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이 아닌 문화 국가가 진정한 선진국
물질이 아닌 문화 국가가 진정한 선진국
  • 강수인
  • 승인 2012.09.18 16:3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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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인의 생활 속 이야기] 여성, 어린이 등 사회적 약자의 배려가 그 시작

   캐나다 캘거리에서 만난 조각상, 씌어진 글귀가 '여성도 사람이다'(Women are Persons)였다. 어느나라든 초기에는 여성을 비롯해서 사회적 약자가 권리를 보호받지 못했지만 어려운 과정을 거치면서 배려하고 권리를 보호하는 발전이 있었다.
지난여름 올림픽에서 한국인의 재주와 정신은 세계인의 혼을 빼놓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정말 대단했다. 과거 전통적으로 메달을 땄던 투기 종목이 아닌 소위 선진 종목에서 믿기지 않는 성적을 거두었으니 말이다.

선진국의 상징이라던 펜싱과 체조에서의 놀라운 성적, 축구 종주국인 영국과의 승전고는 더운 여름날 지친 국민들을 열광케 했고, 특히 축구 한일전 승리는 독도나 위안부문제로 울분을 토했던 국민감정을 일부나마 위안해 줄 수 있었다. 일부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이미 선진국대열에 들어섰다는 평을 내놓기도 했다. 경제 수준이나 스포츠 등에서는 강대국까지는 아니더라도 상위권을 차지하는 나라가 되었다고 자부해도 될 성싶었다.

하지만 요즘 낯 뜨겁고 소름끼치는 뉴스를 보면 진정으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매일같이 전국 곳곳에서 터지는 성추행, 성폭행 사건과 자살 관련 기사를 보면 더욱 그렇다.

신고하려고 해도 보복이 두렵고 또 대부분이 문제의식을 못 느끼고 별일 아닌 것처럼 생각하는 사회 풍조가 남아있다면 그런 사회를 누가 선진사회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그 수치심 때문에 서러움과 분노를 삭혀야 하는 사람이 다름 아닌 우리의 어머니요, 아내요, 형제, 아이들일진대 이를 어찌 그냥 넘어갈 수 있겠는가?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범법자의 처벌 수위를 얼마로 할 것인가 보다 유사한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앵무새처럼 되 뇌이는 말이지만 사회적 약자로 살아가는 장애인과 여성, 아이와 노인이 사회적으로 배려 받고 존중받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미국에서 처음 여행을 떠날 때 얘기다. 우리 가족의 멘토 역할을 했던 J박사가 미국에서는 여성과 아이, 장애인 등은 사회적 보호대상이기에 많은 이로움이 있다고 알려 주었다. 그래서 미국과 캐나다 국경을 넘을 때는 여성이 운전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귀 뜸도 해 주었다. 참 요긴한 정보였고 실제 국경을 넘나들 때 그렇게 해서 별 어려움 없이 통관절차를 마치기도 했다.

어느 날 밤 집근처에 요란한 싸이렌 소리와 함께 경찰차 두 대가 왔다.
아마도 부부가 차안에서 다퉜는데 동네 누군가가 신고한 모양이다. 차에서 내린 경찰관은 남녀를 떼어놓고 사건 경위에 대해 설명을 듣고는 서로 상의하는 모습이었다. 얼마 있다가 별일 없이 떠나긴 했지만 밖에서 함부로 다툰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체험할 수 있는 소름끼치는 순간이었다. 후에 들은 이야기지만 술 때문에 다투게 되었는데 경찰은 약자인 여성을 염려하여 남자의 위협적인 태도나 폭력이 있었는지를 확인하는데 중점을 두더란 얘기였다.

또 놀라운 것은 이웃의 신고 정신이다. 낯모르는 곳에 주차만 되어 있어도 신고하는 것이 그들의 문화다. 그런데 거기서 사회적 약자인 여성이 강자인 남성과 다투는 것을 본 그들은 위급상황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또 어떤 가정은 집에서 아이를 때린 것이 문제가 되었던 일도 있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아이의 상처를 보고 아이와 상담을 하고는 경찰에 신고해 버린 것이다. 귀국을 몇 개월 앞두고 아주 곤혹스런 일을 당해 이 일을 마무리하는데 무척이나 애를 썼다고 한다.

이것을 단순히 문화의 차이라고 가볍게 넘길 일은 아닌 것 같다. 문화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변하는 것이다. 그러니 잘못된 것은 찾아서 고쳐야 한다.

백범일지에서 김구 선생은 아름다운 나라를 말씀하셨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무력도 경제력도 아니라고 하셨다. 인류의 마음을 채워줄 문화의 힘이 필요하다며 어짊과 의로움과 사랑이 부족함을 일깨워 주셨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지 않고 높고 새로운 문화의 중심이며 근원이 되기를 바라셨다. 참 먹고 살기도 힘들었던, 더구나 일제 강점기에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치던 그 시절에 문화국가를 이루려고 했던 그 혜안과 의지가 놀랍기만 하다.

문득 김구 선생님이 말씀하신 문화 선진국이란 것이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보호하고 그들에게 귀 기울이는, 그래서 서로에게 즐거움을 주는 세상이 아닌가 싶다. <필자 강수인은 올해 44세로 자녀 둘을 둔 가정 주부이다. 최근 남편을 따라 미국에서 살면서 그곳 학교에서 합리적으로 처리하는 자녀 교육 방식을 전해주고 싶어 글을 쓰게 되었다. 매월 서너번에 걸쳐 잔잔한 가족 얘기를 주제로 한 글을 '세종의 소리'를 통해 연재할 예정이다./편집자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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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영 2012-09-19 08:25:18
한참만에 글을쓰셨군요
오늘글도 아주잘읽었습니다
사회적 약자를배려하고 보호하고 그들에게 귀기울이는세상
이것이야말로 문화선진국으로 가기위한 첫걸음이아닌가 싶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