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타나베 역 제대로 소화했나
와타나베 역 제대로 소화했나
  • 강병호
  • 승인 2015.01.22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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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확대경]미국은 ‘언브로큰(Unbroken)’, 그렇다면 한국은?

   현장에서의 안젤리나 졸리 감독
여배우가 감독이 되서 메가폰을 잡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주인공 구혜선씨가 ‘복숭아 나무(2012)’. ‘다우더(2014)’를 연출했고 문소리씨가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 단편영화를 출품한 바 있다.

영화 ‘언브로큰(Unbroken)’은 할리우드 액션 스타, ‘안젤리나 졸리’가 감독을 맡아 화제가 되고 있다. ‘안젤리나 졸리’는 ‘솔트(2010)’, ‘원티드(2008)’, ‘툼 레이더 1,2(2001, 2003)’에 주연한 액션 이미지가 개봉된 영화의 묵직한 역사적 내용과 사뭇 다르다는 점도 재미있다.

2차 세계대전에서 나치 독일에 포로로 잡힌 미군은 3% 정도 사망했지만 일본군에 잡힌 미군포로들은 열배인 30%이상 사망했다고 한다. 끔찍한 공개 참수형도 있었다고 생존자들은 증언한다. 동명 원작 소설에는 생체실험, 인육을 먹는 장면까지 나온다.

영화 언브로큰은 베를린 올림픽에 출전했던 미국 육상선수 ‘루이 잠페리니’(Louis Zamperini, 1917~2014)가 태평양 전쟁에 공군 조종사로 참전해서 폭격기 고장으로 47일간의 태평양 표류, 일본군에 포로가 되어 겪는 상상 못할 고초를 기록한 로라 힐렌브랜드(Laura Hillenbrand) 원작 소설 ‘언브로큰(Unbroken)’을 기초로 하고 있다. 소설은 발간 후 뉴욕 타임즈에서 60주 동안 베스트셀러를 차지하고 500만 부 이상이 팔려나갔다.

처음 메가폰을 잡은 감독 안젤리나 졸리는 주인공이 이탈리아 이민의 아들로 미국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방황하던 소년기, 육상으로 새로운 희망을 찾고 베를린 올림픽에 출전한 청년기, 그리고 2차 대전 참전, 태평양 표류, 처참한 포로생활, 전쟁 후의 삶까지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일본군 수용소에서 주인공을 집요하게 괴롭히는 ‘와타나베’역은 록스타이며 재일교포인 ‘미야비’가 맡고 있는데 일본인들과 일본문화가 가지고 있는 변태성(변태미학?)을 보여주기에는 내면 연기력이 상당히 부족해 보인다. 와타나베의 계급이 자막에는 상병이지만 실제로 일본군 오장(伍長)이다.

일반적으로 할리우드는 일본에 관대하다. 독일군의 잔학상 특히 유태인 홀로코스트에 대해서 여러 편의 세계적 영화가 제작되었으나 일본군이 태평양 전쟁에서 보여준 잔학상을 담은 영화는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일본 문화를 미화하는 영화들은 참 많다. 대표적인 것이 탐 크루즈 주연의 ‘라스트 사무라이(The Last Samurai, 2003)’다. 이 영화에서 일본 문화의 비장미학(悲壯美學), ‘사꾸라 꽃 같이 깨끗이 산화하는’ 사무라이의 정신들이 찬양일색으로 화면을 도배한다. 배경지식이 없는 순진한 서양인들이 일본을 사랑할 수밖에 없도록 한다.

할리우드가 유태인과 일본인의 자본에 의해 움직여지고 있는 영향도 크다고 생각된다. 최근 개봉된 북한 김정은 관련 영화 ‘인터뷰(The Interview, 2014)’도 소니 픽쳐스에 의해 제작되었다. 전자제품 잘 만들던 일본 대기업 소니의 자회사다.

올해는 을미년(乙未年)이다. 역사에 대해 별 관심이 없어도 명성황후가 일본인들에게 시해된 을미사변을

 
강병호, 중앙대 졸업, 중앙대(MBA), 미국 조지아 대학(MS), 영국 더비대학(Ph.D),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삼성전자 수석 연구원, 대전문화산업진흥원 초대, 2대 원장, 한류문화진흥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자문위원, 배재대 한류문화산업대학원장, E-mail :bhkangbh@pcu.ac.kr 기억할 것이다. 영화 언브로큰에서 주인공의 포로생활은 3년이 되지 않는다. 우리민족은 그 열배 이상 35년을 그들의 포로가 아니었나? 그러고 보면 태평양 전쟁과 일제강점기 일본군 성노예, 징용, 강제징집들을 배경으로 하는 우리 영화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사족으로 감독 안젤리나 졸리는 일본 우익으로부터 일본 입국금지 운동을 벌리고 있다. 그들이 문화로 아파한다. 문화는 힘이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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