’ 등등의 필자에게 훗날 이들이 문학의 중심에 섰을 때 이 책은 기억 아스라한 고향과 같은 추억 공간이 되리라.

“어두운 사회를 통합하는 게 문학입니다. 글을 잘 써서 감동으로 사회에 기여하는 게 바로 우리가 할 일이죠. 사진작가가 우리가 눈으로 보지 못하는 걸 앵글로써 표현, 자연의 경이로움을 보여주면서 인간에게 겸손함을 가르치는 것과 같은 이치죠. 그런 역할을 문학이 해야 합니다.”

   세종문학 제 17집, 청소년 문학 페이지를 만든 것이 특징이다.

김회장과 얘기는 ‘의기 투합’이었다. 마치 잘 빚은 술과 딱 맞는 안주를 대하는 느낌이었다. 군침과 감칠맛이 있었다. 화제를 책으로 돌렸다.

“희곡 ‘조씨와 염씨’를 쓰신 윤조병 같은 분은 어른이시죠. 인천시립극단 단장도 하셨고 한성종합에술대학 교수도 하셨는데... 다른 분들도 훌륭하시지만 이런 분들이 조치원에서 많이 나올 수 있도록 토양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 중심의 주장도 필요하지만 감동과 느낌을 주는 문학 활동이 있어야 합니다.”

책에는 아는 필자도 있었다. 필명 ‘안휘’로 활동하는 안재휘씨는 대전일보에서 함께 생활했고 그 연(緣)이 짧았지만 인터넷 신문까지 이어졌다. 그는 ‘동백단상’외 4편의 시와 소설 ‘상어’를 세종문학으로는 창간호인 17집에 실었다. 반가웠다. 모르는 분들도 세종시에서 생활하다보면 조만간 ‘안휘’처럼 되리라고 본다.

“사진이나 글이든 모두 예술로 통합니다. 군청에 있으면서 문학 쪽에 지원금을 받을 수 없을까를 고민하던 중 문학캠프 같은 것을 할 수 있었던 게 보람입니다. 충남 문인협회 이사, 지방신문 칼럼리스트 등으로 활동을 했으나 개인 시집을 한권도 내지 못한 건 못 내 서운합니다.”

그는 이룬 결과보다 ‘가지 못한 길’을 더 크게 보았다. 대화는 거기에서 끝냈다. 책에 실린 내용의 평가는 능력 밖이었다. 다만 좋은 재료를 어설프게 포장했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김일호 회장 연락처) 010-5406-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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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석 2012-09-11 13:59:11
회장님 안녕하세요 인사드립니다.
언재보아도 청명한 얼굴은 글을쓰시는 분 같아요

김일호 2012-01-12 17:45:55
대기자님, 과찬에 감사하나, 몸둘바 모르겠습니다.
문학적 깊이를 채워 귀사와 공유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