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 같은 마음으로 살아갑시다”
“보름달 같은 마음으로 살아갑시다”
  • 신도성 기자
  • 승인 2015.09.25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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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성 칼럼] 명절마다 도운 사람, 받은 선물 내놓은 국회의원 “고마워요"

              신   도  성 편집위원
민족의 명절인 추석 연휴가 시작됐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처럼 24절기 중 추석은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좋은 계절이다. 추석은 추수기를 맞이하여 풍년을 축하하고, 조상의 은덕을 기리며 차례를 지내고, 이웃과 더불어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최대의 명절이다.

추석의 기원은 고대로부터 있어 왔던 달에 대한 신앙에서 그 뿌리를 짐작할 수 있다. 고대 사회에 있어 날마다 세상을 밝혀 주는 태양은 당연한 존재로 여겼지만 한 달에 한번 보름달을 이루는 달도 고마운 존재였다. 밤이 어두우면 맹수의 접근도 알 수 없고 적의 습격도 눈으로 볼 수가 없기에 인간에게 있어 어두운 밤은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었다. 이러한 가운데 보름달은 인간에게 있어 고마운 존재였고, 그 결과 보름달 아래에서 축제를 벌이게 되었다.

추석(秋夕)의 어원은 한가위 또는 중추절(仲秋節)이라고도 하는데, 예기(禮記)의 ‘조춘일 추석월(早春日 秋夕月)’에서 나왔다고 한다. 중추절은 가을을 초추, 중추, 종추 3달로 나누어 8월이 그 가운데 들어서 붙인 이름이다. 또한 한가위, 즉 가윗날의 유래는 신라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왕이 신라를 6부로 나뉘고 왕녀(王女) 2인이 각부를 통솔하여 무리를 만들고 음력 7월16일부터 길쌈을 하여 음력 8월15일(추석) 그 성과를 살펴 진 편이 술과 음식을 내놓아 이긴 편을 축하고 가무(歌舞)와 놀이로 즐겼으며 이를 ‘가배(嘉俳)’라 하였다. 가배의 어원은 ‘가운데’라는 뜻으로 음력 8월15일이 우리의 대표적인 만월(滿月) 명절이기 때문에 붙여졌거나, 오곡백과가 풍성하여 일 년 가운데 가장 넉넉한 때라는 뜻으로 붙인 이름이라고 여겨진다.

추석이 되면 아침저녁으로 기후가 쌀쌀해지므로 사람들은 여름옷에서 가을옷으로 갈아입었다. 그래서 한가위에 입는 새 옷을 ‘추석빔’이라고 부른다. 옛날 머슴을 두고 농사짓는 집에서는 머슴들까지도 한가위에 새 옷을 한 벌씩 해 주었다. 한가위 날 아침 일찍 일어나 가장 먼저 하는 것은 차례를 지내는 일이다. 차례상은 설과 달리 흰 떡국 대신 햅쌀로 밥을 짓고 술을 빚으며 햇곡식으로 송편을 만들어 차례를 지내며 음복을 하고, 조상의 산소에 가서 성묘를 한다.

추석에는 일가친척이 고향에 모여 함께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하는 전통이 있기 때문에 해마다 추석이 오면 전 국민의 75%가 고향을 방문하여 고속도로가 정체되고 열차표가 매진되는 현상이 벌어지는데, 이를 '민족대이동'이라고 부르고 있다.

나이가 들어 추석에 차례를 모시면서 지금은 고인이 되신 부모님과의 추억이 떠오른다. 명절에 모인 형제들과 밤늦도록 한 이불 속에서 오순도순 이야기꽃을 피우던 생각도 난다. 60년대만 하더라도 집집마다 텔레비전이 없어서인지 사람들이 마실을 오가며 대화를 참 많이 나누었다. 동네마다 농악대는 물론 아이들의 갖가지 놀이가 사람 사는 정겨운 모습을 보여주었던 것 같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경제가 발전한 요즘 생존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다보니 바쁘다는 핑계로 ‘느림의 미학’이 사라지고 사람들이 여유가 없어졌다. 뭐가 그리 급한지 오랜만에 친척들이 만나도 제대로 대화도 없이 눈도장만 찍고 가기가 바쁜 현대인들을 보면서 세월의 무상함을 느껴본다. 올해 4일간의 추석 연휴 기간 동안 그동안 정신없이 빡빡하게 살아왔던 삶을 되돌아보고 주위에서 힘들어 하는 사람들에게 보름달처럼 넉넉함을 나누는 계기를 삼으려고 한다.

대전에서 20여 년 간 명절마다 어려운 이웃에게 작은 성금이나마 나누어준 분이 언론에 보도되어 감동을 준다. 이번 추석에도 비록 큰 돈은 아니지만 20만원씩 10여 세대에 나누어주어 삶이 외롭고 힘든 분들에게 용기를 주고 있어 고맙기만 하다.

대다수 국회의원 꿀꺽하는 데,  받은 선물 나누어준 당신들 “복 받을 겁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올해도 어김없이 국회의사당에는 국회의원들에게 전국에서 답지하는 갖가지 선물이 수북히 쌓이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오죽하면 한 시민단체가 몇 년 전 국회의사당 앞에서 “받은 선물을 혼자 먹지 말고 불우한 이웃에게 나누어주라”고 시위를 했겠는가.

 

다행히 올해 추석을 앞두고 일부 양심 있는 국회의원들이 받은 선물을 어려운 이웃에게 나누어주겠다는 의사를 밝혀 그나마 위안이 되고 있다.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 모임인 아침소리가 각 의원실에서 받은 추석 명절 선물 100여점을 저소득층, 장애인시설 등에 전달했다고 24일 밝혔다. 아침소리 모임에서 김종훈 의원이 "추석 선물은 마음만 받자"고 제안했고 하태경 의원이 "보내오는 선물을 사회복지시설에 기부하자"고 동의하여 5명의 의원이 23일까지 받은 화장품과 건어물, 과일, 지역 특산물 등 100여 점을 내놓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회의원을 비롯하여 고위직 상류층이 권력과 부를 향유하며 추석선물을 혼자만 즐기는 것은 부패한 자가 업을 짓는 행위로 바람직하지 못 하다. 우리 조상들은 명절마다 이웃에게 갖가지 보시를 베풀었다. 다문화시대를 맞고 있는 대한민국은 국민들의 인간성이 회복되어야 한다. 국민 개개인이 인정을 베풀 때 행복지수도 올라간다. 히말라야 인근의 부탄이라는 나라는 국민의 97%가 행복하다고 느끼고 있다고 한다.

철학가들은 ‘행복의 법칙은 돈이나 명예, 권력 등 어떠한 조건이 충족되어지는 미래에 있는 게 아니라, 지금 당장 행복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며 “행복을 미루는 습관을 버리라”고 충고하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훨씬 가난한 방글라데시나 부탄의 국민들이 행복지수가 월등하게 높은 이유는 심성이 착하고 인간다운 삶으로 서로를 위하여 주는 보름달 같은 마음이 있기에 가능하다. 총명한 한국인은 욕심이 많고 성질이 급해 남과의 비교에서 뒤처지면 금방 열등감을 느끼고 묻지마식으로 화를 내며 자포자기하는 경우가 많아 걱정스럽다. 제발 한국인들이여! 우리 선조들처럼 가진 것에 감사하고 보름달 같은 심성으로 이웃을 도와가면서 살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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