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작품 <강남 1970>은 <말죽거리 잔혹사(2004, 권상우, 한가인 주연)>, <비열한 거리(2006, 조인성, 천호진 주연)>을 잇는 유하 감독의 거리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이다(언론에서 완결편이라 하는데 내 생각엔 더 나올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유하 감독은 유독 강남과 부동산개발에 관심이 꽂혀 있었다.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개발 초기 강남의 모습과 대한민국 교육의 폭력성을 <비열한 거리>에서 권력, 돈 그리고 강남 부동산 개발의 연결고리에서 어설프게 사랑하고 비열하게 배신하며 끝내 죽고 죽이는 ‘쌈마이’들의 세계를 보여준 지 거의 8년이 흘렀다.
천만관객 <국제시장>은 개발연대를 어렵지만 착실하게 살아온 우리들 아버지의 삶을 오롯이 그려냈다면 <강남 1970>은 그 세대가 키워 온 재산 중 거의 대부분인 부동산이 어떻게 커왔는지를 보여준다. 그래서 <강남 1970>은 <국제시장>의 뒷골목을 그려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천애 고아로 호적도 없는 넝마주이 종대(이민호)와 용기(김래원)는 친형제보다 더 서로 의지하며 성장한다. 유일한 삶의 안식처였던 무허가 판잣집마저 개발바람에 비참하게 빼앗기게 된 두 사람, 먹고살기 위해 건달들이 개입된 전당대회 (아마 1960년대 신민당 전당대회 인 것 같다)폭력 난입 작전에 얽히게 되고 그 곳에서 서로를 잃어버린다.
자기를 가족으로 받아 준 지방 조폭 출신 세탁소 사장 길수(정진영)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종대는 한 걸음 한 걸음 조직 폭력배 생활에 빠지게 된다. 3년 후 고급 룸살롱을 운영하며 권력의 수뇌부에 닿아있는 복부인 민마담(김지수)과 함께 강남 개발의 이권다툼에 뛰어든 종대는 명동파 행동대장이 된 용기와 우연히 재회하고, 두 사람은 공화당 3선 개헌의 자금줄이 될 강남 부동산 개발, 소용돌이 가운데에 놓이게 된다. 길수의 장례식, 비오는 날 하관식에서 양대 조폭 세력들은 강남 이권을 놓고 추악한 전쟁을 벌이게 된다.
늘 그랬듯이 <강남 1970>의 유하 감독의 싸움 씬은 리얼하다.
액션 느와르의 화려한 기술도 건달 간의 형제애도, 형님, 동생 의리도 없다. 기름이 완전 빠졌다. 유 감독의 카메라 앵글 안에서 건달은 찌질한 인간들일 뿐 의리, 충성, 형제애 등 다른 화려한 장식들이 없다. 그저 이권을 갖기 위한 진흙탕 개싸움일 뿐이다.
유하 감독은 당대 꽃미남들을 데리고 전혀 다른 캐릭터로 탈바꿈시키는 재주도 있다. 이미 <말죽거리 잔혹사>의 권상우와 <비열한 거리> 의 조인성 등 젊은 스타들을 남자 냄새나는 캐릭터로 재탄생 시킨 바 있다. 이번 <강남 1970>에서 이민호와 김래원을 욕망으로 질주하는 불나방 같은 거친 남자들로 변모시켰다. 하지만 넝마주의 이민호와 김래원은 아무래도 어색하다. 관객들 속에서도 헛웃음이 터져 나온다.
아쉬운 점은 이 영화는 친절하지 않다. 스토리 사이의 인과관계가 아리송한 경우가 많아서 중반기로 갈수록 왜 치고, 싸우고, 찌르는지 답답하다. 너무나 많은 조직과 인물들... 마지막에는 어느 편인지도 헷갈린다. 또 70년대 3공화국 시대의 역사 배경을 이해하지 못하는 신세대를 위해 설명이 필요한 장면도 있다.
| 강병호, 중앙대 졸업, 중앙대(MBA), 미국 조지아 대학(MS), 영국 더비대학(Ph.D),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삼성전자 수석 연구원, 대전문화산업진흥원 초대, 2대 원장, 한류문화진흥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자문위원, 배재대 한류문화산업대학원장, E-mail :bhkangbh@pcu.ac.kr |
19금인 <강남 1970>이 손익분기점 300만 관객을 넘을 수 있을지 걱정도 되지만 70년대 흑역사의 디테일을 섬세히 그려내려고 노력한 유하 감독에게 다시 한 번 박수를 보낸다. 특히 필리핀 가수 프레디 아길라(Freddie Aguilar) 노래 아낙(Anak)은 1970년대와 주인공의 비장감을 동시에 표현하는데 섬뜩할 정도의 감동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