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해전없는 한반도, 상상하면 안될까
연평해전없는 한반도, 상상하면 안될까
  • 강병호
  • 승인 2015.07.14 1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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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호의 문화확대경]'연평해전', 21세기 영화 '징비록'

이번 칼럼에서는 논란이 많은 영화 <연평해전>을 생각해 본다.
<연평해전>을 바라보는 시각은 극단적이다.‘올해 개봉해 가장 많은 관객이 본 한국 영화는...6월 비수기에 나와 손익분기점(관객 260만명)을 넘긴 '연평해전'은 그 흥행 기록도 함께 갈아치우게 된다...’‘SNS서 1000만 영화보다도 뜨거운 '연평해전'...’ 같은 기사들... 특히 조선일보에서 <연평해전> 띄우기에 바쁘다. 반면 영화계에서 논란이 많다. 영화인 중에는 아예 보지도 않겠다는 사람도 있다. 시각이 극단적이라 칼럼 쓰는 것도 조심스럽다. 하지만 필자는 조금 다른 면에서 이 영화를 생각해 본다. 5-6 년 전 기획 단계를 어느 정도 알기 때문이기도 하다.

연평해전이 없는 한반도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일까. 진짜 안보를 생각케 하는 영화 연평해전은 우리의 안보 감각을 일깨워주고 있다.
영화 자체를 대상으로 한 평론보다 ‘진짜 안보’란 무엇인가 생각해 본다. 좌(左) 건 우(右)건, 보수건 진보건 간에 서울이 휴전선에서 50km거리에 있고 NLL은 가스 가득찬 방에 성냥 붙여댈 것 같이 불안한 상황이라는 것은 인정할 것이다. 하지만 지정학적으로 저주받은 엄연한 현실에도 우리는 안보와 전쟁에 너무나 무관심한 것 아닌가?

영화 <연평해전>의 기획은 꽤 오래전 시작됐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지금 개봉중인 영화를 연출한 K감독이 기획을 시작했으나 투자 받기도 어렵고 결정적으로 2010년 제2 연평해전 보다 더 큰 비극, 천안함 사건으로 제작은 무기한 연기된 것으로 기억된다. 용산 전쟁 기념관에 전시 중인 ‘참수리호’ 잔해를 3D(입체)로 스캔하고 제작투자를 받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K감독의 모습이 기억난다. 벌써 꽤 오래 전 일이다. 이후 기획안은 현재 개봉중인 <연평해전>의 김학순 감독으로 넘어갔다. 김 감독은 상업영화 감독이라기보다 서강대 영상대학원 교수로 더 알려져 있었다.

기획단계의 단계단계를 보면서 필자는 ‘진짜 안보’란 무엇일까 생각했었다. 투자에 소극적이거나 거부한 단체들은 늘 우익, 반공, 애국 시위에 앞장선 단체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국가보안법은 사랑하지만 군대는 가지 않는 고위 공직자, 삼대가 군대 면제한 재벌가, 허리 디스크로 군대 면제 받았지만 지금은 발군의 골프 실력을 가진 재벌 상속자, 병역을 기피하기 위해 유학 이후 귀국을 연기했던 고위층들이 살고 있는 나라에서 같이 살고 있다.

그들이 말하는 ‘국가’, ‘반공’, ‘보수’, ‘애국’ 이라는 단어에서 진정성을 느낄 수 없다. 군대는 천것들이 하는 노역이고 국방은 미국이 해주는 것이기에 ‘메르스 사태’ 같은 국가위기 상황에서도 태연하게 정쟁을 일삼을 수 있는 것이다. 임란 후 500년이 흘렀어도 서애 류성용의 <징비록>에서 나타나는 사회 지도층의 의식구조는 별로 달라진 점이 없다.

<연평해전>의 주연은 김무열(윤영하 정장역), 진구(한상국 중사 역), 이현우(박동혁 상병역)이다. 제작 여건으로 영화적 완성도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고, 유명하지 않은 배우들 연기도 적잖이 어색하다. 한국 영화의 고질병인 편집 미숙도 관객들의 상상력이 필요한 장면이 있다. 하지만 영상예술 이전에 주려고 하는 메시지가 강렬하고 참담하다. 이미 <연평해전>의 담론은 문화의 경계선을 넘어선 것이다.

엔딩 그레딧에 ‘한상국 중사의 처는 2005년에 고국을 떠났고 박경수 중사는 제2연평해전 이후 전역을 고려

   
   
 
강병호, 중앙대 졸업, 중앙대(MBA), 미국 조지아 대학(MS), 영국 더비대학(Ph.D),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삼성전자 수석 연구원, 대전문화산업진흥원 초대, 2대 원장, 한류문화진흥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자문위원, 배재대 한류문화산업대학원장, E-mail :bhkangbh@pcu.ac.kr
했지만 마침 딸이 생겨 마음을 바꾸었다. 그러곤 <천안함>으로 발령받았다. 하지만 2010년 <천안함> 피격사건 때 바다에서 산화하였다’고 나온다. 가슴이 먹먹하다.

안보와 관련된 비극은 영화화되기 전에 정책적 대비와 상식선에서 인정되는 보훈이 우선 되어야 한다. 항구적인 평화와 빈틈없는 안보태세로 <연평해전> 같은 영화가 필요가 없는 세상을 꿈꾸면 지금의 한반도 환경에서 무리한 상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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