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근무하는 연서중학교는 전체 6학급의 소규모 학교여서 3년에 한 번씩 전교생이 수학여행을 떠난다. 그러기에 한 학년만의 행사가 아닌, 학교 전체의 가장 큰 행사이다.
최근 일어났던 여러 가슴 아픈 사고들로 인해 수학여행의 분위기가 떠들썩하게 놀다오는 분위기가 아닌 학교밖 체험과 활동으로 변화되고 있는 중이다. 그러기에 우리학교에서도 수도 서울의 역사와 문화를 직접 확인해보고 느껴보는 교육적인 목적을 가지고 다녀오기로 계획하였는데 이는 유익할 수는 있으나, 이는 마치 단체 패키지여행과 같은 것. 그래서 학교에서는 여행 속의 작은 여행을 만들어 학생들이 서울 내에서의 장소와 교통편을 비롯한 여행에 관한 모든 것을 직접계획하고 스스로 실천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먼저 8명 내외의 학생들이 팀을 만들고, 함께하고 싶은 교사와 팀을 이뤄 여행계획을 준비하는 것인데, 나는 함께 하게 된 학생들에게 개략적인 계획을 직접 짜보라고 이야기하였다. 몇일 후, 학생들을 다시 만나 보니, 아이들은 방송국 견학을 하고 근처의 맛집에 가보고 싶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우선 급한 것은 방송국 견학신청! 방송국 홈페이지를 들어가 확인해보니, 우리가 수학여행가는 날짜의 견학신청이 이미 마감된게 아닌가! 그렇다면 방송국을 못가는 것인가?.... 건물 밖 구경만 하고 올 수도 없는 것인데... 이렇게 고민하고 있던 중, 갑자기 불현 듯 떠오른 아이디어가 있었다. 우리의 방송국 견학을 희망하는 우리의 간절한 소망을 담아 편지를 쓰자! 어디로 보내야 할까 생각해보니 우리가 견학할 수 있는 시간대에 언제나 생방송으로 방송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편지를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이들 모두와 함께 새하얀 A4용지에 정성을 가득 담아 모든 아이들이 한 장씩, 그리고 나까지 9장의 편지를 보냈다. 기대에 가득 찬 아이들이 아침에 등교하기만 하면 연락이 왔는지, 혹시 방송에 나왔는지 물어보곤 했지만, 며칠이 지나도 방송국에서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나 역시도 방송프로그램에서 직접 초대해주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 비록 실망도 크긴 했지만, 방송국 견학이 아닌 다른 계획을 함께 세워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수학여행을 불과 이틀 앞둔 날 밤에 갑자기 라디오 프로그램 작가 분에게 전화가 왔다.
“박경림 DJ가 선생님과 학생들을 초대하고 싶으시데요. 시간이 되실까요?”
“당연하지요!”
내 심장이 두근두근 뛰기 시작했다. 연예인에게 직접 초대받은 설렘과 이 소식을 얼른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에!
수학여행 첫날 오후 우리는 광화문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상암동 방송국에 갔다. 긴장된 마음으로 방송국 1층 로비에서 작가님을 만나 라디오국으로 올라갔다. DJ대기실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박경림DJ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직접 포스터에 사인도 받았다. 아이들 각각의 이름을 물어보며 정성스레 사인을 해주는 모습을 보며 기뻐하는 아이들의 표정에서 행복을 읽을 수 있었다.
담소를 나누고 이제는 직접 라디오 스튜디오에서 생방송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신기한 듯 스튜디오 이곳저곳을 나와 아이들은 두리번거리며 둘러보았다. 하나의 방송을 만들기 위해 DJ, PD, 작가, 엔지니어 등의 분들이 직접 프로그램을 만드는 모습을 생생히 볼 수 있었다. 사연을 받고, 소개해주고, 신청곡을 들려주는 모습까지 신기한 장면이 가득했다.그런데 갑자기 이러한 모습을 지켜보던 PD님께서 특별히 방송에 출연시켜주시겠다고 하였다. 이렇게 방송국까지 왔는데, 부모님께 감사의 한마디씩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겠다고! 전국 방송, 더군다나 생방송 출연이라니! 모두 깜짝 놀라 긴장했지만, 막상 시작되고 나니 아이들은 차분하게 이야기를 잘해주었다.
“엄마, 아빠 그동안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공부도 열심히 하고 효도할께요. 사랑합니다.”
전파를 타고 이 아이들의 마음도 함께 부모님께 전달됐길..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흔한 말의 힘으로 함께 보낸 편지의 마음이 전해지고, 표현하기 힘든 감사함을 부모님께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갖을 수 있었고, 무엇보다 학교를 떠나 아이들과 새롭고 따뜻한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어 나와 우리 학생들에게 너무나도 소중한 시간이었다. 새로운 추억을 만들고자 떠난 여행이었는데, 돌아올 땐 따뜻함을 가득 채우고 왔다. 아직도 가끔씩 이야기 되고 있는 기억으로 우리팀원은 영원한 선물 하나를 간직하고 살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