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맨의 죽음', ‘헬조선’에서 진행형
'세일즈맨의 죽음', ‘헬조선’에서 진행형
  • 임영호
  • 승인 2016.01.22 10:4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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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칼럼]소시민의 비극적인 삶다룬 잘 알려진 소설

   민음사에서 출판한 소설책 표지
 '세일즈맨의 죽음', ‘헬조선’에서 아직도 진행형이다.

이 책은 비극이다. '세일즈맨의 죽음'이란 책 제목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대개 비극하면 귀족이나 왕이 떠오르는데 이 소설은 일반시민의 이야기이다. 그것도 20세기 중반 미국시민의 사회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이 책은 희곡이다. 1949년 처음으로 연극무대에 올랐다. 지금까지 셀 수 없을 만큼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연된 작품이다. 왜 그럴까?  

무대는 약 24시간, 만 하루 동안의 일이다. 윌리의 늦은 귀가에서 시작하여 그 다음날 밤 자동차 사고로 자살한다. 때는 1928년 미국 대량으로 대공황 직전이다. 당시는 사회경제적으로 공장제 기계공업이 일반화돼서 물자 생산이 대량으로 이루어졌다. 산더미 같은 물건들을 소비자에게 연결하는 세일즈맨이 필요했다. 1년 후 대공황이 일어났으니 상상을 해보라.

노새처럼 열심히 일했고 아들들은 희망이고 기대주였다.
젊은 시절 윌리는 행복했다. 전 근대적인 가부장적인 사고를 가졌지만 부인과 아이들도 집안에서 왕처럼 떠받쳐 주었다. 그는 자식에 대한 희망과 가족에 대한 사랑이 가득했다. 그는 뉴욕 자기 집을 떠나 외지로 세일즈하면서 노새처럼 열심히 일했고, 수십 년 세일즈 하는 동안 지금 살고 있는 주택의 융자금을 모두 갚고 각종 생활비를 충당했다. 오직 가족을 위한 헌신이었다.

세일즈맨으로써도 잘 나갔다. 1928년에 주당 평균 170달러의 커미션을 받았고, 항상 반짝반짝 빛나는 빨간색 셰비 자동차를 굴리고, 그의 영업구역인 뉴잉글런드 전역에서 그를 알아볼 정도로 유명 인사였다. 부인 린다는 전업주부로서 남편을 몹시 사랑했고 존경했으며 남편이 강압적일지라도 순종하는 형으로 오직 남편만 바라보고 사는 사람이다. 그녀의 말대로 윌리는 그녀의 주춧돌이고 버팀목이다.

아들 둘, 비프와 해피는 자기 과시가 강했고 허풍이 셌지만 아버지를 신뢰했으며, 특히 큰 아들 비프는 아버지와 늘 어울리는 대화 상대였다. 그는 고등학교 때는 유명한 대학 세 곳에서 돈 한 푼 내지 않고 들어오라고 할 만큼 전도유망한 최고의 미식축구 선수였다.

쉴 곳을 찾아 헤매는 작은 쪽배 같은 처지
지금의 주인공 월리는 어떠한가? 이제 그는 쉴 곳을 찾아 헤매는 작은 쪽배 같은 처지이다. 자신의 문제, 아들의 처지가 그를 지치게 만들고 우울하게 한다. 이제 그의 나이 예순 셋, 사는 것보다 죽는 게 더 가치 있는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자살을 꿈꾸고 있다. 그는 자동차를 과속으로 달려 다리 난간에 부딪히고, 지하실의 가스히터를 연결하여 목숨을 끊으려고 몇 번이고 시도했다.

30년여 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모든 것이 그에게는 유쾌하지 않다.
그가 사는 단독주택은 도시화가 진행 되서 빌딩과 아파트로 점점 둘러싸여 성냥갑 안에 갇힌 형국이다. 그가 사는 도시인심은 인간미는 없고, 온통 말재간과 시간당 수당, 법률용어 뿐으로 살벌하기까지 하다. 세일즈 활동도 예전만큼 잘 되지 않는다.

젊어서 일 잘할 때 회사도 그를 좋아했고, 친구들이나 바이어들도 잘 도와주었지만 지금 그들은 거의 죽거나 은퇴했다. 수입도 변변치 못하다.전보다 더 많은 거리를 운전하며 다녀도 판매성과가 없었다. 지금은 자동차 보험금조차 내지 못하는 형편이다. 심지어 부인 린다 몰래 매달 50달러를 이웃집 친구인 찰리에게 꾸어서 생활비로 내고 있는 실정이다. 그의 가정경제도 린다가 헌 스타킹을 수선해서 신을 정도로 궁핍해져 간다. 

비지니스 세계는 속만 까먹고 껍데기는 내다버린다
윌리는 나이가 먹어 체력이 달려서 이제 본사인 뉴욕에서 멀리 떨어진 뉴잉글런드까지 출장을 다니기가 벅차다. 뉴욕 본사에 근무하기를 바란다. 입사부터 함께한 와그너 사장은 죽고, 그의 아들 하워드 사장은 자기 처지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는 젊은 시절에 여기서 성실하게 근무하면 언젠가는 회사 임원이 될 거라는 희망을 가졌었다.

비지니스 세계는 냉정하다. 우정이라든가 인간미는 없다. 과거의 공과 관계없이 현재의 자기 능력대로 일에 대한 성과를 받는다. 속만 까먹고 껍데기는 내다버린다. 결국 그는 해고당했다. 아들들도 아버지를 무능한 사람으로 평가하고 등을 돌렸다.

1달러짜리 싸구려 인생인 아들들에 대한 실망과 일말의 책임
비프는 일생동안 그의 희망과 기대주였으나, 윌리를 실망시켰다. 서른넷이 되도록 자기 앞가림도 못했다. 여전히 주당 35달러짜리이다. 그래서 그들은 집으로 들어와 산다. 또 아들 해피도 말만 풍성하고 여자하고 노는 것에 정신을 팔려 있다. 윌리는 그런 아들들이 미웠다. 그로인해 가정불화가 심했다.

   세일즈 맨의 죽음 영화 포스터

청소년기에는 대개 금지된 것을 욕망한다. 자식은 아버지를 닮는다. 아들들의 잘못된 행동에는 윌리에게 책임이 있다. 자식교육에 있어서도 그의 성격이 나타났다. 허풍이 있다. 그들을 사실보다 너무 띄워 놓았다. 성실과 정직을 가르쳐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강건하고 인기 있고 융통성 있는 사람으로만 키우려고 했다.

겸손하고 진지한 것보다는, 말하는 내용보다는 어떻게 말하느냐와 같은 수단을 더 중요시 했다. 비프가 축구공을 훔쳤어도 “기백이 있다. 개성이 있다. 강철 같은 담력이 있다.” 고 두둔했고 아파트 공사장에서 모래를 훔쳐 오라고 시키기까지 했다. 윌리는 자식들에게 다른 사람의 관점으로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었다는 것을 분명히 지적했어야 했다. 남을 의식하지 않는 공감능력부족이다.

그는 사회에서 원하지도 않은 존재가 되어가고 있었다. 한마디로 1달러짜리 싸구려 인생이다. 비프는 남에게 명령을 받는 자리에서는 일하지 못했다. 면허증도 없이 차를 몰기도 한고, 엘리베이터 안에서 별 희한한 짓을 하고, 대낮에 업무보다는 수영을 하고 다니고, 다른 사람의 만년필을 훔치기까지 했다. 얼마 전에는 캔자스시티에서는 양복 한 벌을 훔쳤다가 교도소까지 갔다 왔다. 동생 해피 또한 여자 꽁무니만 따라다니고, 과시욕이 강해 최하 말단임에도 거짓으로 관리자처럼 행동한다.

윌리에게 커다란 실수가 있었다. 물론 그가 그 행동을 후회했을까하는 의문은 들지만 비프는 고등학교 시절 수학 F를 맞았다. 그는 그 문제를 상의하려고 보스턴에 출장 중인 아버지를 찾아갔다. 거기에서 아버지의 비행을 보고 크게 충격을 먹었다. 사실 계절학기 수업을 들으면 F학점은 정상적으로 채워진다. 그러나 사춘기였던 그는 아버지에 대한 반항심으로 학점이수를 포기했다. 결국 대학진학은 되지 않았다.

비프는 지금 자기행동을 후회한다. 거짓된 꿈을 이제 더 이상 꾸고 싶어 하지 않는다. 사무실에서 무시당하고, 애걸해가며 비웃음거리가 되는 세일즈맨보다는 밖으로 나가 일하고 먹고 앉아서 담배한대 피우는 그런 시간들을 원한다.

그러나 윌리는 현재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남자라면 뭔가를 세상에 남겨놓고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아들들에게 뭔가 남겨주면서 자기를 더 이상 싫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물론, 자식들이 미안하게 느끼게 하는 일을 궁리한다.

윌리의 자살과 헛된 꿈
윌리는 의도한대로 자살했다. 그는 죽기 전 장례식에서 예전에 알던 사람들이 낯선 번호판을 달고 올 것처럼 많은 사람이 애도해 줄줄 알았다. 그것은 헛된 꿈이다. 장례식장에는 부인과 두 자식, 이웃집 친구 찰리뿐이었다. 린다는 윌리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윌리는 이제야 비로소 자유로운 사람이 되었다. 그들은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빚을 다 갚았고, 봉급 조금만 있으면 사는데 지장이 없었다.

사실 세일즈맨의 본질은 꿈꾸는 사람이다. 반짝이는 구두를 신고 하늘에서 내려와 미소 짓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자기 자신을 알지 못했다. 윌리는 살아있는 동안 자기 집을 꾸미는 일에 정성을 쏟았고 행복해 했다. 실은 시멘트 한 포대만 있으면 행복한 사람이었는데 너무 허황된 꿈을 꾼 것이다. 행복이냐 불행이냐 느끼는 것은 자신이 가진 것에 얼마나 만족하느냐에 달려있다.

한국사회에서는 헬조선이다.
한국은 지금 625전후 세대가 한참 은퇴하는 중이다. 2007년 외환위기 이후 사회구조가 급변했다. 이들은 긴 노후생활에 대비할 노후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아이들을 교육시키고 부모를 부양하는데 바빴다. 그래서 30년 이상 치열한 경쟁 속에서 하루도 쉬지 않고 열심히 일했어도 최저임금을 받고서라도 더 잔류하려한다.

 
     
 
 
임영호, 대전 출생, 한남대, 서울대 환경대학원 졸업, 총무처 9급 합격, 행정고시 25회,대전시 공보관, 기획관, 감사실장, 대전 동구청장, 18대 국회의원, 코레일 상임 감사위원(현),이메일: imyoung-ho@hanmail.net

자식세대는 자식세대대로 사회에 진입하는데 고생하고 있다. 비싼 학비를 주고 다녔지만 취업으로 보답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결혼· 육아 ·주거의 불안으로 이어진다. 한마디로 부모세대도 자식세대도 불안하다. 1950년대 미국사회의 단면인‘ 세일즈맨의 죽음’에서 윌리가정의 슬픔이 이 소설이 나온 지 60년이 지난 한국사회에서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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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2016-01-25 09:52:17
좋은 가이드가 되고 있습니다. 늘 즐겹게 읽어보고 있습니다. 책을 읽으려면 미리 소개서를 읽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