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쪽 집은 벌써 문 닫았어요"
"저 쪽 집은 벌써 문 닫았어요"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5.02.27 16:5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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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세종시교육청 주변식당...매출급감에 한숨만

   세종시교육청이 신도시로 이전한 후 기존 청사 주변에 위치한 음식점들은 문을 닫거나 이전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문을 닫고 총리실 부근으로 이사간 성지회관>
세종시교육청이 신도시로 떠나간 지 2개월. 구도심인 옛 교육청사 주변은 ‘썰렁함’ 그 자체였다. 가장 많은 인파가 몰릴 점심시간 무렵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확연히 줄었다.

특히, 주변 곳곳에 위치한 음식점들은 교육청 이전 후폭풍을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었다. 공무원들이 주로 찾아 활기가 넘쳤던 과거의 모습들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공동화’는 피부로 다가왔다. 가뜩이나 경기가 좋지 않은데다가 유동인구까지 줄어든 탓에 식당 주인들의 근심은 가득했다.

지난 26일 오후, 점심식사 시간인 한창일 무렵 옛 교육청사 주변 식당들을 돌아봤다.

먼저 교육청 건물과 가까이에 붙어있는 한 갈비집에 들어서자 주인이 반갑게 맞이했다. 평소 같으면 사람들로 바글거렸을 내부는 빈자리가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식사 손님이 아닌 것을 알아챈 주인의 표정이 금세 실망스러운 얼굴로 바뀌었다.

손님이 줄었다며 울상인 식당주인 김모 씨(54)는 "교육청 직원들 덕분에 그동안 큰 도움을 받았다"면서 "오랫동안 봐와서 손님이라기보다는 가족 같은 느낌이었지만 이사를 가서 아쉽다"고 말했다.

매출 근황을 묻는 질문에 그는 잠시 주저하면서 “교육청 이전 전과 비교해 3~40% 가량 크게 감소한 것 같다”며 말끝을 흐렸다. 교육청에 구내식당이 없었던 이유로 ‘교육청 구내식당’ 역할을 톡톡히 했던 이 식당은 그야말로 매출 직격탄을 맞았다.

예전 같으면 점심식사 시간에 많게는 100여명 정도 몰려 앉을 자리가 없었으나, 이제는 그냥 일반 손님들뿐이다.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5천 원짜리 저렴한 백반 메뉴를 따로 판매했던 이 식당은 교육청이 떠나면서 이 메뉴를 없앴다.

직원도 크게 줄였다. 손님이 줄었으니 당연한 수순이다. 홀에 한명, 주방에 2명, 아르바이트생 2명 등 주인을 포함해 5~6명이 일해도 일손이 부족했던 이 식당은 현재 단촐하게 3명만이 일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다른 식당도 다를 바 없었다. 굴을 메뉴로 다양한 요리를 팔고 있는 바로 옆 식당 역시 평소 공무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곳이었지만 타격을 피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 식당 주인 권모 씨(50) 역시 매출이 줄었다는 말과 함께 걱정부터 쏟아냈다.

“한 30%정도 줄었나. 그 정도 되는 것 같아요. 그나마 우리는 시청 손님들이 많은 편인데, 시청도 6월쯤에 신도시로 가버린다면서요. 이전하면 무슨 건물을 새로 짓는다고 하던데... 그 자리에는 몇 명이나 근무해요?”

경기가 좋지 않아 손님이 줄고, 오는 손님들 또한 지갑을 잘 열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에 고정 고객이었던 공무원들마저 떠났으니 더 말할 필요도 없다는 얘기다.

 세종시교육청이 신도시로 떠나간 지 2개월. 구도심인 옛 교육청사 주변은 ‘썰렁한 모습’ 그 자체였다.
이번에는 다른 식당으로 발길을 돌렸다. 하지만 이곳은 웬일인지 문이 굳게 잠겨있었다. 간판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자 “이사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교육청도 가고 조금 있으면 시청도 가는데 거기에서 어떻게 장사를 해요. 지난해 말 신도시 지역 총리실 근처 새 건물로 옮겼어요.”

공동화를 우려한 이 식당은 새로운 '활로'를 위해 어쩔수 없이 '이전'이라는 방법을 택했다. 고기류를 주로 팔았던 것도 주메뉴를 족발로 바꾸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이 식당처럼 이전을 결심한 곳은 극히 드물었다. 대부분 세를 들어 장사하다보니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현재 영업을 하는 식당 대다수는 매출이 줄었지만 울며 겨자먹기로 영업을 지속하고 있는 상태다.

상인들은 교육청과 시청 이전 후 어떤 기관이 들어오는지 관심이 많았다. 세종시교육청은 구 청사를 특수교육지원센터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7월경 신도시로 이전하는 세종시는 현 시청사 부지에 SB플라자 건립, 농정원 유치, 그리고 일부 부서를 존치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미흡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상인들의 수심이 점점 깊어지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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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치원주민 2015-03-04 15:22:03
조치원주민으로서 정말로 심각합니다
세종시교육청은 특수교육지원센터로 활용한다고 하지만, 그 건물을 이용할 이용자수가 많지 않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시청사 부지에도 sb플라자, 농정원 유치, 일부 부서가 존치한다고 하지만, 구도심이 공동화되는것은 불보듯이 뻔합니다.
교육청도 상시 이용자가 많은 연수원이라든가. 다른 용도로 활성화되는 구체적 방안을 마련해주시고
시청 또한 구도심 활성화 방안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