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도시 상가거리, 밤만 되면 '무법천지'
행복도시 상가거리, 밤만 되면 '무법천지'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5.08.12 10:31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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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도담동 상가거리, 쓰레기 무단투기·불법 광고물·무질서 등 '몸살'

 세종시 행복도시 상가거리가 밤만 되면 '무법천지'로 변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도담동 일대 상가거리>
"도담동 상가거리가 밤만 되면 무법 천지가 되고 있어요. 세종시가 명품도시를 지향한다고 해서 이사왔는데 말 뿐이었어요. 이건 아닌 것 같습니다."

세종시 행복도시 도담동 상가거리 주변을 찾은 한 시민의 얘기다.

BRT도로와 인접해 빼곡히 자리잡은 이곳 건물들에는 각종 술집, 식당, 편의시설 등이 들어서 유흥가를 방불케 한다. 불과 1년여 전만 해도 정주여건 부족이 지적됐지만 상점이 하나 둘씩 입점하면서 어느덧 시민들이 즐겨 찾는 거리로 변모했다. 손님이 몰리면서 대부분 상점들은 새벽 늦은 시간까지 영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저녁시간 화려한 네온 불빛이 켜지면서 이 일대 거리는 본격적으로 '취하며' 변하기 시작한다.

시민들의 제보에 취재진이 현장을 찾은 것은 지난 11일 자정이 막 넘어갈 무렵. 거리에 들어서자 취재진을 가장 먼저 반긴 것은 불법주차된 차량들이었다. 교행이 되지 않을 정도로 좁은 길 양쪽으로 길게 늘어선 차들 덕분에 꼼짝달싹 하지 못하는 지경에 처했다. 마주 오던 차의 경적소리에 후진을 몇 번 반복하고서야 겨우 거리에 들어섰다.

상가 중심쪽 인도에 들어서자 이번에는 빼곡하게 설치된 대형 풍선광고물이 가로막고 있었다. oo맥주전문점, oo포차, oo한우, oo노래연습장,ooPC방 등 불법으로 설치된 광고물들은 형형색색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줄잡아 수십여 개가 통행을 막았고 사람들은 이를 피해 이리저리 발걸음을 내디뎠다.

거리는 흡연자들로 가득했다. 바닥에는 담배꽁초가 널려 있었고, 휴식 공간으로 만들어진 벤치에는 먹다 버린 음식 찌꺼기와 빈 캔들도 수북했다.

심지어 인도 한쪽에는 마구 버려진 쓰레기 더미가 거대한 산을 이루고 있었다. 쓰레기를 피해 차도로 통행하는 사람들로 사고 위험까지 도사리고 있었다.

이미 거리는 '얼큰하게' 취해가고 있는 모습이었다. 주점이 위치한 여기 저기에서는 웃고 떠드는 소리가 흘러 나왔다. 윽박지르는 고성은 물론 욕설까지도 귓가를 스쳤다.

 도담동 상가거리 길 한쪽에 마구 버려진 쓰레기 더미가 산을 이루고 있다.
거리 곳곳을 살피던 그 때 취재진의 눈을 의심케 하는 일이 벌어졌다. 술에 취해 주점에서 나온 한 시민이 길 옆 가로수에 거리낌 없이 노상방뇨를 하고 있었던 것. 오가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이 시민은 '술기운'을 무기삼아 '구경거리'를 선사하고 있었다. 낯 뜨거운 장면에 순간 고개를 돌리고 말았지만 한숨이 절로 나왔다.

도담동 상가거리는 이른바 불법주차와 고성방가, 불법광고물, 무단 투기된 쓰레기 더미, 그리고 무질서가 판을 치면서 아수라장으로 변해 가는 중이었다. 이 모든 게 이제 막 새롭게 탄생하는, 새로운 삶을 열어갈 희망의 도시인 '행복도시' 한복판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었다.

이 거리에서 '시민의식'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관계기관의 단속 등 대응이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로 보였다. 도시 형성 초기 질서를 잡아가야 하지만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는 것이다.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한 상인은 "여태껏 단속을 나온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세종시가 5무(無)도시, 즉 노상주차, 담장, 광고입간판, 쓰레기통, 전봇대가 없는 도시를 지향하고 있다지만, 이는 '허울 좋은 구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 누구의 관심이나 책임지는 모습을 찾을 수 없다는 얘기다.

'행복도시 세종시'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 현장이었다. 취재중 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기자에게 지나가던 시민이 던진 말은 씁쓸함을 자아냈다.

"뭘 찍어요. 그런다고 바뀌는 것도 없을 텐데.. 쓰레기가 나뒹군 지는 한참 됐어요. 민원 넣고 해도 소용 없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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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인 2015-08-17 11:48:38
'행복도시 세종시'의 문화수준이 왜 이러한가요?
기본계획에 의한 세종시의 행정이 이루어져야 하겠지요?
시장의 확고한 의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때라고 봅니다.
현명한 우리 세종시민들이 보는 눈은 매우 정확함을 인식해주기를 간곡히 바랍니다.

하늘정원 2015-08-13 14:36:49
맞습니다. 기본 질서를 지키지 않으면서 명품도시란, 어불성설입니다. 앞으로도 이런 기사를 기대합니다.

철이 2015-08-12 23:45:27
다음은 아름동 해피라움 1,2동상가 뒤편- 자동차로 점령 당한 유명무실한 자전거 전용도로에 대하여 후속타를..... 안타? 아니면 홈런?....

좋은기사 2015-08-12 22:19:04
다음 시장은 세종시의 5무를 가장 강력하게 시행하겠다고 공약 1순위로 제시하는 지도자를 시장으로 선택하여야 세종시가 명품도시가 될 것입니다. 제발 불법 노상주차, 불법 광고입간판 보여주기식이 아닌 아주 강력하게 초기에 단속하여야 통제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기자님, 좋은 기사 잘봤습니다. 다음에는 이러한 문제에 대한 관계기관의 대책 및 대책에 대한 이행율 등에 대해서도 보도해 주세요, 꼭 요~~~~.

세종 2015-08-12 17:02:44
참으로 가관입니다. 시정은 어제쯤 되는지 후속타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