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 전 내 일기도 여기 있을까"
"수십년 전 내 일기도 여기 있을까"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5.08.07 11: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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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볼만한 곳]세종시 금남면 '사랑의일기 박물관', 각종 일기 빼곡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는 '반성하는 어린이는 비뚤어지지 않는다'는 믿음을 갖고 '사랑의 일기 쓰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인추협 고진광 대표, 송영식 상임연구원>
"사람은 누구나 일기를 쓰고 있는 때의 마음으로, 정직하게 말하고 행동하며 살았으면 좋겠다. 누구라도 그 마음을  바로 해 거짓없는 사실을 일기로 쓰고 있을 때만큼은 진실하고 정직하니 말씀이다."

세종시 금남면 '사랑의일기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는 고(故) 미당 서정주 선생의 '고백'이라는 글 중 일부다. 미당은 지난 1991년 '사랑의 일기' 측에 기고한 이 글을 통해 어렸을 적 이웃 선배의 만년필을 부러뜨리고 사실대로 고백하지 못했던 잘못을 '고백'했다. "무슨 실수이던 정직하게 고백하고 사는 용기를 가져야한다"며 '일기 쓰기'를 강조했다.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는 지난 1991년부터 '반성하는 어린이는 비뚤어지지 않는다'는 믿음을 갖고 '사랑의 일기 쓰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연수원에는 전국 초등학생 120만여 명의 일기가 소중히 보관되어 있다. 폐교인 옛 금석초등학교를 보수해 지난 2003년 개원한 이곳에는 누렇게 변색된 일기장이 가득하다. 옛 추억을 더듬을 수 있는 흔적들이다.

인추협은 지난 1991년부터 2014년까지 단 한해도 거르지 않고 전국적 공모와 시상을 통해 일기를 통한 인성교육의 확산을 시도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 25년간 꾸준히 ‘사랑의 일기장’을 제작·배포해 일기쓰기를 통해 하루생활을 돌아보고 점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오늘을 반성하며 내일을 계획하는 일기쓰기를 통해 가족 공동체, 나아가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자는 것이다.

   '사랑의 일기 박물관'에는 애국지사 일기, 외국기행일기, 역사일기, 그리고 박지성, 김연아 등 최근 유명인사들의 학창시절 일기까지 진귀한 자료가 많다.
고진광 인추협 대표는 "1980년대 후반 명문대를 졸업한 후 해외유학까지 다녀온 한 대학생이 돈 때문에 어머니와 아버지를 살해한 사건이 '사랑의 일기 쓰기'의 발단이 됐다"며 "아이들에 대한 '인성교육'의 필요성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자가 사랑의 일기 박물관을 찾은 6일은 마침 인추협 송영식 상임연구원이 올해 진행하고 있는 '사랑의 일기 큰잔치' 심사에 몰두하고 있었다. 올해는 세종시 세종시 35개 초등학교 중 28개교 350여명이 그간 꾸준히 쓴 일기를 냈다.

심사를 위해 서울에서 직접 뛰어 내려온 송 연구원은 "일기 심사를 한 지 벌써 20여년이나 흘렀다"며 활짝 웃었다. "일기를 쓰면서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아이는 폭력적이지 않습니다. 꾸준히 오래 쓰면 인성이 바른 학생으로 커 갈 수 있지요. 친구 사이를 좋게 하고 부모님에 대한 효도의 마음도 키울 수 있어요. 한 차원 높은 인성 교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올 초까지 서울 전일중학교 교장을 마지막으로 42년간 교직 생활을 마무리한 그는 일기 쓰기를 침이 마르도록 강조했다.

고진광 대표 역시 "아이들이 최소한의 반성을 갖고 있으면 비뚤어지지 않는다"며 "일기를 통해 예절, 효, 고향 사랑 등을 키울 수 있다"고 거들었다.

   고(故) 미당 서정주 선생의 '고백'.
박물관에는 진귀한 자료도 많다. 고 김대중 대통령이 이희호 여사에게 보낸 옥중편지 원본을 비롯해 애국지사 일기, 외국기행일기, 역사일기, 그리고 박지성, 김연아 등 최근 유명인사들의 학창시절 일기까지..

일기 박물관은 단순히 일기를 전시만 하는 곳이 아니다. 청소년 인성교육을 목표로 인성캠프를 비롯해 진로탐색, 체험프로그램 등도 진행하고 있다. 고 대표는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학교폭력과 왕따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을 이곳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랑의 일기 박물관'은 소박함 그 자체였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추억과 역사가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는 곳. 일기 박물관을 중심으로 사랑의 일기 연수원은 곧 '대한민국 인성교육의 메카'였다.

"일기는 자기 고백서입니다. 일기를 쓰는 아이들은 삐뚤어지지 않습니다." 고 대표의 '사랑의 일기 쓰기 운동'은 현재 진행형이다.

   박지성 선수의 학창 시절 일기
   사진 오른쪽 위가 김대중 대통령의 옥중 서신이다.
   조선왕조실록과 열하일기 사본이 전시되어 있다.
   고진광 대표가 사랑의 일기 연수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활동을 설명하고 있다.
   어린이들의 일기가 천장까지 빼곡히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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