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섞일 수 없는 게 섞여있는 비빔밥"
"섞일 수 없는 게 섞여있는 비빔밥"
  • 강병호
  • 승인 2015.03.04 16: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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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호의 문화확대경]'킹스 맨'...청소년 관람불가로 300만 돌파

영화 <킹스맨: 감독 매튜 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의 사전 지식이 필요하다. 하나는 영국의 계급사회와 다른 하나는 컴퓨터 게임의 종류인 FPS(First Person Shooting)이다. 언뜻 섞일 수 없을 것 같은 두 가지, 비빔밥같이 아니 주인공 영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피쉬 앤 칩스(Fish and Chips) 같이 섞여 있는 것이 바로 영화 <킹스맨>이다.

필자가 영국에서 공부할 때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영국의 계급사회였다.

   미성년자 관람불가로 단 시일 내 3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킹스 맨'
‘마그나카르타’ 이후 의회 민주주의의 원조라는 자부심과 달리 영국 사회에 아직도 귀족이 존재한다. 또 귀족계급과 노동계급은 섞이기 어려운 사회 구조를 가지고 있다.

상류층이 많이 가는 옥스브리지(옥스포드, 캠브리지) 출신들이 쓰는 영어는 평민들과 틀려서 잠시 들어봐도 귀한 출신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와 달리 노동계급은 공부를 열심히 하거나 능력을 키워서 상층계급으로 올라가려고 하지 않는다. 이미 개인 능력으로는 계급을 뚫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영화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국제 비밀정보 요원 ‘킹스맨’ 베테랑인 해리 하트(콜린 퍼스)는 경찰서에 구치된 에그시(태런 애거튼)를 구제한다. 그의 아버지도 킹스맨의 정예 요원이었으나 해리 하트를 살리기 위해 작전 중 죽었다.

에거시의 잠재력을 알아본 해리하트는 에그시를 킹스맨 신입 면접에 참여시킨다. 에그시는 높은 IQ와 주니어 체조대회 2년 연속 우승이라는 스펙을 가지고 있지만 아버지가 작전 중 죽고 어머니가 동네 조폭 두목과 동거하자 학교를 중퇴하고 하는 일이라고는 동네 패싸움이나 하는 별 볼일 없는 루저다.

취침 중에 수중 탈출, 낙하산 없이 떨어지는 스카이다이빙 등 목숨을 앗아갈 만큼 위험천만한 훈련을 통과해야 하는 킹스맨 후보들. 에그시를 제외하고 모두 영국 상류집안의 아들, 딸들이다. 최종 멤버 발탁을 눈앞에 둔 에그시는 다국적 기업의 CEO로 세계를 지배하려는 발렌타인(사무엘 L. 잭슨)과 한 판 승부를 벌이게 된다.

여기에서 영국이 전 세계를 지배했던 팍스 브리테니카와 미국 패권인 팍스 아메리카나의 충돌이 희화적으로 그려진다.

영화 속에서 발렌타인은 애플의 스티브 잡스나 MS의 빌 게이츠같은 미국 다국적 기업의 CEO를 상징한다. 그는 스마트 폰을 이용하여 전 세계 사람들이 서로 죽이고 죽도록 유도한다. 세상은 이미 미국의 지배를 지나 이제 중국으로 패권이 넘어가고 있건만 영국 사람들은 아직도 ‘해가지지 않던 제국’을 기억하고 그리워하고 있다.

에그시가 발렌타인의 기지를 파괴하며 적군을 죽이는 장면 하나 하나는 컴퓨터 게임의 한 종류인 FPS(First Person Shooting)의 형식을 빌렸다. 적을 하나하나 죽이는 것이 잔인하다기 보다 게임에서 점수를 올리는 것 같이 통쾌하기까지 하다.

360도 회전 액션,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를 오마쥬한 3분 44초 원씬 원컷 액션, 칼발 액션 등 다양한 액션 시퀀스로 액션 명장면을 등장시켰다. 이 영화가 청소년 관람불가인 이유이다. 또 세계 유명 인사들의 목에 컴퓨터 칩을 넣어서 한꺼번에 죽이는 장면도 지나치게 잔인하다.

   
   
 
강병호, 중앙대 졸업, 중앙대(MBA), 미국 조지아 대학(MS), 영국 더비대학(Ph.D),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삼성전자 수석 연구원, 대전문화산업진흥원 초대, 2대 원장, 한류문화진흥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자문위원, 배재대 한류문화산업대학원장, E-mail :bhkangbh@pcu.ac.kr

킹스맨은 개봉 18일만에 역대 청소년 관람불가 외화 흥행 1위에 올랐다. '300'의 기록을 9년 만에 깬 것이다. 게임의 형식을 융합한 내용이 젊은 층에 크게 어필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게임의 잔인함이 그대로 영상화된 것은 우려가 된다. 어느새 우리는 킹스맨에서 보여주는 죽고 죽이는 잔인함에 무감각한 사회에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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