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로 돌아가라고?"...택시업계 '후폭풍'
"공주로 돌아가라고?"...택시업계 '후폭풍'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6.04.21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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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사업구역 변경인가 위법", 세종시 미숙한 행정으로 혼란 야기

   '웅진택시·한일여객'에 대해 택시사업구역 변경을 해준 세종시의 처분이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세종시의 미숙한 행정처리가 택시업계의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공주에서 세종으로 주소지를 옮긴 '웅진택시'와 '한일여객'에 대한 세종시의 '사업구역 변경 처분'이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오면서 엉터리 행정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014년부터 세종시에서 영업했던 이들 공주 업체들은 모두 영업이 전면 중지됐다. 행정기관의 '판단 미스'로 인해 택시업계의 후폭풍이 거센 가운데 세종시의 책임론이 제기되는 등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세종시와 택시업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 12일 '행복택시'가 세종시를 상대로 제기한 '웅진택시·한일여객 등의 사업계획 변경인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세종시가 사업계획 변경인가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최종 판결했다.

이번 재판은 ‘공주에서 세종으로 주소지를 옮긴 택시회사가 세종시에서 영업권을 가질 수 있느냐’를 두고 업계의 첨예한 대립을 일으켰다. 게다가 세종시 출범에 따른 행정구역 편입과도 맞물리며 판례를 찾기 힘든 소송이 되면서 치열한 법적 공방이 벌어졌다.

◇공주 택시업체(웅진택시·한일여객) vs 연기 택시업체(행복택시·세종운수·연기운수)

당초 웅진택시와 한일여객은 공주시를 사업구역으로 하는 택시업체였다. 그러나 이들 업체는 세종시가 출범하기 직전인 지난 2011년, 사업장을 공주시 월미동에서 의당면(차후 세종시 장군면으로 행정체제 개편)으로 변경하고 '일반택시 운송사업계획 변경신고'를 공주시에 접수했다.

이에 기존 세종(옛 연기군 소재) 택시업체(행복택시·세종운수·연기운수)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공주업체가 주소지를 옮긴 곳이 세종 편입지역이어서 세종 영업권을 갖기 위한 ‘위장전입’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세종 업체들은 ‘영업권 침해’ 등의 이유로 행정 처분 취소 소송(2012년 5월)까지 제기했다. 그러나 대법원(2014년 4월)까지 간 끝에 세종 업체는 소송에서 패소했다.

당시 세종 택시업체는 공주 업체의 주소지 변경으로 영업권을 침해당했다는 소를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공주 업체들의 주사무소 이전이 적법하다는 판결을 했다. 이는 주소지를 세종시로 옮긴다고 사업구역이 저절로 옮겨지는 것이 아니어서 영업권 침해를 따질 사안이 아니라는 것. 다시 말해 '주소지 변경'과 '사업구역 인가'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판단이다. 이는 역으로 세종시가 공주 업체에 사업구역 변경 인가를 내준다면 논란의 여지가 생긴다는 판결이기도 했다.

그러나 세종시의 판단은 달랐다.

2014년 5월 19일 당시 세종시 측은 대법원 판결(2014년 4월)과 국토부 유권해석(2014년 5월)을 언급하면서 "공주 업체의 주사무소 이전이 적법하다면 읍·면지역(연기군, 공주시, 청원군 일부)에 소재했던 개인택시, 화물업체 등의 사업구역을 세종시로 인정한 것과 마찬가지로 한일여객·웅진택시도 동일하게 처리하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공주 업체들의 세종시 사업구역 변경을 인가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판단 미스'가 된 셈. 당시 세종 택시업체들은 "판결문을 보면 '공주 업체가 기존 사업 면허의 내용 중 경미한 사항에 해당하는 주사무소와 운송 부대시설 등에 관한 변경신고를 수리하는 처분에 불과할 뿐이고 사업구역 변경인가가 이뤄진 것은 아니다'라고 적시되어 있다"면서 "시가 법리 해석을 잘못했다"고 주장했다.

◇세종시 공주업체 사업구역 변경 문제 없었나... 고문변호사간 의견도 갈려

당시 세종시는 대법원 판결(2014년 4월)을 놓고 2명의 고문변호사에게 법률 자문을 맡겼다. 하지만 두 변호사의 답변 내용은 상반됐다.

최초 자문을 했던 A변호사는 "웅진택시 등이 세종시 전체지역을 사업구역으로 변경하려는 경우 세종시의 인가를 받아야 하고, 인가는 행정청의 자유재량 행위이므로 거부가 가능하다"며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다.

반면 B변호사는 "새로이 사업구역변경 인가를 받을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다른 견해가 있을 수 있다"면서 공주 업체의 손을 들어줬다.

◇세종시 택시업체, 사업계획변경인가처분 취소소송... 지난 4월 12일 대법원 최종 승소

세종시가 공주 업체들의 사업구역 변경 인가를 내주자 세종시 택시업체들은 다시 소송을 걸게 됐고, 1심(2015년6월)과 2심(2015년12월) 승소 후 지난 12일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법원은 웅진택시와 한일여객이 주사무소를 변경한 것은 경미한 변경 신고 수리 처분일 뿐이라고 해석하면서, 세종시가 타당성을 갖추지 않고 공주 업체의 세종시 영업을 허용한 점이 문제가 된다고 판단했다. 주사무소가 세종시로 편입됐다 하더라도 '사업구역'마저 자동 변경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공주 택시업체들이 세종시를 사업구역으로 하는 ‘사업계획변경 인가’를 신청한 것은, 그 인가의 효과가 사실상 세종시를 사업구역으로 하는 '신규 면허'나 '증차'를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봤다.

이에 따라 세종시로서는 ▲수송력 공급계획 ▲택시의 실차율 및 수송분담율 ▲택시 수요 ▲택시의 적정 공급 규모 ▲기존 택시업체 및 변경인가 신청을 한 택시업체 이익 등 제반 사정을 모두 고려해 사업구역 변경인가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해 ‘재량권’을 행사해야 했다는 것이다.

즉, 세종시 택시업계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사업계획 변경인가처분을 내준 것은 위법이라는 것.

◇세종시 택시업계 혼란... 세종시 '책임론'

하지만 시는 이미 지난 2014년 5월 공주 업체들에게 사업구역 변경을 해준 상황이어서 성급한 행정처리 아니었냐는 비판이 나온다.

소송에 관여한 한 업체 관계자는 “이번 소송을 제기하면서 1심 판결까지만 지켜보고 재판에서 지게 되면 승복하겠다고 했지만 세종시가 이를 무시한 채 곧바로 인가 처리를 내줬다”면서 “보다 신중해야 했지만 어설픈 행정 처리로 인해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시는 최근 법원 판결 직후 기존 공주 업체에게 세종시에서의 영업을 중지할 것을 통보한 상황. 이에 따라 2년여 간 세종시에서 영업을 해 왔던 웅진택시와 한일여객은 더 이상 세종시에서 일할 수 없게 됐다.

문제는 이들 업체가 공주시로 다시 되돌아갈 수도 없다는 점이다. 공주시 택시업계가 포화상태여서 이들 업체가 다시 돌아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웅진택시 측 관계자는 “적법한 절차로 공주시에서 세종시로 이전했으나 이제 와서 다시 공주시로 돌아가라는 것이 말이 되느냐”면서 “담당자들이 행정실수를 해 놓고 억울한 택시 기사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향후 세종시는 업계의 반발은 물론, 사태 추이에 따라 소송 등에 휘말릴 수밖에 없어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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