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럭 이해찬, 유체이탈 이명박. 그들의 화법
버럭 이해찬, 유체이탈 이명박. 그들의 화법
  • 최순희
  • 승인 2012.07.03 08:54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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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희의 뾰족한 글]진행자와 출연자가 함께 목적지로 가는 게 방송

세간에 대통령의 화법에 대한 비아냥이 노골적이다. 지난 20일, 이명박 대통령이 브라질에서 열린 유엔지속가능개발 정상회의(Rio+20)에서 ‘200년 빈도의 기상이변에 대비해 추진된 4대강 살리기 사업(일명 수자원 인프라 개선사업)으로 홍수와 가뭄 모두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있다”고 발표한 것을 두고 민심을 읽는 능력은 물론 사실에 대한 인식에도 한참 떨어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 신문은 사설에서 “신체에서 정신이 분리되는 유체이탈 상태처럼 자신에 관한 일을 마치 남 이야기하듯 하거나,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기는 커녕 어처구니없는 자화자찬으로 일관하는 것을 ‘유체이탈 화법’이라고 한다.”며 이명박 대통령의 현실에서도 한참 떨어진 발언을 비판하고 있다. 남부 일부지역을 제외한 전국 곳곳이 초유의 가뭄을 겪고 있던 때, 타들어가는 농심을 짓밟는 그의 가뭄극복 자랑은 MB특유의 배짱인지 헷갈릴 만 했다. 그러나 이는 분명한 오류라 하더라도 일단 밀고가는 그 특유의 화법이기에 불신을 넘어 ‘유체이탈 화법’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며 조롱거리가 된 듯하다.

MB는 그렇다 치자. 이 지역과 무관하지 않은 이해찬 의원은 어떤가.

지난 5일, YTN라디오 ‘김갑수의 출발 새 아침’의 생방송 인터뷰 도중, 사전에 약속한 질문이 아닌 질문을 한다는 이유로 버럭 화를 내고 전화를 끊어 이른바 ‘방송사고’를 냈다. 이 일로 ‘버럭 이해찬’이란 별칭을 얻은 그가 또다시 출연을 약속했던 같은 프로그램 인터뷰를 돌연 취소했다고 해서 구설에 올라 있다. 민주통합당은 25일 오후 “이 대표가 26일 오전 7시 20분 YTN라디오에 출연한다”고 공지했으나 같은 날 오후 10시경 “인터뷰가 취소됐다”고 밝혔다. 이 대표의 두 번째 인터뷰는 몇몇 민주통합당 의원이 “지난번 생방송 사고와 관련해 풀고 넘어가야 하지 않겠느냐”며 주선했으나, 불발된 것이다. 블발 이유는 간단하다. ‘질문지대로 내용을 묻지 않았으며, 질문순서를 바꿔서 질문한 것’에 대해서 YTN에 사과를 요구한 것이다.

방송프로그램의 질문지는 인터뷰어와 인터뷰이가 함께 같은 장소에 도달하기 위해 들고 가는 지도와 같다. 최종 목적지까지 가기위한 길은 많다. 이해찬 대표도 그것을 몰랐을리 없다. 다만, 사안에 비추어 볼 때, 당시 당대표 경선과 관련해서 민감한 시기에 불거진 임수경 전 의원의 추태, 혹은 남북 현안인 탈북문제에 대해 당대표경선자의 입장에서 어떤 견해인지를 밝히라는 것이 거북했을 수는 있다.

그러나 그건 그가 감내해야할 당대표(당시 당대표 후보)라는 공인이 감내해야 할 수준의 의무라는 걸 모르는 걸까? 더욱이 YTN라디오 측과 예정된 두 번째 인터뷰를 취소하면서 김현 대변인이 “어떻게 제1야당 대표(이해찬 의원)에게 이럴 수 있느냐. (YTN 측은)각오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대목에선 언론에 대한 그들의 인식에 우려가 앞선다.

국민이 의회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끼는 마음을 거두지 말아야하는 이유는 대의제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을 대리한 국회의원들의 위상에 있다. 국민을 대신하여, 입법권을 위임받고, 정권창출과 수권을 목표로 하는 정당의 대표가 그것도 헌법에도 명확히 보장하고 있는 언론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를 의도하는 발언을 마구 쏟아내고, 언론사의 정당한 활동에 대해 협박이라고 느낄 수 있는 언행을 일삼는 일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정치가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까지는 아니어도 최소한 악화시키지는 말아야 한다. 내면화된 준거에 의해 국민과 언론을 존중할 줄 알고, 신뢰가 묻어나는 정치를 기대하는 것이 무리인가. 제1야당 대표 운운하며, 개인과 개인끼리 약속된 일이 아닌, 방송사 프로그램과 정당대표로서의 약속을 뒤집는 그들의 속심이 어디에 있나,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아이러니는 현재 6개월 가까이 해결을 보지 못하고 있는 MBC의 사태에 대해 이해찬 민주통합 대표는 언론의 사명에 대해 깊은 인식을 표명하고, 정치권에서 풀어가야한다고 천명했다는 사실에 있다. 이 모순된 행동이 대선을 앞둔 계산에 의한 것이라 하더라도, 한 나라의 당대표라면 표리가 같아야 한다.

그는 “누가 PD인지 모르겠는데 그런 식으로 하면 앞으로 인터뷰하기 힘들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이어 “방송도 득을 보려고 인터뷰하는 것 아니냐. 나는 어떤 방송은 정치 시작하고 나서 15년째 안 나간다. 안 나가. 이유 없이 안 나가”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YTN과의 인터뷰를 취소한 다음 날, 인터넷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쏟아낸 말이다. 오만이 지나치다.

MB의 그림자가 겹쳐지는 것은 나만 그런 것인가.
YTN과 ‘버럭 이해찬’, MBC와 ‘유체이탈 이명박’은 다르지 않다. 적어도 이번 사안에서는.

   
 

최순희, 대전출생, 충남대, 목원대(석사), 충남대 언론정보대학원(박사수료), 대전MBC R·TV 프로듀서, 편성·보도제작부 부장, 미디어 포럼 대표(현), 홍익대, 목원대 출강(현), 이메일 : luxcia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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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서맨 2012-07-03 22:06:56
날카로운 지적 인것 같네요 꼭 꼭 숙지 해야 할 것 같네요

조치원 2012-07-03 14:13:53
최순희 님의 글잘읽었습니다
역시뾰족한글답게 잘지적해주신것같군요

김경희 2012-07-03 14:04:57
옆에서 조언해주는것도 귀담아들으셔야될듯
애정이있어서 조언도해주니까...