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 장어구이 끝내줘요"
"한방 장어구이 끝내줘요"
  • 박경자 기자
  • 승인 2012.07.11 09:54
  •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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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자의 미각기행]고복정...고복저수지와 어울리는 아늑한 집

   고복정의 장어 구이는 담백하면서 장어 특유의 맛을 한껏 살린 고소한 여운을 주었다.
이번 맛 집은 민물장어와 황태 전문인 ‘고복정’을 소개한다.
‘고복’(高福)이란 말은 높을 ‘고’(高)를 쓰지만 큰 복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바로 인근한 고복저수지에서 따온 작명이겠지만 ‘고복’이 정겹게 들렸다.

며칠 전 예정된 취재 일정이 고복저수지 쪽을 향하게 만들었다. 이제는 시립공원이 된 고복저수지를 향해 가다보면 뚝 방 바로 밑 길 오른쪽에 민물장어, 황태요리 전문 간판이 달린 ‘고복정’이 나온다.

약 20여 미터에 달하는 입구 왼쪽에는 무공해 복숭아밭이 있다. 구수한 두엄 냄새가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바로 옆쪽에 붉은 벽돌로 만든 1층 양옥이 바로 고복정이다. 고복정 음식점은 조치원에서 웬만한 사람이면 한 두 번은 들어본 이름이다.

실내로 들어가는 좌우에 기괴한 수석 여러 점이 있고 음식점 벽에는 서산대사의 글이 액자 속에 걸려있어 분위기를 온화하게 만들고 있었다. 전화 목소리가 유난히 밝았던 장순희 대표가 취재진을 맞으며 활짝 웃었다. 주인의 상냥함은 장어나 황태 맛 못지않게 좋은 조미료가 되었다.

   황태전골 국물은 얼큰하면서 시원한 한국적인 맛을 주었다.
이날 준비된 메뉴는 3가지.
황태 전골, 민물장어, 황태구이로 구이는 빨갛게 덧칠해진 고추장에다 파삭한 맛이 여느 집과 다를 바 없었다. 다만 고소한 뒷 맛이 오래간다는 게 차별화라면 다른 것이었다.

황태는 겨우내 동안 얼고 녹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부들부들한 맛에다 담백하고 고소한 게 특징이다. 콜레스테롤이 거의 없어 건강식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고 최근에는 각 도시마다 황태 전문 음식점이 등장, 손쉽게 맛볼 수 있는 식품이 되었다. 이 가운데 좋은 맛을 찾기란 쉽지 않다.

황태구이보다 황태전골에 주인 장순희씨는 더 정성을 쏟는 듯했다. 구이라는 요리 자체가 차별화시키는 어려운 반면 전골은 주방장의 솜씨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팽이 버섯에다 부추, 호박, 양파를 황태 위에 올린 전골은 보기에도 맛깔스러웠다. 주방에서 초벌로 익혀왔지만 즉석에서 푹 끓일수록 깊은 맛이 우러나왔다.

황태 특유의 칼칼한 맛에다가 무공해 표 양념이 더해진 복잡한 맛은 ‘약간은 얼큰하면서 시원한 느낌’을 입안에 가져다 주었다. 푹 우려낸 황태는 퍽퍽하면서 물컹했지만 국물은 진국이었다.

맛있는 음식을 표현할 때 단순히 “맛있다”고 해서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 좀더 구체화 할 때는 “한입만 먹고 그만 먹으려고 숟가락을 놓았는데 다시 들게 하는 음식”으로 얘기한다. 고복정 황태전골 국물 맛이 그랬다.

   15가지 정도 나오는 반찬은 텃밭에서 무공해로 가꾼 것들이어서 자연산이 주는 특유의 정갈함을 더해주고 있다.
두 번째 요리는 민물장어였다.
일본에서 원자력 발전소 사건이 터지면서 장어 치어를 싹쓸이 해 장어 값이 천정부지로 올랐다. 상황을 모르는 고객들이 비싸다며 발길을 끊어 상당수 장어집이 문을 닫거나 구이 집으로 전업했다. 고복정도 그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민물장어는 한방, 고추장, 소금구이 할 것없이 1인분에 2만6천원이었다. 바다장어는 2만원. 6-7천원이 오른 가격이다.

비싸다는 느낌은 장순희 대표가 가져오는 장어의 크기를 보고 사라졌다. 장대표는 “이것도 작다고 하는 분들이 있다” 라며 “장어를 잘 아시는 분은 절대 작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소금구이는 장어 육질을 살린 담백한 맛, 고추장과 한방은 양념 맛을 살짝 언진 듯한 혼합된 맛을 느끼게 하는 보양식이었다. 곁들어진 상추와 깻잎, 그리고 나물, 오이 소박이, 부추, 감자 샐러드, 옥수수, 단호박 등 10가지 넘는 반찬은 전부 텃밭에서 손수 가꾼 것들이었다. 그래서 향도 진하고 맛도 여운을 남겼다.

   주인 장순희씨는 27년째 음식점을 경영하고 있다. 싹싹함이 음식맛을 보이지 않게 도와주었다.
특히, 한약재 12가지는 넣었다는 한방 장어구이는 살짝 한약재 냄새도 풍겨 식도락가들에게는 음식 맛에다 분위기, 그리고 향까지 전해주는 완벽한 요리였다. 25년 주방을 지킨 관록이 묻어나는 음식이 바로 한방 장어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약간을 달짝지근하면서 삼키고 나서 입안에 여운이 남은 그런 음식이었다. 맛이 있었다는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반찬은 앞서 말한대로 전부 텃밭에서 직접 기른 것이었다. 15가지 정도로 주전부리로 나오는 껍질 채 찐 콩이 입맛을 당기게 했다. 후식으로는 황태 쌀국수, 열무 비빔밥, 해초 열무냉면 등이 고르는 재미를 더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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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2012-08-07 17:52:22
장어에 소주한잔 박기자님 수고많습니다

김성순 2012-07-20 13:32:01
여기 음식도 맛있고 친절도하지요
상치우는모습이 기억에 남네요 확실하게.......
좋아요 좋은거같아요 보는곳에서 싹정리를하는모습이...

소냐 ^^ 2012-07-11 21:38:11
젊은사람들 입맛에도 좋았어요. 비린맛전혀없구요..아주맛있었어요.
다음엔 황태전골도 먹어봐야겠네요. ^^ 번창하세요~~~~

윤채마미 2012-07-11 17:19:26
장어라면 보양식의 대표주자 아니겠어요? 고로..보양식 챙겨먹기좋아하는 우리 신랑이 아주 좋아하는 음식이기도하지요. 직접 사다가 양념에발라서 구워먹을 정도로 좋아하는데, 저기 함 가봐야겠어요. 한방양념 이라니 기대되는데요~? 저번주에 이어 이번주 알려주신곳도 여름철 지친 몸에게 음식으로 나마 휴식을 주어야겠네요! 늘 기사 잘보고 있습니다.

장보승 2012-07-11 15:52:43
안뇽~~ 고기먹을 때 밥은 조금만 먹고 있어요........
여름에 또 고고할께요.^^빠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