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위대한 로마를 건설했는가
무엇이 위대한 로마를 건설했는가
  • 임영호
  • 승인 2014.11.19 1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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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의 독서길라잡이]마키아벨리의 '로마사 논고'

   마키아벨리의 또다른 면모를 보여주는 '로마사논고'
흔히 마키아벨리하면 《군주론》만 생각한다. 아니다. 《로마사논고》라는 유명한 저서를 하나 더 가지고 있다. 그는 메디치 왕정하의 공직을 얻기 위하여 1513년 말경에《군주론》을 집필하였다. 그러나 그의 기대는 실현되지 않았다. 그는 공직에 대한 희망을 포기한 후 일단의 공화주의자들과 친교를 맺고 연찬하면서 고대 로마의 역사가 티투스 리비우스(Titus Livius)의《로마사》10권에 대한 논평서인 이《로마사논고》를 1522년 완성했다.

세상에서 가장 억울한 누명을 쓴 사람이라고 변호하는 학자도 있지만, 마키아벨리에게 《군주론》이라는 뛰어난 저작을 후세에 물려준 탓인지 그에게는 두 가지의 좋지 않은 이미지가 따라 다닌다. 하나는 마키아벨리즘이라 하여 흔히 공익을 도외시하며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오직 어떤 개인이나 파당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나쁜 정치관행을 지칭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군주정을 옹호하고 군주의 냉혹한 통치방법을 말하는 사람으로 기억한다.

마키아벨리는《군주론》을 지었지만 그는 원래 공화주의자이다. 그래서《로마사논고》의 핵심적인 질문은 다름 아닌 “무엇이 로마 공화정으로 하여금 위대한 제국을 건설토록 하였는가?” 이다.

《로마사논고》에 담긴 마키아벨리의 정치사상은 한마디로 ‘자유’와 ‘자율’이다. 그는 로마공화정의 성공 원인도 바로 ‘자유’ ‘자율’에 있다고 분석한다. 로마가 자유를 향유하고 번영하게 한 주요 원인으로 그는 로마공화정의 탁월한 정치제도를 들고 있다.

이 정치제도는 원로원을 구성하고 있는 귀족세력과 민회로 대변되는 평민세력이 갈등과 대립을 통하여 하나하나 이루어진다. 마키아벨리는 이 두기관이 상호균형과 견제를 하는 과정에서 법을 만들고 법에 의한 통치를 이루어 자유롭고 강한 로마를 완성하였고 평하였다.

민회의 선거로 임기 1년의 두 명의 집정관을 선출하여 최고 통치자의 권한을 부여하였으며, 호민관제도를 두어 평민과 귀족 두 세력을 중재하고, 탄핵으로 귀족의 거만함을 억제하여 평민의 자유를 보호했다. 비상시에는 위기관리를 위해 능력 있고 경험이 풍부한 독재관을 임명하여 한시적으로 최고의 권력을 갖게 하여 질서를 회복시켰다.

이와 같이 원로원, 민회, 호민관, 집행관 체제가 정비된 후 로마는 그리스 아테네와는 달리 어떤 누구에 의하든 로마시민의 자유를 빼앗은 적이 없었다.

   마키아벨리

영리한 마키아벨리가 로마공화정의 장점을 간파했다. 마키아벨리 당시의 보편적인 정치체제는 군주정이었다. 군주를 비롯한 지배층과 지식층은 시민들의 정치참여로 인해 발생하는 정치적 혼란에 대한 우려가 컸다. 이에 마키아벨리는 로마사를 통한 풍부한 논증으로 그러한 우려를 불식시키려 노력했다. 그는 일반대중은 군주보다 더 현명하고 안정되어 있다고 말한다. 일반대중이 국가를 직접 통제하면 그 국가는 매우 짧은 시간에 거대하게 성장하고 위대함을 성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로마 공화정에 대한 마키아벨리의 해석은 시민혁명이후 새로운 국가를 형성하려는 지식인들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 그는 17, 18세기 계몽주의 사상이 강력히 대두되는 시기에 몽테스키외, 루소, 볼테르 등의 사상가들로부터 새롭게 주목받았다. 오늘 날 우리의 정치제도도 그의 논리와 무관하지 않은 점에서 그가 위대하다는 것이다.

마키아벨리는 또 하나의 로마공화정의 성공요인으로 로마시민의 비루트(virtu, 공공적인 덕성)를 들었다. 그는 로마인들이 누리게 된 영광은 국가의 영광과 공동선을 우선시하는 시민정신에서 나온다고 칭송한다. 로마 시민들의 청빈함, 자유를 존중하는 자세, 공적인 봉사자에 대한 명예 수여, 훌륭한 법치, 시민군을 기초로 하는 강력한 군대가 그 것이다.

이외에도 마키아벨리는 로마인은 다른 민족을 지배한 것이 아니라 다른 민족을 로마인으로 만들어 버리는 유연한 외교정책의 실시와 종교 활동이 국가번영과 안정에 기여했다고 말한다. 아울러 국민의 부패와 국가의 배은망덕을 경계하였다고 말한다.

 
     
 
 
임영호, 대전 출생, 한남대, 서울대 환경대학원 졸업, 총무처 9급 합격, 행정고시 25회,대전시 공보관, 기획관, 감사실장, 대전 동구청장, 18대 국회의원, 이메일: imyoung-ho@hanmail.net

결국 마키아벨리는 로마가 자유스럽고 시민적 덕성이 넘치는 가운데 공공선, 법치가 조화를 이루는 민주 공화정을 실현하였다고 갈파하고, 유약한 피렌체와 이탈리아의 현실을 개탄하고 로마의 훌륭한 정치제도와 문화가 자기조국에서 다시 부활하기를 희망하면서《로마사논고》를 저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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