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복합터미널의 '배신' 주변주민 고통
대전복합터미널의 '배신' 주변주민 고통
  • 금강일보 제공
  • 승인 2012.01.11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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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상권 다 삼키고 각종 민원 호소엔 귀막아

10일 대전 복합터미널 인근의 한 음식점이 점심시간임에도 손님 하나없이 적막한 모습을 보 이고 있다.

"복합터미널이 들어서면 좋아질 것이란 막연한 희망을 품고 2년을 꾹 참고 기다렸는데 막상 문을 열고 보니 절망 그 자체입니다.”

10일 정오 대전복합터미널(동구 용전동) 서편에 인접한 한 음식점.

점심시간임에도 손님 하나 없이 적막감이 감돌던 식당 안에서 우두커니 넋을 놓고 앉아 있던 김 모(59) 씨는 씁쓸한 표정으로 암담한 현실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대전복합터미널 공사가 진행된 지난 2년 간 영업을 중단했다가 작년 말 재개한 김 씨는 “복합터미널 공사로 소음과 진동에 식당 벽이 갈라지고, 밥을 먹어도 소화가 되지 않을 정도로 육체적·정신적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복합터미널이 지어지면 장사가 잘 되리란 희망 하나로 버텼는데 개장 후엔 그곳에만 사람들이 북새통을 이루고, 우리 가게 앞길에는 발길이 뚝 끊겼다”라고 힘없이 말했다.

김 씨는 “건물주는 올 들어 가게 임대료를 올렸는데 하루 매상이 고작 5000원, 1만 원이니 어찌 하면 좋냐”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신세계 이마트, 스타일마켓, 영풍문고, CGV 등이 입점을 하며 거대한 ‘블랙홀’이 된 대전복합터미널로 인해 주변 상권은 고사 위기에 직면, 일부 음식점들은 간판만 달려 있을 뿐 이미 세입자들이 영업을 포기한 상태로 을씨년 스러움이 느껴졌다. 마지못해 문을 여는 식당들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나 다름없다”는 푸념을 늘어놓았다.

같은 시간 대전복합터미널 내 분식점과 패스트푸드점 등은 몰려드는 손님들을 맞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여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대전복합터미널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매연과 소음, 교통대란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고속·시외버스 승차장이 자리한 터미널 서편 인접 상가 세입자들과 주민들은 온종일 줄지어 서 있는 버스 뒤꽁무니를 마주보며 거기에서 내뿜는 매연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30여 년간 용전동에서 살았다는 황 모(80) 씨는 “복합터미널 서편에 인접한 8m 도로에 중앙선을 그어 주·정차를 할 수 없도록 막아 놓고, 주차 단속을 심하게 하니 더더욱 찾는 사람이 없다. 주말이면 복합터미널에 들어가려는 차들로 도로가 마비가 되고, 주변 식당들은 파리만 날리는 게 현실”이라며 “주민들은 매연과 먼지 때문에 집에서 문을 열어 놓을 수도 없고, 쌩쌩 내달리는 차들로 인해 안전을 위협받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주민들은 겨울이면 크고 작은 교통사고가 빈발하는 복합터미널 서북쪽의 좁은 급경사 도로를 완만하게 조정해줄 것과 협소한 터미널 진출입 교차로를 개선할 것, 그리고 터미널 출입구 설치, 인도를 막고 미관을 해치는 도로 전신주 제거 후 전선 지중화 작업 등을 대전 동구청과 한전 대전충남본부, 대전복합터미널㈜에 요구했으나 수용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세 자영업자인 한 모(60) 씨는 “지역 발전에 대한 기대감만 갖고 아무 소리 없이 지켜봤는데 이제는 지자체나 신세계나 주민들의 민원 제기에 대해 거들떠보지도 않고 있고, 우리를 병신 취급하고 있다”며 “건축 전에는 민원을 다 해결해줄 것처럼 하더니 볼짱 다 봤다는 것 아닌가. 공무원들도 주민 편이 아닌 신세계 대변인 노릇만 하려 한다”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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