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란 누구에게 연탄 한장 되어주는 것"
"삶이란 누구에게 연탄 한장 되어주는 것"
  • 임영호
  • 승인 2016.01.19 0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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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 칼럼]살만한 세상 일러주는 책,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내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상적인 소재를 다뤄 한번 빠지면 새벽까지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추리 소설작가이다. '용의자X의 헌신'도 그의 작품이다. 그렇다고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서 살인사건이나 명탐정을 떠 올려서는 안 된다. 편지하면 따스함이다. 바로 그런 류의 소설이다. 다만 과거와 미래를 정신없이 왔다 갔다 하는 글의 전개로 추리소설과 같이 퍼즐처럼 맞추어야 이해된다.

무대는 나미야 잡화점이다. 책 표지를 보면 2층 건물 정 가운데 ‘나미야’라는 간판이 붙어있고, 집 앞에는 정겹게 자전거 한 대가 서 있다. 좀 도둑질 하다 경찰을 피해 도망치던 쇼타, 야쓰야, 고헤이 세 사람이 자동차가 고장 나서 이 잡화점에 숨어들었다. 이 잡화점은 오래 전에 폐가된 상태다. 그 집 방에 뒹구는 해묵은 주간지에는 40년 전 날짜가 찍혀 있다.

우유 통에 넣은 답장 편지
그들에게 난데없이 반신용 봉투가 붙어있는 편지 한 통이 도착한다. 무시하기에는 마음이 걸려 얼떨결에 열어본다. 고민을 상담하는 내용이었다. 자기 얘기를 어디에도 털어놓지 못하는 처지일 때 누가 들어만 줘도 고마웠던 일이 생각났다. 애당초 이들에게 대단한 충고는 기대하지 못하는 처지이다. 서로 옥신각신 끝에 공감하고 격려하고 당부하는 단순한 몇 마디로 답장을 하였다. 우유 통에 넣은 답장 편지는 금세 사라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로부터 답장이 오고 가면서 상담의 결말이 이루어져간다.

나미야 잡화점의 상담 편지는 30년 전에 나미야 잡화점의 주인인 할아버지 ‘나미야 유지’가 아이들로부터 고민을 받으면서 시작되었다. 할아버지는 ‘시험에서 공부안하고 백점 맞게 해달라’는 등 아이들의 장난스런 고민을 받아 진지하게 답을 해서 벽에다 붙여놓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아주 심각하고 복잡한 고민 상담이 들어왔다. 그 때부터 답장은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게 벽에 붙이지 않고 우유 상자에 넣었다.

욕심이 있으면 방황도 그만큼
이 책에 나오는 고민상담 내용은 총 다섯 가지이다. 인간은 욕심이 있으면 방황도 그만큼 많아진다. 사랑하는 애인이 병에 걸렸다. 자신의 꿈인 올림픽 출전을 포기하고 그 애인을 위해 간호해야 하나? 능력이 별로지만 노래하고 작곡하는 뮤지션이 꿈인 생선가게 아들이 뮤지션을 포기하고 생선가게를 물려받아야 하나? 유부남의 아이를 임신한 여성이 미혼모의 몸으로 아이를 낳아도 되나? 사업이 망해서 야반도주하려는 부모님에 반대하는 중학생 아들은 어떻게 행동해야 되나? 단기간 내 성공하려는 여성이 있다. 낮에는 단순 사무를 하지만 밤에는 돈이 되는 술집에 나가는데 어떻게 처신해야 되나?

그런데 이 사연들은 답이 단순치 않다. 이렇게 하면 다른 문제가 또 있다. 그렇다고 아픔만 동감해 줄 수도 없다. 또 확신을 가지고 이렇게 해라 답을 할 수도 있지만 현실에서는 정작 그 방향으로 흘러간다고 장담할 수 없다. 나라면 어떻게 조언할까? 머리가 살짝 아프다. 정답이 없다. 있다면 현실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고 스스로를 정직하게 바라보는 일이다. 그럴 때 기적은 일어난다.

경청을 통한 공감적 고통
일반적으로 상담하는 사람은 이미 어떻게 해야 되는지 스스로 답을 가지고 있다. 자기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있다. 그것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 사실은 상담하는 과정이 더 소중하다. 경청을 통한 공감적 고통으로 제대로 유대감이 형성되면 온정과 애정이 생기고 신뢰감이 싹터 자기마음을 열게 된다. 상담하는 자는 두 번 세 번 상담하는 사이에 자기 삶에 대하여 생각하고 판단하는 관조적인 자세가 된다. 다만 답장은 대개 이렇게 클로징 멘트 한다. "당신의 노력은 절대로 쓸데없는 일이 되지 않습니다. 마지막까지 꼭 믿어 주세요. 마지막의 순간까지 믿어야합니다. "

아무도 모르는 인생 길
이 책의 끝부분에 세 도둑 중 하나인 아쓰야가 빈 편지지를 우체통에 넣었다. 이에 대한 진짜 나미야 잡화점 주인 할아버지의 편지글이 말미를 장식한다. "백지이기 때문에 어떤 지도도 그릴 수 있다. 모든 것은 당신하기 나름이다. 부디 스스로 믿고 인생을 여한 없이 활활 피워 보시기를 바란다." 아무도 모르는 인생 길.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어 자기의 길을 가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자기를 믿는 일이다. 스스로 믿는 것에 최선을 다해 노력할 때 기적도 있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에서 천명은 기적을 말한다.

   삶이란 나 아닌 누구에게 따스한 연탄 한장이 되어 주는 것을 깨닭게 하고 있다.
인간은 선량하다
끝으로 이 작가는 인간은 선량하다는 믿음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생선가게 아들인 뮤지션이 불속의 아이를 구한 것이나, 미혼모가 사고로 죽어가면서 끝까지 자식을 보호한 것이나, 야반도주한 부모가 남겨진 아들에 대한 자기희생적인 배려를 한 것이나, 술집에 나가면서 어렵게 모아 성공한 사업가가 불타서 파산상태인 자기가 살았던 고아원인 ‘환광원’을 지어 주려는 등이 사람다움의 향기를 느끼게 한다. 어떻게 보면 삶이란 나 아닌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이 되어주는 것이 아닌가?

호스티스의 답장과 세 도둑의 변심
또 하나의 반전이 있다. 괴테는 ‘파우스트’에서 선량한 ‘인간은 악막의 유혹으로 한 때 방황할지라도 다시 선한 인간으로 돌아온다.’고 했다. 밑바닥 인생을 살아왔던 세 사람. 자기들이 털은 핸드백에서 상담해준 호스티스의 답장을 읽었다. “조언 때문에 나쁘게 성장하지 않고 성공했다“고. ”정말 은인이다“라고. 그 편지답장은 세 도둑들의 머리를 세게 내려쳤다. 그들은 다시는 남의 물건을 훔치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자수를 하기로 한다. 결국 처음으로 돌아가는 길을 택한 것이다. 신은 역시 해이해지기 쉬운 인간을 위해 가끔 삶의 사이사이에 천사를 보내 자책감을 가지게 한다.

읽으면서 느끼는 것이다. 사람은 세상을 지옥으로 만들 수도 있고, 천국으로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더구나 지옥은 더욱 만들기 쉽다. 만인 중에서 단 한사람이라도 악마의 유혹에 넘어가 세상을 어지럽히면 그자

 
     
 
 
임영호, 대전 출생, 한남대, 서울대 환경대학원 졸업, 총무처 9급 합격, 행정고시 25회,대전시 공보관, 기획관, 감사실장, 대전 동구청장, 18대 국회의원, 코레일 상임 감사위원(현),이메일: imyoung-ho@hanmail.net
리가 지옥이다. 그래도 실망하지말자. 불의는 행동을 보고 있으면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금방 알 수 있다. 그럴 때 신은 천사를 지상으로 보내 그 악마를 지옥같은 곳에서 구원한다.

나미야 잡화점. 이 소설을 읽으면 세상은 살만한 곳이라고 생각된다. 천사들이 여기 저기 보인다. 두껍지만 읽을 만하다. 이야기의 전개에 빠져 들어가면 새벽이 되기 전에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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