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희, 이름 한번 잘지었네요"
"이춘희, 이름 한번 잘지었네요"
  • 김중규 기자
  • 승인 2015.04.22 09:54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악인-세종시장 '동명이인' 이춘희가 음악회에서 큰 웃음 줘

   국악인 이춘희<사진 가운데>와 세종시장 이춘희가 함께 한 무대는 동명이인을 소재로 큰 웃음을 참가자들에게 주었다. 사진 맨 오른쪽은 중요무형문화재 강정숙 선생.
어제 저녁 ‘이춘희’가 부른 노래는 무엇일까.

‘미스 고’, ‘외나무 다리.’ 정답은 ‘둘 다’다.

21일 저녁 7시부터 세종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남북평화통일을 염원하는 음악회’에서 ‘이춘희’는 노래를 불렀다. 곡명은 ‘미스 고’와 ‘외나무 다리’였다. 두 곡을 한명이 부르지는 않았다.

‘미스 고’는 중요무형문화재 57호로 지정된 국악인 ‘이춘희’였고 또 다른 한명은 세종시민 모두가 잘 아는 세종시장 ‘이춘희’였다. 동명이인(同名異人)인 두 사람은 잠시 동안 무대에 올라 많은 참가자들에게 똑같은 이름으로 건강한 웃음을 주었다.

제자 두 명과 함께 경기민요를 애잔하게 부른 국악인 이춘희는 가야금 산조와 병창을 한 중요무형문화재 23호 강정숙 선생과 2부 뒤풀이 성 무대에 올랐다. 마침 ‘신사동 그 사람’을 부른 주현미씨와 ‘내 나이가 어때서’로 분위기를 달 군 송해 선생이 멋진 공연을 끝 난 후여서 참석자들의 열기를 바로 식히기에는 뭔가 부족함이 있었다.

이 때 박은주 사회자가 명창 이춘희와 강정숙 선생을 무대에 다시불러 국악인들이 부르는 대중가요를 요청하자 청중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이춘희는 특유의 애절하면서 가냘픈 톤으로 ‘미스 고’(이태호)를 열창했다. 이어 강정숙 선생은 약간은 허스키한 목소리로 ‘연인의 길’(패티 김)로 참가자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그야말로 국악과 유행가를 넘나드는 퓨전과 융복합의 시간이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국악인 이춘희는 “제가 소개를 받고 노래를 부를 때마다 시장님이 어쩔 줄 몰라 하시는 것 같아요”라며 맨 앞 자리에 앉은 이춘희 시장을 가리켰다. 그러면서 “여러분, 우리 시장님 무대로 모셔도 되죠”라며 동의를 구했다.

국악인과 세종시장 이춘희는 같은 장소에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관중들에게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미리 배포된 공연 팜플릿에 동명이인을 일찌감치 확인하고 한 차례 수군댔기 때문이다.

▲국악인 : (웃으면서)참 이름이 좋습니다.
△세종시장 : (서로 쳐다보면서)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웃음)
▲국악인 : 한자로 어떻게 됩니까.
△세종시장 : 봄 ‘춘’자에 빛날 '희’입니다.
▲국악인 : ‘희’자만 다르네요.(웃음)

▲국악인 : 이름 참 잘 지었네요.(웃음)
△세종시장 : 저는 할아버지가 이름을 잘 지어주셔서 세종시장이 되었습니다.
▲국악인 : 저도 이름을 잘 지어서 인간문화재가 되었어요.(박수)

△세종시장 : 인터넷에 검색을 하면 ‘국악인 이춘희’가 맨 먼저 나와요. 북한에도 이춘희가 있어요.(북한에 대남발표문을 전담하는 여성 아너운서가 이춘희다)
▲국악인 : 아너운서죠.
△세종시장 : 남북통일이 되어서 북한 아너운서와 함께 하는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박수)
▲국악인 : 그런데 시장님. 여기 올라오셨는데 노래 한번 하셔야죠. (박수)
△세종시장 : (잠시 머뭇거리다가)최무룡의 ‘외나무 다리’하겠습니다.(외나무 다리 1절만 불렀는데 시장은 중간에 박자를 살짝 놓쳤다.)
△세종시장 : ‘복사꽃 능금 꽃이 피는 ...’으로 노래가 시작되었는 데 여러분 오실 때 주변에 꽃이 피어있는 것 보셨죠. (예) 여기가 바로 무릉도원입니다. (박수)
◇사회자 박은주 아너운서 : 여러분! 시장과 인간문화재가 되려면 반드시 이름을 ‘이춘희’로 지어야 됩니다. 그렇죠.(예)

‘동명이인’이라는 작은 소재가 이날 민주평통 세종지역회의가 주최한 음악회 참석자들에게 큰 웃음을 주었다. 약 2시간에 걸친 음악회는 전통과 유행가의 경계를 무너뜨렸고 세종시장과 출연진과의 호흡이 저녁시간을 한껏 즐겁게 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유하용 2015-04-27 18:24:06
역시!....노련미가 흘러넘치는 물론 사실에 입각한 맛깔나는 취재!~ㅎㅎㅎ
이런 필법!... 내공없이는 일조일석에 이루어질 수 없지요~ㅎ
멋진 기사를 독자들에게 띄워주신 김중규 기자께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파랑새는 있다!"~~~~영원한 화류계(?) 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