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 보다 위대한 일상, 시민의 의무
노벨평화상 보다 위대한 일상, 시민의 의무
  • 최순희
  • 승인 2011.12.13 10:06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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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희의 e 이야기]총선,대선, 유권자 정신 바짝 차려야...

 엘렌 존슨 설리프, 레이마 그보위, 타와쿨 카르만. 이 낯 선 외국 이름을 가진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여성이라는 점(?), 노벨평화상 수상자(?)... 정확히 말하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여성 정치지도자라고 해야 맞다.

1991년, 우리로서는 전두환 정권 초기 버마 아웅산 사건으로 더 잘 알려진 미얀마의 야당 지도자인 아웅산 수 치가 노벨 평화상을 수상 한지 20년 만에 여성 정치지도자들이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했다. 1991년 아웅 산 수 치의 노벨 평화상 수상 당시, 포럼 아시아(Forum Asia)는 수치 여사의 노벨평화상 수상의 의미는 군부와 권위주의적 정권에 평화적으로 대처하는 미얀마는 물론, 민주화가 아직 되지 않은 모든 아시아 국가의 문화적 아이콘으로서 의미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럼 엘렌 존슨 설리프, 레이마 그보위, 타와쿨 카르만, 이 세 명의 노벨평화상 공동수상이 던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수상자의 간단한 프로필을 살펴보자. 라이베리아의 설리프 대통령은 지난 2005년 아프리카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 당선되어 2006년 취임했다. 그녀는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공부를 마친 뒤 귀국하여 80~90년대 라이베리아 군사 정권에 맞서 민주화 운동을 벌이다가 사형선고, 망명 등 수많은 굴곡을 겪었고 내전 종식 후 대통령에 올랐다. 그보위 역시 여성들과 함께 흰색 티셔츠를 입고 침묵시위를 주도하며 라이베리아의 군사 정권 퇴진을 위해 힘썼다. 카르만은 예멘의 인권운동가이자 언론인으로서 2007년부터 예맨에서 비폭력 시위를 이끌며 예멘의 독재자였던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한 이른바 '재스민 혁명'의 주역이다. 노벨위원회는 수상자 발표와 함께 '이들이 여성들을 위한 안전과 평화 구축활동 참여를 위한 비폭력적인 투쟁을 벌인 공로를 높이 평가한다'며 노벨평화상 수상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미, 예견되었듯, 중동 아프리카의 재스민 항쟁으로 전 세계의 정치지형은 시민의 힘과 자유, 정의를 상징하는 색깔인 초록색으로 물들이고 있다. 20년 전 수치여사가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의미했던 점이 그 나라(미얀마)의 민중들이 처하고 있는 각종 권리 제한이 풀릴 것이라는 기대를 말한 바와 같이 중동 아프리카 지역의 시민들이 누려야 할 자유와 평화, 안정과 번영을 여는 물꼬를 여는 지점에 세 명의 여성이 자리를 잡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수치여사가 노벨상을 수상 한 이후에도 가택연금의 반복과 연장이 이어졌고, 미얀마는 지금까지도 완전한 정치적 자유는 물론, 시민의 권한을 돌려받지 못한 채 오랜 투쟁의 역사를 써오고 있지만, 최근 미얀마에 불고 있는 훈풍의 소식은 이전과 비교할 때, 개화될 꽃을 기다리게 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남의 나라 여성 지도자 거론은 우리의 여성대통령 출현 가능성 여부 때문

남의 나라 여성 지도자를 말할 때는 팩트 하나만으로도 말문을 열기가 쉽다. 그럼에도 현실감이 떨어지는 지역과 나라의 여성 지도자 이야기로 길게 돌아서 간접적으로 말문을 여는 이유는 우리도 내년에 우리의 일상을 지배할 대통령을 뽑는 대선에서 여성이 대통령으로 탄생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직접적인 물음을 던지기 위해서이다. 또 하나는 여성이 아니라하더라도 이러한 정치지도자의 노력이 시민들에게 그들의 일상을 옥죄는 감옥으로부터 자유롭게 할 것인가에 있다.

여성 지도자에 대한 필요와 시대적 요구를 말하기엔 같은 여성의 입장에 서도 마음이 복잡해진다. 내가 기억하는 한 80년대 중반까지 매일 방송하는 원고를 검열(?)받아야 하는 일상의 감옥이 존재했다. 그 아버지의 아류가 지배하던 시대였다. 아버지의 배경 때문에 안 된다고 말하면, 그 아버지가 독재시대에 휘두른 연좌제에 묶일 것이요, 된다고 하면 그녀가 걸어 온 길이 철저히 대중과 유리된 채 신비주의를 고수하며, 썩을 대로 썩은 겨울 감자에서 악의 싹이 삐죽하게 올라 온 다음에서야 잔다르크의 표상을 하고 전면에 나서는 모양새가 마음에 걸린다.

한편 역사의 진보는 그렇게 엎치락 뒤치락하며 제자리를 걷는다는 긍정적인 마음자세를 갖지 못했다면, 지난 4년도 채 못 되는 동안에 시대를 20년 전으로 돌려버린 MB정부를 인내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최근에 벌어진 또 하나의 현실은 이를 더욱 극명하게 인식하게 한다. 지극히 자유로와야 할 소셜 미디어(SNS)에도 재갈을 물리겠다고 정부와 여당이 나서고 있다. 이는 정부와 여당을 상대로 정의와 진실을 가릴 권한이 오히려 시민에게 돌아왔다는 웃지 못 할 희극과 마주하게 된다.

갖은 정치색에도 시민공동체 일원인 유권자 의무 항상 생각해야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출사표를 던지는 정치지망생들의 자서전 출판기념회 소식이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온다. 이들은 대부분 우리사회에서 허용할 수 있는 대부분의 권한을 향유했던 그룹이다. 따라서 앞서 예를 든 여성 지도자들과는 또 다른 환경에서 각개약진을 한 인사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에 의해 씌여지는 자서전은 대부분 자신의 공적을 지극히 주관적인 입장에서 나열한 자랑질임을 누구보다도 유권자들이 잘 안다. 사실, 그들에게 맡겨졌던 소임이 어디 그들만의 일이었나를 돌아보면 엄중히 사실 만이라도 제대로 쓰고 있나를 판단하는 것 또한 유권자인 우리의 몫으로 돌아온다.

유권자들도 시민 공동체의 일원이다. 피선거권자인 정치지도자와는 반대진영에서 제대로 된 삶을 영위하도록 해야 할 의무가 주어진다. 이는 입장만 바뀐 채 정치영역의 한 주체로 사회적 의무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뜻이다. 삶의 필수 영역인 육아·교육·취업·의료·노후 등에 대한 사회적 보장 체계를 갖추도록 함으로써 일상생활의 안전성과 안정성을 도모할 의무가 있다. 총선과 대선으로 이어지는 정치의 계절을 앞두고 송년, 신년의 모임들이 정치적인 해석을 달거나, 희석시키면서 출몰하더라도 이러한 공동체 일원으로서 시민의 의무를 저버리지 말아야하는 이유가 또 하나 생긴다. 거창한 노벨평화상을 염두에 둔 행보가 아니라 하더라도 우리의 일상은 그 어떤 커다란 행보보다 자유로울 때 위대해질 수 있다.

 

최순희, 대전출생, 충남대, 목원대(석사), 충남대 언론정보대학원(박사수료), 대전MBC R·TV 프로듀서, 편성·보도제작부 부장, 미디어 포럼 대표(현), 홍익대, 목원대 출강(현), 이메일 : luxcia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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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암 2011-12-22 10:36:51
부산으로 내려와서 창간의 소식을 접하고 반가움에 올립니다.
누가,어디에서 보아도 인정하고 공감할 정론만을 다루시길,
참으로 의미있는 글에 함께 하면서 "세종의 소리"가 튼튼히 자리메김하시길 기원드림.

황후 2011-12-16 16:22:28
요즘같이 복잡하고 욕심 많은 정치의 계절에 적절한 내용으로 공감합니다.
이처럼 품위있는 글들로 좋은 신문이 되길 빕니다. 창간을 축하합니다.

좋은세상 2011-12-16 16:16:12
고향을 떠나 멀리 있는 중에 세종의 소리를 듣게 되어 반갑습니다.
복잡한 세상이지만 바른 소식 좋은 이야기 전하는 큰 언론으로의 디딤돌이 되길 빕니다.
창간을 축하하면~~
고향을 떠나 있는 이 ^^

정순주 2011-12-16 12:55:41
지면으로 보니 더욱더 반갑네요...앞으로 좋은 소식 기대할께요...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