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님, '세종학'이 뭡니까
박사님, '세종학'이 뭡니까
  • 송두범
  • 승인 2015.04.23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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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범 칼럼]세종시만의 정체성, "'세종학'에서 찾아야"

세종시는 국가균형발전과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책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행정중심 복합도시이다. 3차에 걸친 중앙행정기관의 이전이 마무리되면서 하루가 다르게 외형적인 성장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전국의 다양한 지역에서 이주해온 주민들의 특성상 이들을 결속(common tie)시킬 수 있는 계기 마련이 쉽지 않다.

그러나 세종시의 외형이 아무리 성장한다 하더라도 가족과 마을이라는 일차적인 사회단위와 조직, 즉, 공동체가 그 구성요소일 수 밖에 없다. 이는 도시의 생명이 공동체적 삶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도시주민들의 공동체적 삶과 문화를 영위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은 무엇인가?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민족적인 것이고, 가장 민족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라는 말에서 보는 바와 같이 문화가 지역 속에서 지극히 사소하고 일상적인 것을 통해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종시의 역사와 문화 속에서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국내의 많은 지역과 도시들은 서울학, 부산학, 경기학, 제주학, 충남학, 안동학, 천안학, 홍성학, 공주학 등의 이름으로 지역학 활성화를 시도하고 있고, 별도 연구소를 만들어 체계적인 연구도 수행하고 있는 곳도 있다.

   최근 지역명칭을 딴 '학'(學)이 정체성을 찾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세종시에는 '세종학'을 통해 구심점을 만들고 이를 정신적인 가치관으로 만들어야 한다.<사진은 고려말 충신 임난수 장군의 숭모각>
세종시는 충청남도 연기군과 공주시․부용면 일부를 인위적으로 결합한 도시로 넓게 보면 충청도의 역사문화권에 포함되어 동질적 역사문화를 가지고 있지만, 좁게 보면 이질적 역사문화권으로 형성되어 있는 도시이다. 이러한 신도시의 경우는 도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데 “세종학” 이라는 이름으로 가능하다는 것이다.

“세종학”이란 세종시의 역사와 문화 등 제반 사항을 체계적으로 탐구하는 학문이다. 다시 말해 세종시를 총체적으로 연구하기 위한 자료수집과 조사, 사회․경제․향토문화에 대하여 연구하는 독립학문이라 할 수 있다.

인근 도시의 공주시의 예를 들어보자. 공주시는 2013년 공주시의 역사성과 정신적 문화유산을 체계화하고 학문적으로 개발․보존 및 함양하여, 지역문화창달에 기여하기 위해 “공주학연구원” 설립을 위한 기본 연구를 수행하였다. 이 계획에 근거하여 공주시에서는 공주대학교와 협약을 체결하고, 30억원을 지원하여 공주학연구원설립을 지원함으로써, “공주학” 정립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였다.

공주학연구원에서는 공주시의 역사, 문화, 인물 및 정신 등과 관련한 학문적인 연구, 지역민을 위한 교육과정 및 교재의 공동개발과 교육프로그램운영, 공주시 관련 멀티, 통합자료센터 구축 및 활성화 등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

물론 공주시의 모델을 세종시에 그대로 도입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향후 세종시에서 계획하고 있는 세종시 자체의 연구원에 이러한 “세종학” 기능을 포함하는 방안(현재 충북발전연구원과 제주발전연구원에서 지역학연구소를 설치운영중임), 아니면 세종문화원에 “세종학”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인력과 조직, 재원을 확대지원하는 방안, 세종시내 대학과 연계하여 추진하는 방안 등 다양한 방식으로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다.

세종시가 도시의 물리적 기반만 뛰어난 도시가 아니라 도시의 역사, 문화정체성과 지역성도 분명한 도시로 발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시민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면, 그 어떤 방안을 활용해도 무방할 것이다.

물론, 세종시에서도 도시정체성을 정립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공무원과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세종시민대학 집현전이라는 인문학강좌를 개설하여 운영중에 있다. 세종문화원 역시 다양한 주제의 시민생활강좌를 개설운영하고 있고, 세종청소년학교, 세종시평생교육원 등에서도 인문학강좌를 개설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인문학강좌들은 운영하는 기관의 필요성과 단기적인 관점에서 개설 및 운영되고 있어, 세종시의 문화와 역사, 자연, 인물, 세종만이 자랑할 수 있는 자원을 활용한 융복합적이고 종합적인 시각에서 추진되지 않는 한계가 있다.

안동시가 ‘한국정신문화의 수도’라는 특허를 등록할 수 있었던 것은 지역내 다양한 역사문화를 탐구한 “안동학”의 역할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 세종시 역시 다양한 역사문화 자산과 인물, 전통, 자연자원을 보유한 도시로써 지속적인 관심과 연구가 이루어진다면 독자적인 “세종학”의 정립이 가능할 것이다.

아무리 좋은 건축물과 공원을 갖춘 도시라 하더라도 그 도시는 독자적인 전통과 문화, 역사, 도시정체성을 보유하고 있을 때 매력적이다. 세종시가 명실공히 국가균형발전을 선도하는 도시로서 명품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훌륭한 도시기반 못지 않게 역사문화, 전통이 도시 곳곳에 배어있고, 그 속에 살고 있는 시민 역시 이러한 도시정체성에 대해 공감할 때 가능한 것이다.

     
 
 
 
송두범, 영남대 졸업, 행정학 박사(지역사회개발전공), 충남발전연구원 미래전략연구단장 및 충남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행복도시건설청 세계최고도시만들기 포럼위원, 세종문화원 이사, 이메일 : dbsong@cdi.re.kr

세종시가 파편화되어 이루어지고 있는 세종시의 역사문화, 문화컨텐츠, 인문학을 “세종학”이라는 그릇에 담아내어 융복합적 연구와 교육, 실천이라는 방식으로 도시의 정체성을 정립해가는 작업은 도시의 기반을 만들어가는 과제만큼 중요하고 시급하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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