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당 창당 한 지 꼭 두 달 째 되는 30일, 민주통합당 이춘희 시당위원장을 만났다. 세종시당 당사에서 만난 이 위원장은 “창당 후 조직 정비에 정신이 없다”는 말로 근황을 전하면서 “최대한 민주적인 의사 결정 구조로 가져가 당원 참여도가 높은 세종시당을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하부조직’이라는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시당이 잘되려면 이를 뒷 받침해줄 수 있는 기반이 튼튼해야 된다는 것을 강조했다. 시당 아래 분과별 위원회를 만드는 게 그가 말한 밑바닥을 다지는 일이었다. 요컨대 여성, 청년, 노동 농업 위원회 등이 될 수 있는데 이미 지난 주 금요일인 27일, 이해찬 대표까지 시간을 내 농업위원회 발족식에 참여했다. 그만큼 이 조직을 중요시 한다는 얘기로 들렸다.
“세종시당 창당대회 후 맨 먼저 이해찬 의원을 당대표로 만드는 데 진력을 다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세종시는 당세가 다른 지역에 비해 적습니다. 물론 대표께서 훌륭해서 그 자리에 오르셨지만 세종시당에서도 출범 이후 가장 중요한 일이어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이해찬 대표와는 신행정 수도 건설 추진단 지원단장으로 연(緣)을 맺어 세종시당까지 이어져 왔지만 민주통합당 대표가 된 후 세종시당을 이춘희 위원장에게 맡긴 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당 대표로서 세종시당 책임자까지 맡게 되면 자칫 시당 일을 소홀히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배경이었다. 그래서 이 위원장은 당 대표의 이런 생각이 당원들과 시민들에게 스며들게 하는데 고심하고 있었다.
“당 대표가 되신 후 세종시당이 해야 할 일을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 세종시민들의 바램을 당의 정책으로 반영시키는 게 중요했습니다. 세종시 출범에 맞춰 민주통합당 최고위원회의를 세종시에서 개최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합니다.”민주통합당은 지난 6일 최고위원회의를 세종시에서 갖고 당 차원에서 적극 지지의사를 공식적으로 표명했다. 이게 결국 이 위원장이 말하는 세종시민들의 바람이라는 뜻이었다. 이날 최고위원들은 정부 세종청사 건설현장, 첫 마을을 방문하고 세종시에 쏟는 지도부들의 관심을 보여주었다.
“세종시장 후보 시절에도 늘 그랬습니다만 ‘실질적인 행정수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었습니다. 그게 되려면 대통령 제2 집무실이 이곳에 마련되어야 하고 국회 분원 설치, 프레스 센터 및 노무현 기념공원 등이 건립되어야 합니다. 이런 공약들이 대선 후보들의 입에서 나오게끔 노력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 위원장은 큰 틀에서 실질적인 행정수도를 지향하면서 각론에서는 세종시의 재정 확보를 위해 당 차원에서 지원하는 게 우선이라는 말과 함께 교부세 문제를 꺼냈다.
“교부세의 일정 비율을 세종시에 내려 보내는 법 개정이 필요합니다. 제주도는 전체 교부세의 3%를 줍니다. 저희는 인구나 면적을 감안하면 제주도만큼 달라고는 할 수 없지만 적어도 1.5% 정도는 확보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럴 경우 4천억원 정도 예산이 생기는데 이 문제는 여야, 각각의 입장을 떠나 세종시 전체가 힘을 모아야 할 사안입니다.”
세종특별자치시 특별법 개정을 통해서 교부세 지원금 확대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미 이 법안은 마지막 손질 중이어서 내달 초 세종시와 국회에서 설명회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작은 정치, 생활정치에 대한 이 위원장의 말을 계속됐다.“지방자치는 기본적으로 생활 자치입니다. 주민 생활 속에서 발생하는 불편함과 애로사항을 챙기는 게 중요하죠. 시당 산하에 여러 위원회에서 세종시민들 속에 파고들면서 문제를 제기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그런 정치가 있어야 합니다.”
이를테면 최근 부강면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성신양회’ 건이 대표적인 예다. 세종시 출범과정에서 행정 공백이 가져온 결과물이라는 바로 성신양회 건이었다. 주민의견을 묻는 과정이 거치지 않았던 작은 틈이 민원으로 현실화되었다. 이런 예는 공주에서 편입된 의당·장기 쪽에도 당연히 있고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의 몫이 된다.
지난 번 세종시의회 의장 선거에서 15석 중 7석을 가진 민주통합당이 적전분열로 유력했던 의장 자리를 선진통일당에게 내준 일을 물었다. 시당 차원에서 거중 조절이 필요한 사안이었다는 지적이었다.
“이해해야 할 부분은 원내 일은 자체적으로 해결하도록 자율을 주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여러 사람이 의욕을 보이다보니 잡음이 있었습니다.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던 건 의원들에게도 일말의 책임이 있고 간섭을 아예 하지 않았던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으로 원내에서 결정될 일이라도 시당 차원에서 경우에 따라서는 필요한 조정력을 발휘하겠습니다.”
사안에 따라 적절한 조정과 통제를 하겠다는 말이었다. 마지막으로 경쟁자였던 유한식 세종시장에 대해 물었다.
“우선 잘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성공적인 시장이 되어서 시민들의 뜻을 잘 받들도록 했으면 하는 바램이 있어요. 저도 세종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제가 할 역할이 있다면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2년 동안 업적도 중요하지만 당장 시정을 안정시키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이위원장은 인터뷰 말미에 지나치면서 던진 “2년 후 준비는 잘 되어가는지요”라는 말에 “세종시민들과 호흡을 함께 하는 일이 중요하다” 며 “지난번에 부족했던 게 시간이었던 만큼 생소했던 저를 많이 알리고 시민들을 자주 만나 말씀을 듣는다”고 답변했다. 인터뷰는 약 1시간 정도 걸렸다. (연락처)010-5319-73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