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일깨워주는 좋은 책
나를 일깨워주는 좋은 책
  • 신도성 편집위원
  • 승인 2015.10.12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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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담는 글] "한 권의 책이 안이해지려는 내 일상 깨우쳐줘"

 
천고마비의 가을입니다. 파란 하늘만 쳐다보아도 인간을 사유하게 만드는 철학의 계절입니다. 좋은 날씨 덕분에 가을은 또한 독서의 계절이라고도 합니다.

책 수집광인 필자는 가족들의 성화에 못 이겨 정말 오랜만에 책을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리 좋은 책이면 뭐 하나, 쌓여 있으면 종이지”라는 생각이 들어 일단 시작을 하니 거실이 온통 고물상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서점을 운영하는 지인에게 연락하여 책을 일부분 치웠습니다. 며칠 동안 책을 정리하면서 애착을 버리기가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책을 정리하다보니 법정스님의 ‘무소유(無所有)’라는 책이 눈에 띄었습니다. 잠시 짬을 내어 책을 펼치니 독서에 관한 구절이 있어 읽어 보았습니다.

“독서의 계절이 따로 있어야 한다는 것부터 이상하다. 얼마나 책하고 인연이 멀면 강조 주간 같은 것을 따로 설정해야 한단 말인가. 독서가 취미라는 학생, 그건 정말 우습다. 노동자나 정치인이나 군인들의 취미가 독서라면 모르지만, 책을 읽고 거기에서 배우는 것이 본업인 학생이 그 독서를 취미쯤으로 여기고 있다니 정말 우스운 일이 아닌가. 하기야 단행본을 내 봐도 기껏해야 1, 2천 부 밖에 나가지 않는데, 어느 외국 백과사전은 3만부도 넘게 팔렸다는 게 우리네 독서풍토긴 하지만. 그렇더라도 나는 이 가을에 몇 권 의 책을 읽을 것이다. 술술 읽히는 책 말고, 읽다가 자꾸만 덮어지는 그런 책을 골라 읽을 것이다. 좋은 책이란 물론 거침없이 읽히는 책이다. 그러나 진짜 양서는 읽다가 자꾸 덮이는 책이어야 한다. 한두 구절이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주기 때문이다. 그 구절을 통해서 나 자신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양서란 거울 같은 것이어야 한다. 그래서 그 한 권의 책이 때로는 번쩍 내 눈을 뜨게 하고, 안이해지려는 내 일상을 깨우쳐준다. 그와 같은 책은 지식이나 문자로 씌워진 게 아니라 우주의 입김 같은 것에 의해 씌워 졌을 것이다. 그런 책을 읽을 때 우리는 좋은 친구를 만나 즐거울 때처럼 시간 밖에서 온전히 쉴 수가 있다.”는 내용입니다.

이 세상에서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은 임시로 사용하고 있는 것일 뿐, 영원한 내 것은 없다는 무소유(無所有)의 정신을 명심해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 책을 정리하다보니 명심보감에 관한 책만 해도 수십 권이 넘었습니다. 한 때 한문연수원에서 강의하다보니 서점에서 명심보감에 관한 책이 눈에 띄면 무조건 구입한 욕심의 결과입니다.

 
문득 법정 스님이 나타나시어 “책을 소유하려 하지 마라. 내용과 뜻을 머리와 마음에 담으면 된다. 장서(藏書)라는 미명 아래 한 페이지도 읽히지 않고 개인서가에 보관되는 불운한 책들이 읽히는 책보다 많다. 버려라! 버려야 책이 살고 네가 산다!”라고 호통 치실 것 같습니다.

어느 교수 분은 “출퇴근길 풍경을 관찰하면 주관적인 판단으로 스마트폰 이용자(80%), 자는 사람(15%), 책 읽는 사람(3%), 기타(2%)로 나뉜다.”고 얘기했습니다. 필자는 책을 버리면서도 정말 좋은 책을 찾아 책방을 여전히 둘러볼 것입니다. 출판사 관계자 말에 의하면 가을에 인생에 관한 책이 많아 팔리고, 봄에는 희망에 관한 책, 겨울엔 시(詩)가 많이 팔린다고 합니다.

시간이 없어 책을 못 읽는다는 것은 핑계입니다. 하루에 틈새 시간과 공간은 무척 많습니다. 화장실도 좋은 독서 장소입니다. 책을 소유하기보다 좋은 친구로 만들겠습니다.   <교차로 10월 9일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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