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사료값, 부실 소 키운다
비싼 사료값, 부실 소 키운다
  • 금강일보 제공
  • 승인 2012.01.09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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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낮은 고기 소비자 외면 물량 남아돌아 가격 하락

특상품은 품귀 가격 상승 공급 불균형 해소책 시급 

“소값 폭락요? 우리와는 크게 상관 없어요.”
대전지역 300여 한우 농가를 조합원으로 하는 대전축산농협은 현재 한우 쇠고기 1등급 등심을 100g당 55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안심은 5000원, 갈비는 4000원으로 지난해 8월 책정된 가격이 유지되고 있다. <본보 2011년 12월 26일자, 1월 5·6일자 보도> ▶관련기사 5면

“소값이 크게 떨어졌다는데 가격을 내려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전축산농협 관계자는 “최근 문제가 되는 것은 주로 육우(젓소 수송아지)이고, 한우의 경우 낮은 등급인 2,3등급에 해당되는 얘기다. 1등급 이상은 가격 변화가 크게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우 사육두수 증가와 구제역으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으로 가격 폭락세가 지속돼 100g당 6800~7000원 하던 것을 작년 8월 5000원대로 크게 내렸다”며 “더 이상 인하할 요인이 없다”고 덧붙였다.
갤러리아백화점 타임월드점은 ‘강진맥우’란 브랜드의 한우 쇠고기를 판매하는데 1++등급 100g당 갈비는 1만 8000원, 등심은 1만 6500원, 양지는 1만 1000원에 팔고 있다.

식육 판매 직원은 “작년 추석 때 가격과 큰 변화가 없다”며 “소값 폭락 문제가 연일 언론에 보도되고 있지만 고품질 브랜드육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소비자들의 시선은 수입육으로 옮겨간다. 타임월드점에서 판매되는 호주산 쇠고기는 갈비가 100g당 3530원, 양지가 3200원으로 각각 강진맥우의 5분의 1, 3분의 1 가격에 불과한 실정이다.

◆사료값 폭등에 질 낮은 소 양산, 특상품은 품귀
소값 폭락에도 불구, 소비자들이 정육점이나 대형유통업체, 음식점에서 가격 인하를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에는 유통구조상의 문제점 외에 쇠고기 등급간 물량 수급의 불균형이 작용하고 있다.

최근 사태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것은 단체급식이나 가공용으로 쓰이는 질 낮은 2,3등급 한우이지 1등급 이상의 상품(上品) 가격은 전과 다름없거나 오히려 오르고 있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사료값 급등으로 농가에서 사료를 제대로 먹이지 못하다보니 낮은 등급의 쇠고기는 늘어나고, 우수한 품질의 쇠고기는 점점 줄어 1++, 1+, 1등급 물량은 가격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대전의 한 식육 도매상은 “사료값 부담 때문에 잘 먹이지도 못한 채 대충 개월 수만 채워 소를 내놓다 보니 1등급 이상 소의 비율은 줄고, 2,3등급 소가 많아져 전체적으로 소 가격이 떨어지는 것”이라며 “특상품 한우는 예전보다 오히려 구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지만 식당들은 “왜 가격을 내리지 않느냐”는 소비자들의 항의로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서구 둔산동에서 한우고기 전문점을 운영하는 강 모 씨는 “송아지 한 마리에 1만 원이라는데 왜 고기값이 전과 같냐고 묻는 고객들이 많아 답답하다”며 “요즘 소비자들은 질 나쁜 고기를 먹으려 하지 않는다. 1+등급 이상의 한우 아니면 당장 맛이 없다고 발길을 끊는다. 설 대목을 앞두고 도매상으로부터 받아오는 고기값은 오르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산지에선 사료량 줄여 악순환 우려
실제 산지에선 사료값 부담을 덜기 위해 사료량을 줄여 저질 쇠고기 양산이 우려된다.

전국 최대 축산단지인 충남 홍성에서 암소 40마리와 수소 70마리 등 소 110마리를 사육하는 심 모 씨는 “220만~230만 원에 송아지를 들여와 20여개월을 키운 뒤 내다 팔면 암소가 200만 원, 수소도 300만 원 이상을 받기 어려운 실정에서 소 1마리당 평균 100만~150만 원씩 손해를 본다”며 ”암소의 경우 마리당 하루에 사료 4㎏을 주던 것을 1.5㎏으로 줄이고, 볏짚 등으로 허기를 채우게 하고 있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심 씨는 “한 달 사료값으로 600만 원이 드는데 소 3마리 팔아야 마련할 수 있는 돈”이라며 “결국 소가 소를 잡아먹는 셈”이라고 허탈해 했다.

서산·태안지역 축산농가들로 구성된 충남한우협동조합의 경우 조합원이 410여 명 가량인데 최근 6개월 이상 사료값 연체액이 무려 6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한우협동조합 관계자는 “종전에는 조합 내에서 사료값을 선금으로 주거나 현찰로 지불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대부분 외상”이라며 “소를 팔아치우고 축산업을 접는 도산농가가 벌써 10여 곳에 달한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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