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나방 같은 거친 남자들 이야기
불나방 같은 거친 남자들 이야기
  • 강병호
  • 승인 2015.02.11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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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확대경]유하 감독의 <강남 1970>, 국제시장 뒷골목

   유하 감독의 '강남 1970'은 욕망으로 질주하는 불나방 같은 거친 남자들로 변모시킨 작품이다.
유하 감독을 처음 만난 때가 <쌍화점> 제작 시기였다.
이번 작품 <강남 1970>은 <말죽거리 잔혹사(2004, 권상우, 한가인 주연)>, <비열한 거리(2006, 조인성, 천호진 주연)>을 잇는 유하 감독의 거리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이다(언론에서 완결편이라 하는데 내 생각엔 더 나올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유하 감독은 유독 강남과 부동산개발에 관심이 꽂혀 있었다.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개발 초기 강남의 모습과 대한민국 교육의 폭력성을 <비열한 거리>에서 권력, 돈 그리고 강남 부동산 개발의 연결고리에서 어설프게 사랑하고 비열하게 배신하며 끝내 죽고 죽이는 ‘쌈마이’들의 세계를 보여준 지 거의 8년이 흘렀다.

천만관객 <국제시장>은 개발연대를 어렵지만 착실하게 살아온 우리들 아버지의 삶을 오롯이 그려냈다면 <강남 1970>은 그 세대가 키워 온 재산 중 거의 대부분인 부동산이 어떻게 커왔는지를 보여준다. 그래서 <강남 1970>은 <국제시장>의 뒷골목을 그려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천애 고아로 호적도 없는 넝마주이 종대(이민호)와 용기(김래원)는 친형제보다 더 서로 의지하며 성장한다. 유일한 삶의 안식처였던 무허가 판잣집마저 개발바람에 비참하게 빼앗기게 된 두 사람, 먹고살기 위해 건달들이 개입된 전당대회 (아마 1960년대 신민당 전당대회 인 것 같다)폭력 난입 작전에 얽히게 되고 그 곳에서 서로를 잃어버린다.

자기를 가족으로 받아 준 지방 조폭 출신 세탁소 사장 길수(정진영)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종대는 한 걸음 한 걸음 조직 폭력배 생활에 빠지게 된다. 3년 후 고급 룸살롱을 운영하며 권력의 수뇌부에 닿아있는 복부인 민마담(김지수)과 함께 강남 개발의 이권다툼에 뛰어든 종대는 명동파 행동대장이 된 용기와 우연히 재회하고, 두 사람은 공화당 3선 개헌의 자금줄이 될 강남 부동산 개발, 소용돌이 가운데에 놓이게 된다. 길수의 장례식, 비오는 날 하관식에서 양대 조폭 세력들은 강남 이권을 놓고 추악한 전쟁을 벌이게 된다.

늘 그랬듯이 <강남 1970>의 유하 감독의 싸움 씬은 리얼하다.
액션 느와르의 화려한 기술도 건달 간의 형제애도, 형님, 동생 의리도 없다. 기름이 완전 빠졌다. 유 감독의 카메라 앵글 안에서 건달은 찌질한 인간들일 뿐 의리, 충성, 형제애 등 다른 화려한 장식들이 없다. 그저 이권을 갖기 위한 진흙탕 개싸움일 뿐이다.

유하 감독은 당대 꽃미남들을 데리고 전혀 다른 캐릭터로 탈바꿈시키는 재주도 있다. 이미 <말죽거리 잔혹사>의 권상우와 <비열한 거리> 의 조인성 등 젊은 스타들을 남자 냄새나는 캐릭터로 재탄생 시킨 바 있다. 이번 <강남 1970>에서 이민호와 김래원을 욕망으로 질주하는 불나방 같은 거친 남자들로 변모시켰다. 하지만 넝마주의 이민호와 김래원은 아무래도 어색하다. 관객들 속에서도 헛웃음이 터져 나온다.

아쉬운 점은 이 영화는 친절하지 않다. 스토리 사이의 인과관계가 아리송한 경우가 많아서 중반기로 갈수록 왜 치고, 싸우고, 찌르는지 답답하다. 너무나 많은 조직과 인물들... 마지막에는 어느 편인지도 헷갈린다. 또 70년대 3공화국 시대의 역사 배경을 이해하지 못하는 신세대를 위해 설명이 필요한 장면도 있다.

   
   
 
강병호, 중앙대 졸업, 중앙대(MBA), 미국 조지아 대학(MS), 영국 더비대학(Ph.D),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삼성전자 수석 연구원, 대전문화산업진흥원 초대, 2대 원장, 한류문화진흥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자문위원, 배재대 한류문화산업대학원장, E-mail :bhkangbh@pcu.ac.kr

19금인 <강남 1970>이 손익분기점 300만 관객을 넘을 수 있을지 걱정도 되지만 70년대 흑역사의 디테일을 섬세히 그려내려고 노력한 유하 감독에게 다시 한 번 박수를 보낸다. 특히 필리핀 가수 프레디 아길라(Freddie Aguilar) 노래 아낙(Anak)은 1970년대와 주인공의 비장감을 동시에 표현하는데 섬뜩할 정도의 감동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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