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대 엄마, 그리고 장남 뜰"
"바대 엄마, 그리고 장남 뜰"
  • 임비호
  • 승인 2016.01.25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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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비호칼럼]장남평야 ... 나에게는 여전한 추억의 장소

   장남들판, 대평뜰 전경, 이곳에는 어린 시절 아련한 추억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다.
필자에게 장남들판은 우리 아버지의 고향이고, 우리 어머니의 생계 터전이었다. 아버지에게는 조부모를 일찍 여의고 배를 골며 작은집 부뚜막에서 새우잠을 자고,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이곳저곳에서 나무 짐을 지어와 배고픔을 해결하였던 어린 시절의 한과 삶이 있는 곳이고, 어머니에게는 막내아들 백일도 안 되어 하늘나라에 가신 아버지를 대신해 진의리, 양화리, 월산리를 행상으로 어린 자식들을 먹여 살린 장소이기도 하다.

큰형의 어릴 적 이름이 “바대(해방이 되어 일본에서 노역을 하시다 돌아오는 배에서 태어났다고 하여 지어진 이름)라서 행상을 하실 때 임씨 문중의 어른들과 아이들은 우리 엄마를 ”바대엄마“라고 불렀다. 엄마는 조치원에서 그릇과 생선 등을 가지고 와 리어카에 옮겨 싣고, 돌아다니시며 물건 값을 돈 대신 장남 뜰에서 나는 쌀로 대신 받아 조치원 싸전에 되팔아 우리 5형제를 먹여 살리셨다. 엄마는 장사를 마치고 광주리에 쌀을 지고 오시면서 우리에게 항상 ”저 넓은 장남뜰이 다 우리의 쌀이여“ 하시면서 힘든 땀방울을 닦으셨던 것을 기억한다.

이런 이유에서 인지 몰라도 필자는 장남들판만 보면 편하고, 정겨웁다. 그리고 5년 정도 금강청 소속 금강지킴이 활동을 통해 합강 인근이 내륙 최대의 철새 도래지라는 사실을 알고 난 후 부터는 자연스럽게 장남들판과 둘째아버님이 사셨던 앵청이 나루 근처의 합강(두물머리)에 더욱 애정과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부강나루 위로 감입곡류의 금강과 미호천 동진뜰을 거쳐 내려오는 합강리(두물머리)의 너른 하중도와 장남뜰 ·대평뜰을 위시한 넓은 평야 지역은 하늘에 흰꼬리수리(야생동물 멸종 1급)와 참매들이 유유자적 큰 원을 그리며 돌고, 하중도 근방에는 풀뿌리를 헤치는 자태가 고운 고니(백조)들이 삼삼오오 노닐고, 수백마리의 큰기러기와 두루미들이 금강과 인근 뜰을 오가며 남쪽 여행을 준비하는 에너지를 보충하며 휴식을 취하는 곳이었다.

또한 군데군데 돌무더기 위에는 수생태 건강성을 알리는 지표 생물인 수달(야생동물 멸종 1급)의 흔적이 남아 있으며, 밀가루처럼 고운 모래가 차곡히 쌓인 금강 모래톱에는 빽빽한 갈대와 물억새 사이로 개개비들의 하이톤 노래 소리를 하염없이 들을 수 있는 곳이었다. 바로 이곳이 교과서적인 천연의 내륙습지 생태경관의 지형을 보여 주고 있는 곳이었다. 우리 세종시에는 어느 지역이 갖고 있지 못하는 아주 풍부한 내륙습지의 자연경관 자산을 가지고 있었던 셈이었다.

   합강리 인근 갈대숲에서 집을 짓고 사는 개개비들(사진 제공 우희철)

이런 세종시의 훌륭한 자연경관 자산이 지금 변화되고 있다. 4대강을 진행하면서 친수 공간 확보라는 명목으로 합강 생태경관 핵심지역에 오토캠핑장이 세워졌고, 개개비의 서식처인 넓은 갈대·억새숲은 까까머리 자전거 길로 조성되었고, 넓은 태평뜰은 7~8m 높이로 성토를 하여 도심 건축을 하고, 2백만 평 정도의 장남뜰도 저밀도 주택, 호수공원, 국립수목원, 박물관 단지, 천년의 숲을 이루기 위해 성토 한 후 인공 녹지로 조성되려 하고 있다.

도시 건설이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자연지형의 변화를 전제로 하는 것이기에 원래의 자연지형을 전부 보전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인 원래의 자연지형의 조건들을 잘 살리는 것이 최상의 도시 계획 일 것이고, 친환경 명품 도시를 이룰 수 있는 우선의 조건이 아닐까 한다. 또한 기본적인 자연지형을 지키고, 보전할 수 있는 대안과 정책도 함께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먼저 합강 일대의 자연경관 중 장남들판에 대한 보전과 활용에 대한 몇 가지 필자의 생각을 정리하고자 한다.

첫째로 세종시의 생태 네트워크가 잘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전월산·원수산의 녹지축과 금강의 수변축 그리고 완충녹지를 이루는 장남뜰에 대한 주의 깊은 조사와 건설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현재의 구조로는 저밀도 주택지에 생태통로라는 계획은 있지만 도로로 인하여 전월산 녹지와 장남뜰 완충녹지의 생태적 연결은 형식적인 측면이 있기에 이를 좀 더 섬세하게 검토하여 볼 필요가 있다.

두꺼비의 경우 생활은 산림에서 하고, 산란은 논이나 둠벙 같은 습지에서 하기에 생태적인 풍부한 조건을 이루기 위해서는 도로로 절단 된 것을 연결 할 수 있는 생태통로를 만드는 것 까지 깊이 배려해야 할 것이다. 또한 행복도시 환경영향평가시의 합의 사항이기도 한 전월산과 금강의 수변도로에 생태통로를 건설하는 문제도 빠른 시간 내에 시행하여야 할 것이다. 생태네트워크를 이루기 위해서는 사람의 길만이 아니라 야생동물과 곤충들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길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둘째로 인간이 만든 최대의 자연이라고 하는 논 습지의 원형보전이 필요하다. 2백만 평이 넘는 뜰이 비록 90%는 성토되는 저밀도 주택과 인공녹지로 변하여 10%도 되지 않은 곳이기는 하지만 이곳이라도 원형을 보전하는 것이 참으로 중요하다. 이곳은 생태적으로 산림녹지축과 수변축의 완충 역할을 하는 곳이기도 하고, 세종시 건설에 600년 넘게 살아 온 고향 마을을 내어 준 원주민들의 마지막 남아 있는 고향의 흔적으로 고향의 원형을 그나마 볼 수 있는 살아있는 장소이기도 하고, 한국 고유종이면서 멸종위기2급인 금개구리가 사는 최대의 서식처이기도 하다.

이곳은 학술적으로도 양서류 연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공한 곳이기에 양서류 연구 발전에 한 획을 긋는 연구 실험실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생태적으로 우수한 건강성을 유지 할 수 있는 생물 다양성을 지켜낼 수 있게 하는 먹이 공급처의 역할을 하는 곳이기에, 이곳이 지켜져야 다른 곳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흰꼬리수리의 비행도 볼 수 있고, 귀하고 귀한 두루미들의 자태, 큰 기러기의 군무도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살아있는 박물관의 기능을 유지 할 수 있다.

   장남들판에 먹이를 먹으러 찾아오는 철새들
셋째로 장남들판 시설물 중에 방문자 센터가 계획되어 있는데 이곳에 세종시 환경교육센터의 기능을 보충하였으면 한다. 생태학의 명제 중에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다”라는 것이 있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학문이 개별화되고, 세분화되기에 통합의 기능이 떨어지고 있는데 환경교육은 간학문적인 성격과 종합적인 사고를 요하기에 자연, 사회, 경제를 통합적으로 보고, 통합적인 세계관 교육 받을 수 있는 환경교육센터 기능을 보충하는 것이 세종시에 있어서는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현재 세종시는 친환경 생태도시를 표방하고 있지만 인문사회적인 인프라나 제도에 필요한 재정투입과 정책을 세우는 것에 대해서는 우선 순위에서 밀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자연의 신비를 보여주고, 더불어 사는 삶을 심어 주기 위해서 실질적인 콘텐츠가 될 수 있는 환경교육센터의 설립과 운영이 그 가치를 가질 수 있다. 현재 환경부에서는 환경교육 인증제를 운영하고 있다. 환경교육 인증제는 개별적이고 산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환경교육을 합리적인 기준을 정하여 우리 아이들과 시민들에게 적합한지를 객관적으로 평가하여 품질을 인증하여 주는 제도이다. 현재 세종시에는 이런 환경교육 인증을 받은 프로그램이 하나도 없다. 앞으로 우리 아이들과 시민들에게 좀 더 나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준비해야 할 제도라고 생각한다.

넷째로 친환경생태도시 스토리텔러(story teller)의 육성과 지원을 위한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 도시는 자연, 문화, 역사등을 모두 가지고 있는 복합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위해 아이들에게는 학습을, 어른들에게는 의미를, 공동체를 위해서는 미래를 해설할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하는 정책과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세종시는 오래 살았던 원주민들보다는 여러 가지 이유로 새로 이사 오시는 분들이 많은데, 이분들이 세종시의 자연조건, 역사,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는 적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습지, 숲, 호수, 강, 박물관, 도서관 등이 집중되어 있는 공간에서 세종시의 자연, 세

   
 

임비호, 조치원 출생, 공주대 환경과학과 졸업, 세종 YMCA시민환경분과위원장(현), 세종생태도시시민협의회 집행위원장, 세종시 환경정책위원, 금강청 금강수계자문위원, 푸른세종21실천협의회 사무처장(전), 연기사랑청년회장(전),이메일 : bibo10@hanmail.net

종시의 역사, 세종시의 건설과정을 재미있고, 유익하게 설명할 수 있는 스토리텔러(story teller)들이 존재 한다면 정주 만족도는 높아질 것이다. 스토리텔러(story teller)들이 일정정도 학습·연구를 한 후 방문객들에게 하나하나 의미를 해설하여 준다면 원주민들에게는 추억이 되고, 이주민들에게는 삶의 질이 상승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공동체의 갈등은 본질적으로 이해의 문제와 직결된다고 볼 수 있다. 행복청이 하드 중심의 도시를 건설한다면 세종시와 지역 단체들은 이를 담을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세종시를 세종시답게 하는 역할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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