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과 함께 하는 생활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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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중규 기자
  • 승인 2015.05.22 11:4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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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대담]영평사 환성 스님, "화는 공덕을 날려버리는 일"

   영평사 환성스님은 이번 초파일에는 이웃과 더불어 행복하게 사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부처님 오신 날, ‘사월 초파일’을 나흘 앞 둔 21일 장군산 영평사를 찾았다. ‘영원한 평화’를 뜻하는 ‘영평’(永平)사는 조용한 가운데 초파일을 봉축하기 위한 준비에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공양 간에서 특유의 채식(菜食) 점심을 먹고 종무소에서 환성(幻惺)스님을 만났다.

“하하하! 뭐라고 해야 하나. 부처님께서 2600여년 전에 이 세상에 오셔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을 제시했죠. ‘중생이 부처다’, ‘중생이 자기의 주인이다’ 이런 메시지를 갖고 왔지. 그걸 봉축하는 게 초파일 행사의 의미지요.”

초파일을 앞두고 사부대중들에게 한 말씀을 해달라고 요청하자 스님은 ‘내가 곧 부처다’라는 불교 교리를 들면서 ‘사람이 주인이고 주인이 곧 부처다’라는 말을 먼저 꺼냈다. 부처님이 오시던 당시, 신(神)이 지배하던 사회에서 ‘내가 곧 신’이라는 논리는 파격이었다.

“인간을 신으로부터 해방시켰지요. 그런 의미를 부여하고 불자들은 오시면 되죠. 부처님 오신 날을 봉축하는 까닭은 사람이 사람답게 살고 세상의 평화를 만들어 가는 게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받아들이고 실천하는 데 있죠.”

환성스님은 가끔 뵙지만 그럴 때 마다 느끼는 게 있다. 혈색이 보는 이로 하여금 평온을 유지하게 만들고 참으로 승복(僧服)이 잘 어울린다는 것이었다. 이날도 그랬다.

“하하, 그래요. 요즘 살기가 어렵다고들 하는데요. 삶이나 사회나 모든 구성하는 사람들의 행위에 의해 열려나간다고 봐야죠.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중생이 곧 부처다’라는 말을 생각하면 그렇게 되는 거죠. 지금 상황은 비단 한 위정자의 잘못이 아니라 모든 사회 구성원들의 가치관이 잘못된 탓이라는 거죠.”

그래서 스님은 “좋은 일하고, 좋은 생각을 가지고 이웃과 함께 바르게 사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자기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이웃과 더불어 나아가는 의식을 이번 초파일에 모두 가졌으면 하는 바램”이라고 덧붙였다.

스님은 대화도중 활짝 웃으면서 가벼운 조크도 잊지 않았다. 인터뷰를 하는 사람에게는 그런 태도가 상당히 부담을 줄여주었다. 좀 더 빠르게 진행하기 위해 일문일답식으로 몇 가지 물어보았다.

- 스님, 초파일에 절에 와서 뭘 기도하고 기원해야 할까요.
“불교에는 기원이라는 말이 없어요. 기도도 그렇고...잘못된 용어라는 말이죠. 빌 ‘기’(祈)에 빌 ‘도’(禱)인데... 그게 말이죠. 비는 건 구걸입니다. 부처님에게는 구원사상이 없어요. 스스로 열심히 노력하겠으니 채찍질만해달라고 해야 하는 거죠. 그래서 이번 초파일에는 구걸하지 말고 복될 일을 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스님은 인연설을 강조하면서 복을 구걸하지 말고 스스로 만들어 나가라고 말했다.
- 세상 살다보면 정말 죽이고 싶은 사람들이 있지 않습니까. 스님을 그럴 때 어떻게 하십니까.
“죽여야지요. 죽이고 싶으면 죽여야... 그래야 마음이 풀리면...하하하. 참 어려운 일이죠. 화(禍)는 불교에서 삼독심(三毒心) 중의 하나죠. 화를 내는 일은 그동안 쌓아온 공덕을 불살라 버리는 일이죠. 사람과 사람의 관계 속에서 화낼 일이 많이 있지요. 그렇지만 화가 왜 일어나는 가하는 원인을 생각하면 화를 내지 않을 수 있어요.”

- 그게 뭡니까. 화의 원인 말입니다.
“그건 자기 욕심이죠. 순전히 욕심을 채우려다 안 되니까 화를 만들게 되는 거죠. 다른 사람이 내 욕심을 채워주려고 이 세상에 태어난 건 아니지 않습니까.”

- 그럼 스님은 화를 내는 일이 없습니까.
“ 왜 그런 일이 없겠습니다. 저는 원래 욕구가 강한 사람이 못돼요. 어려서부터 도인(道人)소리도 들었어요. 허허허! 욕구가 없어서 그랬죠. 그러니까 누구와 싸울 일도 없고,,,저도 화가 날 일은 많죠. 다만 표출을 안 할 뿐이죠. 그것도 대단한 내공입니다. 하하!”

이 대목에서 환성 스님은 절간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얘기해주었다. 비 보도를 전제한 것이어서 글로 옮길 수는 없지만 여러 가지 핍박을 받아왔던 것을 예로 들었다. 분노는 생겼지만 최종적으로 “저 사람은 나와 다르구나”를 인정하면서 화가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 그렇더라도 스님과는 달리, 사부대중들은 스님처럼 생각하는 게 어렵지 않을까요.
“그렇죠. 그것도 내가 기대를 하고 욕심을 냈기 때문에 발생한 건데 저 쪽 탓을 한단 말이야. 우리는 불자들에게 화가 나는 일이 생기면 봉사를 통해 자비심으로 마음을 다스리라고 권유를 하지.”

- 만약에 스님이 되지 않았다면 어떤 생을 살았을까요.
“팔자죠. 스님이 된 건...전생이라는 것 알아요. 내가 지금 여기에 있는 건 전생과 인연이 있었던 거죠. 전에 많이 익혀서 지금이 된 것이라는 얘기지. 윤회설이라는 것도 원래 있었던 것을 불교적으로 깨달은 사람이 교리처럼 만든 거야. 저는 어려서부터 출가하고 싶었어요. 출가를 한 이후에는 한 번도 세속을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그게 불교와 인연이지. 그렇게 봐야지.”

인연설로 불교와의 피할 수 없는 운명적인 관계를 설명했다. 다른 길은 전혀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말에서 스님의 늘 상 환한 표정의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 그렇다면 극락은 있는 겁니까.
“있죠. 반드시 있어요. 기독교의 천당은 좀 추상적이지만 극락세계는 구체적이죠. 거기서 뭘 먹고 평균 수명은 어떻게 되고 ... 하는 등 아주 구체화되어 있어요. 그러니까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스님과의 특별대담에는 세종시 문화해설사 임재한씨도 동참했다.
스님은 올해 초파일 관등식에 맞춰 조치원 여중에서 있었던 불교행사 얘기를 꺼냈다. 그러면서 기자들이 와서 법문도 듣고 해야지라는 말로 슬쩍 힐책을 했다. 대전에서부터 알고 지내던 기자에게는 불자 언론인에서 활동을 한 전력까지 끄집어내어 더 세게 질책했다.

“올해는 착한 일, 좋은 일 하고 살자는 것을 당부하려고 해요. 조치원에서는 주인으로 살자고 했는데 초파일에는 그렇게 얘기할까 해요.”

마지막으로 좋은 말씀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한참동안 생각을 정리한 끝에 ‘행복’이라는 화두를 가지고 마무리 말씀을 했다.

“행복은 하느님이나 부처님, 조상님이 주시는 것이 아닙니다. 각자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겁니다. 지금의 현재에 머물지 말고 부단히 바른 길을 찾아서 정진하시게 된다면 행복은 자기 손바닥 안에 있을 겁니다. 바른 일을 열심히하고 이웃과 나누면서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어 나갔으면 합니다.”

영평사 초파일 법회는 오는 26일 오전 10시에 있을 예정이다. 이춘희 세종시장, 임상전 시의회 의장 등 각급 기관장과 불자들이 참가하는 초파일 행사는 법회에 이어 공연도 준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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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문화해설사회장 임재한 2015-05-22 17:11:10
부처님 오신날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환성 큰스님의 말씀 깊히 새기고 실천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저도 영평사에 행사에 참석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