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결코 여성만의 문제 아니다
출산, 결코 여성만의 문제 아니다
  • 강수인
  • 승인 2015.12.18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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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인칼럼]맞벌이 수용하는 직장문화, 사회적 배려 우선 되어야

 

   밴드 콘서트, 상당히 많은 학생이 참여하는데다기 학부모들까지 참여하니 그 규모만도 장관이었다.작품성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함께 완성해 가는 과정을 중요시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국민 10명중 9명이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한다. 복지부가 실시한 대면 면접조사에 의하면 저출산은 86.6%가, 고령화는 91.1%가 심각하다고 본다고 한다.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닌 만큼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출산장려금, 보육시설 보조비 등 수많은 출산·양육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제 가슴에 와 닿지는 않는다.

 

지난 10년간(2006∼2015년) 정부에서는 저출산·고령화 대책을 위해서 150조원 정도를 투입했다고 한다. 출산율은 2005년 1.08명을 최저점으로 하여 2014년 1.21명으로 미미하지만 증가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이렇듯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성과가 미미하다면 퍼주기식 예산지원이란 논란이 있었던 지원중심의 정책에 대해서는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만 제기되는 것이 아니라 주요 선진국에서 겪는 공통적인 과제라 할 수 있다. 그러기에 선진국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이 적지 않다. 미국에서 느꼈던 점을 하나 소개한다. 미국인 가정은 대부분 맞벌이다. 처음에 아이들을 어떻게 보육하는지 아이를 둔 학부모로서 참 궁금했다.

초등학교부터 중·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등·하교시간에 운행하는 스쿨버스는 정해진 시간에 어김없이 도착했다. 그것은 스쿨버스가 모든 차량에 우선하기 때문에 가능했다. 개별적으로 등·하교시키는 가정도 있긴 하지만 사정이 그렇지 못한 학부모도 아이들 등하교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맞벌이 부부의 출퇴근 여건이 보장되는 것이다.

학교 생활을 하는데도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학부모를 참여시키는 프로그램이 많았다. 아이 상담, 브라운백 런치(brown bag lunch), 체험학습, 방과 후 프로그램, 동아리 발표회 등등 1주일에 한 두 번은 학교에 가봐야 했다. 게다가 외국인 학생들에겐 다문화 체험프로그램 등 해서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 그렇게 많은 프로그램에 학부모들이 빠짐없이 참여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당연한 것인 양 받아들인다. 우리 같으면 학교 측에 항의를 하든지 참여를 포기할 법도 한데 말이다.

   브라운백 런치, 학교 수업을 부모들이 같이 참여해서 하고 그날은 식사를 집에서 준비해 와서 같이 먹는다.

그것은 직업 환경이 그렇게 제도화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란 걸 나중에야 알았다. 맞벌이 부부라 하더라도 큰 불편없이 직장과 가정생활이 가능한 것이다. 파트타임이라 하더라도 정규직과 차별이 없으니 결혼이나 육아로 인해 일시적으로 직업 전선에서 물러나 있었더라도 언제든 취업 현장으로 다시 복귀가 가능한 것이다.

 

한국인 입양아 2명을 두고 있는 미국인 가정과 미국 생활 내내, 그리고 우리가 귀국해서도 한국을 방문해서 다시 만날 만큼 친분이 두터웠었다. 그들은 도서관에서 근무했는데 그래도 현지에선 여유가 있었던 우리보다 아이들 보육에 더 열성적이었다. 비록 경제적으로 풍족해 보이진 않았지만 한국 입양 아이들을 정성을 다해 양육했고 매년 방학을 이용해서 한국문화체험 프로그램에 참여시켜 한국문화를 접하도록 했다. 그리고 몇 년을 모은 돈이라고 하면서 우리가 귀국하던 이듬해 아이들과 함께 우리나라를 방문하기도 하였다.

우리의 저출산 문제도 같은 맥락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맞벌이 부모들이 학교 프로그램에 맞추어 생활할 수 있는 일자리가 마련되어야 하고 그것을 수용하는 직장문화와 사회적 배려가 있어야만 한다. 또 아이들 보육이 여성의 몫이 아니라 남편과 사회가 같이 참여해야 한다는 전반적인 인식이 있어야 한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한 마을이 필요하다고 한다.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인 것처럼 경시하는 문화부터, 그리고 양육이 여성만의 문제고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부터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국가와 기업의 의식과 채용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 아이를 출산했다고 직장을 중단하거나 인사 상 불이익이 있어서는 안 된다. 단순히 최저 임금만 보장하는 파트타임이 아니라 경력을 인정하고 차별이 없는 파트타임을 보장해서 출산 여성도 능력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방과 후 축구프로그램, 매주 토요일이면 게임이 있는데 푸른 잔디에서 축구를 즐기는 아이들도 기다리는 날이지만 같이 참여하는 부모들도 기다려진다. 아래 사진은 무료로 가르쳐주는 스키캠프.

군대 간 남성의 경력을 인정해 주듯이 출산여성에게도 정신적·육체적으로 고통을 감내한, 그리고 국가적

책임을 다한 만큼 일정한 경력을 인정해 주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남녀의 임금차를 당연시 여기는 사회, 약자인 여성을 배려하지 않고 아이를 인격체로 존중하지 않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 환경은 빠르게 변하고 바뀌는데 옛 것을 고집하며 변화를 거부하는 사회가 어찌 되는지는 인류 역사가 말해준다.

 

저출산 문제, 이것은 여성이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짊어져야 하는, 그래서 서로 분담해야 하는 공동체적 과제인 것이다.

 

강수인대전출생,대전여고,충남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졸업,우송대 외식산업 최고경영자과정 수료,우송대 Culinary MBA 석사, 박사과정,전)침례신학대학 영양사,전)카페 어니스 대표(창업),전)대전보건대 외래교수,현)우송대 외식조리학부 초빙교수,KBS, 아침마당(대전)패널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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